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의 보시행…죽음의 땅에 ‘희망’을 만들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의 보시행…죽음의 땅에 ‘희망’을 만들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1.11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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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지구촌공생회,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및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준공식

신심깊은 불자로서 보시행 실천한
도영주·홍수자 후원자 도움으로
지뢰 가득한 어둠의 마을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에게 학교 선물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소중한 원력이 죽음의 땅을 희망차게 만들고 있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및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준공식 이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소중한 원력이 죽음의 땅을 희망차게 만들고 있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및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준공식 이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1년 전 찾았던 캄보디아 웃떠민쩨이 주 사마키 마을.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시엠립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황량함그 자체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잦은 내전과 분쟁으로 땅 속엔 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지뢰가 터져 무수히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죽음의 땅이라 불렀다. 극 빈곤층 주민들마저 살기 꺼려할 정도로 어둠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마을 내 유일한 교육 시설은 나무판자를 덧대 만든 3칸짜리 교실이 전부였다.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준공식에 함께한 학생들의 모습.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준공식에 함께한 학생들의 모습.
마중나온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준공식장에 참석한 월주스님과 후원자들의 모습. 뒷편으로 분홍빛의 학교 건물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중나온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준공식장에 참석한 월주스님과 후원자들의 모습. 뒷편으로 분홍빛의 학교 건물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이 지나 다시 방문한 사마키 마을. 그 황량했던 벌판엔 두 불자의 따뜻한 정성으로 건립된 분홍빛의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새 교육시설의 준공을 축하하러 모인 주민들과 아이들의 밝은 얼굴에선 예전의 어두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둠을 환히 밝히는 힘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단지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작지만 소중한 원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스님)19일 개최한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및 대법성 유치원·도서관준공식에 동행했다.

사마키 마을은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캄보디아 내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로 꼽힌다. 당연히 교육시설도 열악하다. 영주 초등학교와 대법성 유치원·도서관이 세워지기 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200여 명의 학생들은 나무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사마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건립 후원자인 홍수자 씨(오른쪽)가 아이들을 위한 도서 구입
사마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건립 후원자인 홍수자 씨(오른쪽)가 아이들을 위한 책장 및 도서 등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후원자 도영주(가운데) 씨는 아이들을 위한 가방 등 학용품을 선물하며 힘을 북돋아줬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후원자 도영주(가운데) 씨는 아이들을 위한 가방 등 학용품을 선물하며 힘을 북돋아줬다.

배움의 열정이 가득 찬 아이들은 오전·오후반까지 나눠서 공부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극서기와 우기가 되면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고, 비가 새는 등 외부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 두 여성 불자의 보시행이 희망의 원동력이 됐다. 바로 뜻 깊은 일에 함께하고 싶다며 마음을 낸 부산 출신 도영주(71) 씨와 전주에 살고 있는 홍수자(78, 법명 대법성) 씨가 그 주인공이다. 두 불자 모두 넉넉한 형편의 재력가는 아니었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이었다.

평생을 부처님 법을 의지하며 살아온 불자로서 불은은 갚겠다는 마음으로 보시행을 펼쳤다. 도 씨는 40여 년간 공직생활 회향을 기념하며 평생을 모아온 1억원을, 홍 씨도 알뜰살뜰 절약하고 모은 2500만원을 각각 지구촌공생회에 전달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이름과 법명을 새긴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대법성 유치원·도서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여기에 끝내 익명을 요구한 한 불자도 5000만원을 후원하며 어둠의 마을을 밝게 만드는 데 힘을 모았다.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

지구촌공생회도 이 같은 불자들의 소중한 마음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냈다. 여느 지역보다 열악한 만큼 현지답사와 모니터링, 준공식에 이르기까지 지부 활동가들과 관계자들이 1년 간 땀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특히 영주 초등학교와 대법성 유치원·도서관이 세워진 이 곳은 지구촌공생회가 캄보디아 지뢰제거연대(CSHD),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과 함께 진행한 지뢰 없는 평화마을 조성사업의 수혜를 입은 지역이다.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준 데 이어 교육시설까지 설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사장 월주스님이 학생들에게 “많은 이들의 자비와 사랑을 받은 만큼 가슴 따뜻한 자비심과 지혜가 넘치는 캄보디아 미래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사장 월주스님이 학생들에게 “많은 이들의 자비와 사랑을 받은 만큼 가슴 따뜻한 자비심과 지혜가 넘치는 캄보디아 미래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날 준공식 행사장엔 한껏 들뜬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과 이사 원광스님, 사무처장 덕림스님, 건립 후원자 도영주·홍수자 씨 등은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노현준 코이카 캄보디아소장, 빠엥 꼬살 웃떠민쩨이 주지사 등 캄보디아 정관계 인사, CSHD 공동대표인 아키라 씨와 빌 모리스 씨 등도 준공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400여 명의 마을 주민들도 한마음으로 함께했다.

이사장 월주스님은 이 곳은 지구촌공생회가 지뢰제거를 실시해 지역주민의 안전을 도모했지만 교육시설 부재가 심각했던 지역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꿈을 키우는 아이들의 간절한 염원, 그리고 후원자들의 자비로운 보살행이 있었기에 희망을 싹을 틔었다고 강조했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현판식을 진행하는 모습.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현판식을 진행하는 모습.

