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보고(寶庫) 한국의 사찰인문기행
문화유산 보고(寶庫) 한국의 사찰인문기행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1.13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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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답사의 선구자
‘전국 고찰’ 참배하며
곳곳 숨어있는 역사
전설, 각종 유산 소개

“절로 향하는 발걸음
쓸쓸하면서 편안하다”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이 땅의 산천을 시도 때도 없이 떠돌다 보니 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도 하고 절로 향하는 발걸음은 쓸쓸하면서도 편안하다. 그것을 보면 스님 팔자나 지금의 내 팔자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일 년의 반 정도를 이 나라 산천을 답사하는데. 답사 중에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 사찰이다…”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 머리말 중에서)

한국의 많은 사찰들을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고 부른다. 이는 불교가 이 나라에 들어온 지 15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 사찰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화사학자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로 꼽히는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이 오랫동안 한국의 사찰들을 방문하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사찰의 역사와 전설들 그리고 각종 유산들을 소개한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를 최근 펴냈다.

저자에게 사찰은 잠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찾아가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고 기다리는 곳이다. 그 사찰과 가장 가깝게 인연을 맺었던 것은 “16살 때였다. 일찍 조숙했던 탓도 있지만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화두였다”는 그는 당시 출가를 결심하고 찾아간 곳이 바로 지리산 자락의 구례 화엄사였다.

“전주에서 스님이 되고자 왔다”는 그의 말에 화엄사 스님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묵을 방을 내주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나무를 하고 빨래를 거드는 허드렛일을 하며 지냈지만, 결국 “너는 절에 맞지 않고 세상에 나가서 사는 게 좋겠다”는 스님의 권유에 행자 아닌 행자, 스님 아닌 스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그때 화엄사에서 구례역까지 걸어 나오면서 나는 ‘인생이란 예기치 않은 일들로 가득 찬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 뒤로 오랜 나날을 방황하고 또 방황하다가 보니 흐르는 구름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온 산천을 운수납자처럼 떠돌며 살고 있다”고 회고했다.
 

우리나라 도보답사의 선구자로 꼽히는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이 국내 사찰들을 순례한 여행기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를 최근 펴냈다. 사진은 저자를 사찰 순례로 이끈 계기가 됐던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전경.
우리나라 도보답사의 선구자로 꼽히는 신정일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이 국내 사찰들을 순례한 여행기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를 최근 펴냈다. 사진은 저자를 사찰 순례로 이끈 계기가 됐던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전경.

이러한 특별한 사찰과의 인연은 그를 자연스럽게 전국 산사순례로 이끌었다.

오랜 순례의 결과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원효와 의상이 수행한 1300년 고찰 완주 화암사를 비롯해 구산선문(九山禪門)의 도도한 수행처 곡성 태안사, 원효와 퇴계, 공민왕의 흔적이 서린 영남지역 사찰의 대명사 봉화 청량사, 신라 8대 종찰이자 조선 초기 불교건축을 보여주는 고찰 창년 관룡사, 1300년 역사가 흐르는 경기도 대표사찰 양평 용문사, 상원사, 사나사,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호남 불교문화유산 해남 미황사, 1000개의 불상이 진좌한 통일신라 대표 영남사찰 합천 청량사, 고려시대 불교석물의 미를 간직한 중부지역 대표고찰 청양 장곡사, 속세의 번뇌를 씻겨주는 동해의 산사 수행처 동해 삼화사, 소양호에 드리운 고려식 정원이 아름다운 절 춘천 청평사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명찰 20여 곳을 만나볼 수 있다.

사찰 역사는 물론 경내 성보들에 대한 해설을 사진과 함께 수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는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해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길을 걸은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장거리 도보답사 길을 제안해 ‘해파랑길’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2010년 9월에는 관광의 날을 맞아 소백산자락길, 변산마실길, 전주 천년고도 옛길 등을 만든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자전적 이야기인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와,<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전3권), <조선의 천재 허균>,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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