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 재건 · 항일운동 ‘봉려관스님’ 선양사업 활발
제주불교 재건 · 항일운동 ‘봉려관스님’ 선양사업 활발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01.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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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 지난해 ‘국제세미나’ 이어
동화, 웹툰, 다큐 제작도…국내외 ‘제주문화’도 알려
근대제주불교를 재건한 안봉려관 스님. 전법과 더불어 항일운동을 이끈 여성독립운동가이다.
근대제주불교를 재건한 안봉려관 스님. 전법과 더불어 항일운동을 이끈 여성독립운동가이다.

항일운동에 참여하고 관음사를 창건하는 등 제주불교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안봉려관 스님의 뜻을 기리는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봉려관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사단법인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이사장 효덕스님, 원장 혜달스님)이 연구서적, 동화, 평전 발간과 웹툰, 다큐, 제작 등 다양한 선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22일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은 봉려관 스님의 생애와 가르침  등 자취를 조명하는 것은 물론 제주지역 불교와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는데 주력한다는 원력을 세웠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스님은 “불자 외에도 어린이 청소년과 일반 국민, 외국인들에게 봉려관 스님을 올바르게 전하고 싶다”면서 “그런 이유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안봉려관(安蓬廬觀, 1865~1938) 스님은 1907년 12월 8일(음력, 성도재일)해남 대흥사 청신암에서 유장(宥藏) 스님을 은사로, 청봉(晴峯) 스님을 계사로 출가한 근대제주불교 최초의 비구니이다. 수계후 제주로 돌아온 봉려관 스님은 한라산 해월굴에서 정진하며, 1909년 봄 근대제주 최초의 사찰인 관음사를 창건했다. 현재는 제23교구 본사이다.

그뒤로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전법에 매진한 스님은 1909년 7월 대흥사 심적암에서 일경(日警)이 스님들과 의병을 무참히 살해하는 광경을 목도한 후 항일(抗日)운동에 가담했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스님.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스님.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스님(국립대만사범대 박사)은 “제주로 돌아온 봉려관 스님은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항일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닌 결과 1911년 서귀포 도순동 산자락에 법정사를 창건했다”면서“식량과 자금을 지원하고 거처 마련과 함께 은닉시켜 주는 등 항일운동가들을 세심하게 보살폈다”고 강조했다. 1918년 10월 7일  제주도 최초 최대의 독립투쟁인 법정사 항일운동도 봉려관 스님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은 이같은 사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스님 생애를 불교나 부처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일반인이나 외국인도 공감할 수 있도록 동화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인 삽화작가 루시 알렌을 참여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모래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샌드아트(sand art)로도 봉려관 스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영상물은 유튜브를 통해 보급할 계획이다. 혜달스님은 “봉려관 스님의 생애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다”면서 “그동안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선 바로 잡는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혜달스님은 봉려관 스님 생애를 온전허게 복원하기 위해 스님과 재가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최선을 다해 왔다. 해방 후 4·3사건과 한국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제주불교 자료가 대부분 사라지면서 봉려관 스님 자료도 대부분 망실됐다.

하지만 혜달스님은 뜻을 접지 않고 연종, 안광호(1915~1898), 법인스님(1931~2011) 등을 수차례 찾아가 직접 증언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봉려관 스님의 생애를 온전하게 복원한다는 일념으로 멈추지 않았다.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은 제주 관음정사 회주 효덕스님이 이사장을, 혜달스님이 원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는 스님 5명과 재가자 4명 등 9명이 참여하고 있다. 봉려관 스님 문도들로 구성된 두옥문도회(회장 법공스님)와 제23교구 관음사(주지 허운스님)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혜달스님, 이향순 미국 조지아대 교수, 전혜송 일본 코난대 교수, 아델라이드 헤르만 판트 독일 말부르그 필립스대 교수,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이 연구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혜달스님은 “관음신앙으로 근대제주불교를 재건한 봉려관 스님은 법화사·불탑사·고관사 등 폐사된 고찰을 중창하고, 관음사·법정사·백련사·(관음사)중앙포교당 등 10여 곳의 사찰을 창건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국민과 아픔을 함께 하면서 ‘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심으로, 1909년부터 항일을 이끈 ‘여성운동가’”라고 강조했다.

억불숭유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내려앉고, 나라를 빼잇긴 암울한 시기에 불교와 조국을 위해 헌신한 봉려관 스님 선양사업이 제주는 물론 한국불교와 민족의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나온 ‘제주의 여성리더 봉려관’ 표지.
지난해 발간된 ‘제주의 여성리더 봉려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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