이어 학교 건립을 위해 추가적인 정부 교사를 파견한 교육부와 부지 정리를 위해 6800여 달러 등을 뒷받침한 주민들의 지원에 감사를 표한 월주스님은 앞으로도 학교 발전을 위해 주 정부와 관계 마을 주민들이 함께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도 많은 이들의 자비와 사랑을 받은 만큼 가슴 따뜻한 자비심과 지혜가 넘치는 캄보디아 미래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희망의 싹을 틔운 두 명의 후원자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이 보니 뿌듯하다는 소감과 함께 축하 인사를 전했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의 후원자인 도 씨는 힘들게 학업을 이어가던 아이들이 이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이 곳 아이들이 밝은 길을 걸어가길 발원하겠다고 응원했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후원자인 홍 씨도 우리는 이미 부처님 지혜와 자비의 인연으로 하나가 돼 있다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두 후원자는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과 가방, 교육 도서 등을 선물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건립된 학교 곳곳을 꼼꼼히 확인하는 월주스님의 모습. 스님은 학교 측에서 교육 기자재를 요청하자 현장에서 즉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건립된 학교 곳곳을 꼼꼼히 확인하는 월주스님의 모습. 스님은 학교 측에서 교육 기자재를 요청하자 현장에서 즉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참석 내빈과 사진 찍는 모습.
교문 앞에서 참석 내빈과 사진 찍는 모습.

이사장 월주스님과 두 명의 후원자 등 참석 내빈들은 리본 커팅식과 현판식 등을 진행하며 교육시설 건립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튼튼하게 지어진 학교와 유치원 등 시설도 꼼꼼히 둘러보며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끼 페악 영주 초교 교장이 컴퓨터와 컬러 프린트 등 교육 기자재를 요청하자 월주스님은 현장에서 즉각 지원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사마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모습. 총 2칸의 건물 1동으로 건립돼 많은 아이들이 문자를 익히고,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터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마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모습. 총 2칸의 건물 1동으로 건립돼 많은 아이들이 문자를 익히고,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터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모습. 교실 6칸, 교무실이 있는 건물과 화장실 등으로 구성됐다. 마을 내 유일한 정규 교육시설로서 약 220여 명의 학생들이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갈 예정이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모습. 교실 6칸, 교무실이 있는 건물과 화장실 등으로 구성됐다. 마을 내 유일한 정규 교육시설로서 약 220여 명의 학생들이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갈 예정이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는 교실 6, 교무실이 있는 건물과 화장실 등으로 구성됐다. 마을 내 유일한 정규 교육시설로서 약 220여 명의 학생들이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갈 예정이다.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총 2칸의 건물 1동으로 건립돼 많은 아이들이 문자를 익히고,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터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캄보디아 웃떠민쩨이 주=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우리들 도움으로 아이들이 웃으니 행복하네요

인터뷰/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와 대법성 유치원·도서관
건립 후원자 도영주·홍수자 씨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와 대법성 유치원·도서관의 후원자인 도영주 씨와 홍수자 씨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보니 한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도영주(가운데 오른쪽), 홍수자(왼쪽) 후원자의 모습.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와 대법성 유치원·도서관의 후원자인 도영주 씨와 홍수자 씨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보니 한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도영주(가운데 오른쪽), 홍수자(왼쪽) 후원자의 모습.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와 대법성 유치원·도서관이 문을 열던 날. 건립 후원자인 도영주 씨와 홍수자(법명 대법성) 씨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도영주 후원자는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친 지난 2012, “불교 국가에 가난한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를 짓겠다는 원력을 세웠다고 한다. 이후 본지 보도를 통해 세계 곳곳에 자비행을 베풀고 있는 지구촌공생회를 알게 됐고, 이날 본인의 이름을 딴 학교가 준공됐다.

분홍빛으로 장엄된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본 그는 예쁘고 튼튼하게 지어진 학교를 직접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도영주 후원자는 1년 전 기공식에도 참석해 황량한 벌판에 나무판자로 지어진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직접 만났었다. 그랬기에 이날 깔끔하게 완공된 학교의 모습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현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도영주 후원자.
사마키 영주 초등학교 현판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도영주 후원자.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제 잘 지어진 학교에서 체계화된 교육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며 환히 웃은 도영주 후원자는 학교 건립을 위해 애써 준 현지 지부 활동가 비롯한 지구촌공생회 모든 관계자들에게도 잊지 않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쾌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닌 홍수자 후원자는 지구촌공생회 설립 초기부터 함께 해온 열렬 후원자이다. 본인은 물론 딸과 사위 등 모든 가족이 지구촌공생회의 우물 건립 사업에도 동참한 바 있다. 17교구본사 금산사 신도회 부회장, 전북 불교합창단 협의회 총재, 전북불교신도회 수석 부회장 등 지역 신도단체에서 소임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사장 월주스님과 도서관 및 유치원 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홍수자 후원자.
이사장 월주스님과 도서관 및 유치원 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홍수자 후원자.

이번 보시행은 이사장 월주스님과 오랜 인연에서 비롯됐다. 홍수자 후원자는 월주스님께서 항상 천지가 나와 같은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야일체(萬物與我一體)’를 강조하셨다나 역시도 그 뜻을 마음속에 깊게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전부터 큰 불사금을 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이제야 큰 뜻에 함께하는 보시를 실천하게 돼 한편으로는 부끄럽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부처님으로 연결된 한국과 캄보디아의 오래된 인연이 비로소 자비스런 열매를 맺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두 후원자 모두 적지 않은 나이에도 숙소부터 사마키 마을까지 차로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강행군 일정에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보시행에 대해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임을 거듭 피력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곳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돼 캄보디아를 이끄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 불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아져 캄보디아의 미래도 한 뼘씩 자라나고 있다.

캄보디아 웃떠민쩨이 주=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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