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상월선원 공동
전국 종립학교 재학생 5884명 설문조사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청규는?’


초등생은 ‘스마트폰과 TV’
중학생은 '한 끼만 먹는 것'
고교생 '못 씻는 것' 힘들다...

하나만 고르기 어렵단 반응
7가지 모두 체크한 학생 여럿
선화여고생 ‘힘내세요’ 메시지도

불교신문은 위례 상월선원과 함께 2019년 12월23일부터 1월3일까지 불교종립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천막결사상월선원 청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국 20 여개 불교종립학교에 1만4000여 장의 설문지와 상월선원 홍보지를 배포, 이 가운데 5884명 학생들이 설문에 응했다. 기해년 동안거 입재 기간 동안 상월선원 대중 스님들이 실천 중인 7가지 청규 가운데 가장 지키기 어려운 청규를 묻는 질문에 초중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답했을지 살펴본다.

기해년 동안거 결제일인 2019년 11월11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9명 스님들이 위례 상월선원서 천막결사를 시작했다. 이번 설문은 불교종립학교 청소년들에게 안거문화를 소개하고 또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엄격한 청규로 치열하게 정진하는 상월선원 스님들의 원력을 환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사회에서 물질의 풍족함을 마음껏 누리는 청소년들에게 상월선원 스님들 청규는 난이도 극상의 과제였다. 체험학습 차 상월선원에 방문했던 종립학교 학생들은 “기말고사 기간에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떻게 하루에 14시간을 수행할 수 있나” “배가 고파서 하루 한 끼만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3개월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다니”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생은 “생각만 해도 선원 스님들 생활이 너무 힘들 것 같다”며 “갑자기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이런 반응은 본지 설문조사에서 고스란히 들어났다. 초등학생은 하루 14시간 이상 앉아서 명상하기(27.57%) 스마트폰과 TV 안 보기(20.57%)를 가장 어려운 규칙으로 꼽았다. 이어 양치질만 하고 안 씻기(16.46%) 묵언하기(13.99%)가 뒤를 이었다. 천막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생활(8.64%)하고, 3개월 동안 옷 한 벌로 생활하기(6.58%) 하루 한 끼만 밥 먹기(6.17%) 순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중학생도 역시 하루 14시간 정진(46.88%)을 어렵다고 답했는데,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TV 안보기(18.53%), 안 씻고 양치질만 하기(14.56%)에 응답이 집중돼 있어 초등학생과 비슷한 양상이다. 뒤를 이어 하루 한 끼 공양(6.77%)과 묵언(6.3%)이 비슷한 응답율을 보였고, 옷 한 벌로 생활하기(3.89%) 천막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3.03%) 순으로 답해, 초등학생과는 다른 답변 양상을 보였다.

응답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등학생들 생각은 어떨까. 과반수 학생들이 하루 14시간 정진(50.5%)을 선택한 가운데, 양치질 외에 씻지 않는 청규를 어렵다고 선택한 학생이 15.4%에 달한다. 스마트폰과 TV 안보기(10.2%) 묵언하기(7.7%) 하루 한 끼 공양하기(7.3%)가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으며, 옷 한 벌로 생활하기(5.2%), 천막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찾아온 손님도 안 만나기(3.7%) 등 순서로 지키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곱 가지 청규 중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하루 14시간 정진(48.7%)이었다.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하루에 14시간 동안 앉아서 참선하는 게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두 번째는 3개월 동안 씻지 않는 것(15.3)이었다. 간단히 양치질만 하고, 세수, 목욕은 물론 삭발 면도도 하지 않는 청규는 지키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여학생일수록 안 씻는 청규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동대부여중, 동대부여고와 선화여고 학생들은 일곱 개 청규 중 씻지 않는 것을 가장 어렵다고 선택했다. 여학생들 답변을 비교하면 안 씻는다(25.6%)가 가장 비율이 높으며 14시간 정진(21.2%)과 스마트폰, TV안보기(16.5%) 등을 고르게 선택했다.

근소한 차이로 스마트폰과 TV 없는 생활(12.4%)이 뒤를 이었다. 초등학생, 중학생처럼 나이가 어릴수록 스마트폰과 TV를 보지 않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그 다음으로 묵언(7.7%)과 하루에 한 끼 공양(7.1%)을 선택한 학생들이었으며, 3개월 간 옷 한 벌로 지내고(5.0%) 선원 밖을 나가지 않고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3.8%)는 순이었다.

‘하나’만 체크해달라는 요구에 복수답변을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1번부터 7번까지 모든 문항에 중복 체크한 설문지가 학교별로 여러 장 확인되면서, 상월선원 청규가 청소년들에게 그만큼 지키기 어렵게 느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천 선화여고 2학년 5반 학생 몇몇은 설문지 한 구석에 ‘스님 힘내세요’ 하는 메시지를 적어 보내오기도 했다. 한파를 이기며 성월선원에서 정진하는 9명 스님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상월선원 천막법당서 은석초 공연을 진행하고, 또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 학부모들에게 상월선원 결사를 알려온 양형진 은석초등학교 교장은 “설문을 계기로 어린이 청소년들이 목숨 걸고 상월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 정신을 본받아 마음공부하며 삶을 잘 꾸려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550호/2020년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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