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새벽예불 후 전 대중
삼보와 제불보살 신중에 ‘삼배’

‘원로와 어른 필두로 사미승까지’ 참석
스님들께 하는 절은 ‘세알’로 부르기도

선행스님

새해 첫날 새벽예불 후 전 대중이 법당에 모여 불법승 삼보와 제불보살 그리고 신중에 삼배를 올리는 의식이다. 이어 사부대중은 원로와 어른 스님을 필두로 사미승까지 차례로 앉아 대중들로부터 절을 받는다. 이를 구분해서 제불보살님께 올리는 삼배를 통알(通謁), 스님들께 절하는 것을 세알(歲謁)이라고도 하지만 보통은 통알로 통칭한다.

그날 의식하는데 있어, 앞에서 선창하는 스님은 사중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스님이 한다. 통도사는 강원 학인들이 많아 그 중에 가장 젊은 스님이 하는데, 근래 약관이 되지 않은 스님들이 몇 있다. 요즘 추이가 출가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선창한 학인은 10대 중반이었으니 올해도 선창은 그 스님 몫이겠다. 많은 대중들 앞에서 하다 보니 어딘지 서툰 부분이 있었는데도 어느 한 대중도 나무라거나 핀잔을 하지 않았다. 되레 기특한 마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했다. 그 학인은 평소 생활하는 모습이 예쁘단다.

출가동기가 남다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와 함께 조계사를 참배하고 집에 갈 무렵, 그만 대웅전 앞마당에 드러누웠단다. 아무리 달래고 설득해도 막무가내였단다. 황당하면서도 인연인가 싶어 부모님은 그 길로 허락하고, 이내 출가했단다.

한때 강원 학인이 많았던 도량에서는 큰 방이 비좁아 칼잠(?)을 자야할 정도였다. 요즘 통도사 강원에 많은 학인들을 보면서 지난날 힘들었던 일들이 회상되어 활달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왠지 학인들의 그러한 생활상을 보면서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대중이 공부시켜 준다고 했는가 보다.

나는 그랬다. 출가 전 사찰에서 나오는 책자들을 보면서 경전 공부하는 교육기관에 들어가 5년 정도 공부하고 나올 생각이었다. 출가해서 하룻밤을 자고난 다음날 거짓말처럼 그동안 살아온 일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순간 ‘나의 적성에 맞는 생활을 찾았구나!’하는 심정이었다. 날이 밝아 은사될 스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왜 출가했나?” 대답은 간단했다. “좋아서요!” 그래서일까 출가한지 어느덧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5년째 접어들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무엇을 했지?’하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아쉬움이 많다. 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까 궁리하던 차에 신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덜컥 수락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은 10년 전 ‘선방 이야기’를 1년간 연재하면서 이런저런 고충을 겪었기에 망설임이 앞섰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이 또한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면 시은(施恩)에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새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속담에 물들어 올 때 노 저으라고 한다. 누가 말했다. “노를 저으면 물이 들어온다”고. 준비된 이에게 기회가 온다는 의미겠다. 모쪼록 새해 들어 무명의 나이를 덜고 지혜의 나이를 더할 수 있는 기도와 정진으로 보람된 기회를 맞아 알찬 한 해가 되기를 발원한다.

※ 필자 선행스님은 통도사에서 진철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 강원과 율원을 졸업하고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다. 은해사승가대학원을 졸업하고 백양사·선운사 승가대학장으로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는 영축총림 통도사 한주로 수행하고 있다. 

[불교신문3549호/2020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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