Q   부모님이 다니시는 절의 스님이 나의 사주에 대해 언급하셨다고 하는데, 불교와 사주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사주팔자 숙명론일 뿐
불교와 전혀 관계 없어


A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불교와 사주명리학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주란 사람이 태어난 년, 월, 일, 시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불교는 사람의 미래운명은 그가 태어난 연월일시나 성별, 그리고 가문 등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지금까지 지어 온 까르마(업)가 좌우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니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석가모니부처님은 명확히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이론을 틀렸다고 하셨습니다. 

그 첫 번째가 ‘존우화작인론(尊祐化作因論)’이라는 주장입니다. 이것은 ‘모든 것은 인간을 초월한 절대 신의 의지로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당시의 브라만교에서 인간의 의지와 무한한 가능성을 일체 무시한 주장으로 부처님은 단호하게 이것은 그릇된 주장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가 일명 ‘숙작인론(宿作因論)’인데 요즘으로 말하면 숙명론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도 잘못됐다고 단언하셨습니다. 세 번째가 ‘무인무연론(無因無緣論)’이라는 주장으로 ‘모든 것은 그저 우연히 생긴 것뿐’이라는 이론입니다. 모든 것이 우연히 생겨나니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이론 모두를 부처님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하셨는데, 인간은 자기 운명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인데, 위의 주장들은 인간을 그 이론으로 얽매여 노예로 만들거나 무책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주는 위 세 가지 잘못된 주장 중에 두 번째 부류인 숙명론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틀렸다고 하여 물리친 것이니 불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지요. 사주팔자의 시작은 옛날 중국에서 왕들이 자신을 천자(하늘의 아들)라 하여 대대로 왕위를 세습하다,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곳곳에 천자라는 사람들이 창궐하게 되니 그들의 주장이 무색해지자 새로이 들고 나온 것이 자기들은 왕이 될 사주를 타고 났다는 사주학으로 백성들을 우민화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불교가 주로 중국을 통하여 전래되었고 한문권 영향에 있었다보니 중국의 유교와 도교, 역학, 음양오행설 등이 불교의 전생윤회사상과 뒤섞여 독특한 형태의 문화가 형성되어, 일부 스님들이 이러한 사주명리학을 현대의 심리 검사지처럼 상담의 도구, 포교의 방편으로 차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부처님은 계율에서 수행자는 다른 사람들의 점을 봐주는 일은 일체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도 명확히 하셨습니다. 인본주의인 불교의 근본교리와 분명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불교신문3551호/2020년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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