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1권 변상’
화엄경 광대한 가르침 그림으로 압축


화려한 의상 다양한 얼굴 등장
무기 꽃 악기 들고 부처님 외호

80화엄경 제1권 도상. ‘십보명보살’ ‘40성중’ 등 부처님을 외호하는 신들이 등장한다.
80화엄경 제1권 도상. ‘십보명보살’ ‘40성중’ 등 부처님을 외호하는 신들이 등장한다.

해인사 장경각에 소장된 <80화엄 변상도>는 80권 화엄경 각 권의 전체 내용을 알기 쉽도록 도상화하여 경(經)을 엮을 때 권두에 그림을 배치한 것이다. 이를 삽도(揷圖)라 하는데, 책이나 신문 잡지에 그림을 끼워 넣어 보충설명을 한 것과 같다. 따라서 <80화엄 변상도> 역시 80개의 세밀하고 아름다운 판화로 이루어져 있다. 

<대방광불화엄경>은 마치 거대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광대한 이야기의 오페라 같다. ‘오페라의 유령’의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배경음악이 울려 퍼지고, 이어 세존께서 등장하시어 보리좌에 앉으신다.

보리수는 우뚝하게 높이 솟아 금강으로 밑동이 되고, 유리로 줄기가 되고, 여러 가지 보배로 가지(枝)와 회초리(條)가 되었으며, 보배로운 잎이 무성하여 구름처럼 그늘지고 가지각색 아름다운 꽃들이 가지마다 만발하여 드리워졌다.

마니(摩尼)는 열매가 되어 속으로 비치고 겉으로 아름다운 것이 꽃과 꽃 사이에 주렁주렁 달렸다. 그 보리수는 둥글게 퍼져 모두 광명을 놓으며, 광명 속에서 마니보배가 쏟아지고, 마니 속에는 많은 보살들이 구름처럼 한꺼번에 나타난다.

또한, 부처님이 보리를 얻으신 곳 그 가운데 항상 있어 친근하게 모시고 떠나지 아니하며, 보현보살의 원력으로써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의 몸을 구족하게 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각 종 신들과 아수라왕(阿修羅王), 가루라왕(迦樓羅王), 긴나라왕(緊那羅王), 마후라가왕(摩睺羅伽王), 야차왕(夜叉王), 용왕(龍王) 등등의 법계의 가지가지 왕들이다.

변상도에서는 40성중(四十聖衆)이라고 새겨져 있다. 신들은 화려한 의상과 인자한 얼굴로, 또는 험상궂은 얼굴로 화엄(華嚴)의 무대에 등장한다. 신들은 금강저를 비롯한 칼과 몽둥이 등의 각기 자신만의 무기와 꽃과 악기를 들고 부처님 주위를 외호하고 있다.

그래서 화엄경 제1권 ‘세주묘엄품’의 세주(世主)라는 말이 ‘부처님을 외호하는 신들’이라는 뜻이다. 세주란 인간이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세주가 중생 위에 군림하는 신이 아니라 중생을 위해 존재하는 신이라는 사실을.
 

도정스님

※ 필자 도정스님은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스님을 은사로 출가, 양산 통도사에서 고산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했다. 승려시인. 현대불교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으로 <정녕, 꿈이기에 사랑을 다 하였습니다> <누워서 피는 꽃>을 비롯한 다수의 시집과, 수필집, 경전번역서 등을 출간했다. 

 

 

[불교신문3549호/2020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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