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신년기자회견에 담긴 의미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115일 해종행위자에 대한 선처를 예고했다. 종정예하 뜻을 받들어 종단 대화합을 위한 '포용의 리더십'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을 종단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종무행정을 봐왔다면 올 한 해는 이를 바탕으로 흩어진 종도들 여론을 하나로 묶어 종단 운영의 동력을 회복해나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사회적 활동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구체적 의지 또한 드러냈다.
 

1월1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종단 대화합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신재호 기자
1월1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종단 대화합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종단 대화합 조치 예고

종단 내부 종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대화합 조치.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안정을 도모했다는 평가 외에 화합과 혁신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일에 소홀했다는 일각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경자년 새해를 맞아 진제 종정예하께서 종단 혼란의 시기에 종단과는 다소 다른 견해와 의견을 제기했던 스님들에 대한 대화합 조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종정예하 당부에 따라 집행부 또한 종단 비방 혐의로 조사 및 징계 대상에 오른 스님들에 대해 대대적 사면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대상으로는 중앙종회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해 조사 및 징계를 요구한 54명이 언급됐다. 2018년 당시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총무원장 퇴진과 중앙종회 해산 등을 외치며 각종 집회를 벌여온 혐의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스님들이다. 다만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로부터 징계를 받은 멸빈자,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전현직 총무원장 스님을 사회법에 제소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등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대화합 조치 대상 범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멸빈자 사면은 종헌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오랜 시간 참회해온 부분을 고려해 중앙종회, 종정예하와의 협의를 거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참회와 사과가 먼저라고 강조하며 최소한의 절차 없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종단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에 있어 사부대중에게 충분한 설명이 담보된다는 전제 하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언했다.

➲ 6.25전쟁 70범국민 평화기원 법회 봉행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 민간교류에 있어 불교계가 진취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첫 행보로 6.25전쟁 70년을 맞아 분단 상징인 판문점 등에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정착을 위한 기원대회를 봉행한다. 남한과 북한 불교계 인사를 초청하는 것은 물론 이웃 종교와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 참여를 독려해 범국민적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내세운 화두는 남북의 공존과 번영, 한반도 평화정착과 인류의 화합이다. 20192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새해맞이 연대모임행사에서 강수린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장과 직접 만나 신계사 템플스테이 추진 등에 대해 논의 한 바 있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그 열쇠로 문화 교류 사업구상을 설명했다.

북측 불교계와 협력해 금강산 신계사 복원 불사를 이뤄낸 바 있는 종단 경험을 살려 장안사와 유점사 등에 소재한 불교 문화재를 복원하고 발굴해나가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남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북한 사찰 문화재를 환지본처하고 템플스테이 공동 사업, 북측 생태환경 및 산림 복원에 대한 종단 차원의 적극적 협조, 신계사 복원 13주년 남북합동법회 개최 등을 약속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다양한 의제를 갖고 조속히 실무협의를 진행해 구체적 교류협력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다할 것이라며 종단이 앞장서 한반도 평화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을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신년기자회견에는 교계 및 일반언론 기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조계종 총무원장 신년기자회견에는 교계 및 일반언론 기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백만원력 결집불사의지 확고

36대 집행부가 역점 추진하는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초점이었다. 중장기적 종단 미래 설계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원력을 모으는 백만원력 불사의 구체적 윤곽과 함께 연내 시행으로 종도들의 체감을 높이겠다는 결의가 눈에 띄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해 전국 제방각지에서 수많은 원력이 모아졌다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으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첫 시작은 인도 부다가야에 건립될 한국 사찰이다. 지난해 연취 설매, 두 보살이 50억을 희사하며 가시화된 한국 사찰 이름은 분황사’. 현지 실사를 마친 만큼 오는 3월말 현지서 착공식을 열고 백만원력 불사의 포문을 알릴 계획이다. 계룡대 3군 사령부 영외법당은 설계가 마무리 되는 즉시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간다.

몸이 아픈 스님들을 위한 종단 차원의 요양원 건립은 동국대 의료원과 협력해 부지 확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주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 위한 만반의 준비도 기한다.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 직원들이 3월경 경주를 찾아 종도들의 관심을 모으는 한편 열암곡 마애불상 바로 세우기추진위원회 구성 및 지역 불교계 협력을 위한 홍보 사업을 펼친다

종단 숙원 사업으로 꼽히던 세종위례신도시 포교당 건립도 이르면 연내 빛을 볼 예정이다. 3~4월 중 착공이 예정된 세종 한국불교체험관 건립을 시작으로 불교문화재 보존처리센터부지 확정 및 위례 도심 포교당 건립 사업이 속도를 낸다. 무엇보다 올해는 10.27법난 40년인 만큼 불교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기념관 건립 사업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 한중일 등 국제불교대회 촉각

국제불교대회에 대한 언급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올해는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와 한일 불교문화교류대회가 모두 한국서 열리는 만큼 세계 속,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 위상을 알리는 데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통도사에서 열리는 한중일 대회, 금산사에서 개최될 한일 대회 등을 통해 대승불교 종주국인 동아시아 3국의 불교 지도자가 모여 갈등과 긴장, 전쟁의 위협에 놓인 세계정세 속에서 인류 행복과 세계평화 메시지를 함께 논하고 전하는 국제불교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국빈 방문한 바 있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석가모니 고행상의 한국 전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맘눈 후세인 대통령, 임란 칸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라호르 박물관이 소장한 고행상등 유물 전시를 제안한 바 있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고행상은 전 세계 불자들에게 신앙과 예배의 대상이자 간다라 미술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우리나라에 모셔 한국과 파키스탄 간 문화교류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고 한국 불자들이 친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템플스테이연등회 세계화대사회 실천 확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사업으로 자리잡은 템플스테이, 소외 이웃을 위한 대사회적 자비 나눔 실천 사업은 보다 확대될 예정이다. “지금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전통문화를 향유하고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겠다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말처럼 다채로운 전통문화 사업이 시행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사회 공헌 템플스테이. 지난해 종단 주도 아래 다문화 가정, 학교 밖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보호 관찰자 등이 나눔 템플스테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은 사람만 24000여 명에 달한다. 종단은 전통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대사회적 자비 나눔 실천의 일환으로 보다 규모를 늘려 사회 공헌 템플스테이를 실시할 예정이다.

연등회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도 주요 문화 종책 중 하나다. 연말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연등회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2018년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어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예고했다. 사회노동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도회 등 소외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사회적 활동도 꾸준히 펼친다.

종단 교육 및 포교 종책에 대한 대책은 사부대중 공의를 통한 제도 마련을 통해 해결점을 찾는다. 현실 진단을 통해 종단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 작업이 선행된다. 무엇보다 포교 종책에 있어 심각성이 공유되고 있는 만큼 한국불교 포교 현황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데 집중한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120일 종단 지도자 포럼에서 주요 소임자 스님들과 관련 내용을 상의하고 새로운 포교 전략과 신행혁신을 위한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나가겠다출가자 감소로 인한 수행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교육기관의 현실화 문제 또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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