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암
소나무는 귀가 맑으시다
파도 소리가 매일 귀를 씻어드리니

죽도암
대나무는 허리가 곧으시다.
거센 해풍이 자꾸 허리를 곧추세워드리니까

죽도암
관세음보살님은 탈속하시다.
떠오르는 해도 파리한 낮달도 잡지 않으시니까

- 임연규 시 ‘죽도암’에서
 


죽도암은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바닷가에 있다고 한다. 암자에는 소나무가 있고, 대나무가 있다. 소나무에는 파도 소리가 오고, 대나무에게는 해풍이 와서 귀도 씻기고 허리도 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세음보살님을 모셨는데, 관세음보살님은 해도 낮달도 잡지 않으신다. 한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 중생을 이롭게 하실 뿐이다.

임연규 시인의 시에는 선미(禪味)가 있다. 도종환 시인은 임연규 시인의 삶과 시에 대해 “그는 연꽃처럼 산다. 말 많이 하지 않고 산다. 그러나 침묵이 자기에게 말하는 것이듯 그는 자신에게 말하며 산다. 그 침묵의 말에서 나오는 게 그의 시다”라고 썼다.

자신의 내면을 가만히 응시하고, 또 공손하게 모든 존재들에게 절하고 공양 올리며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불교신문3549호/2020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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