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치고 공허한 그 때… 나한이 ‘괜찮다’며 미소 지었다
삶이 지치고 공허한 그 때… 나한이 ‘괜찮다’며 미소 지었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1.0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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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개인전 여는 김원교 작가 ‘작은 위로’ 展

삶의 중반 마주친 복잡한 감정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의
창령사터 오백나한 보며 위로

“나한상에서 받은 따스한 위로
마음 지친 모든 이들에게 회향”
김원교 작가는 정교하지 않은, 그래서 어딘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는 창령사터 오백나한상에게 깊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을 대중들에게 회향하려 ‘작은 위로’ 전시회를 연다. 김 작가가 그린 나한의 모습.
김원교 작가는 정교하지 않은, 그래서 어딘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는 창령사터 오백나한상에게 깊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따뜻한 마음을 대중들에게 회향하려 ‘작은 위로’ 전시회를 연다. 김 작가가 그린 나한의 모습.

젊은 시절엔 무엇이든 해낼 것만 같았다. 그 정점을 뒤로한 채 맞이한 50. 뜨거운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든 자리엔 공허함이 삐져 올라왔다. “내 인생 잘 살았을까?” 문득문득 떠오르는 내면의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때, 우연히 찾은 한 전시관에서 만난 창령사터 오백나한. 소박하고 천진한 모습의 나한들이 눈과 마음에 묵직하게 들어왔다.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 어딘가 느슨하고 어설픈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봄, 다시 만나게 된 그 때의 나한상들. 여전히 같은 모습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동은 각기 다르게 다가왔다. 해질 무렵엔 오늘 하루도 마무리를 잘 했구나, 수고했다라는 위로의 느낌을, 이른 아침엔 눈을 스르르 뜬 것만 같은 나한상에선 푸근함과 편안함을 마주했다. 그리고 괜찮다며 따뜻하게 위안을 건넨 그 나한들을 한지 위 수묵담채로 옮겨와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현직 남양주 광동고 미술 교사이자 수십 차례 전시회를 치른 중견 작가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김원교 작가가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우물에서 여는 5번째 개인전에서다.

전시 주제는 작은 위로. 작가가 받았던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널리 회향하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에 찬 나한과, 내면의 충일감을 일깨우는 명상하는 나한, 그리고 순진무구한 아이의 얼굴을 닮은 나한상까지. 시시각각 받았던 잔잔함 감동을 한지 위에 그렸다. 작가는 그 과정이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림으로 그리고 또 그리기를 반복하며 나한에게 받은 감동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기도를 올리며 지극한 마음으로 작품에 집중하려 애썼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작업했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견(正見)’부터 정정(正定)’까지 깨달음과 열반으로 이끄는 팔정도뜻에 빗댄 8점의 창령사 터 나한상들을 회화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정정부분은 관람객들이 직접 채우길 바라는 생각으로 비어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나한상 이외에도 이번 전시회에선 김원교 작가가 그동안 그렸던 20여 점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작품을 비롯해 작가의 문인화 솜씨도 엿볼 수 있다.

사실 김원교 작가의 개인전은 꽤 오랜만이다. 지난 1987년 이후 개인전, 단체전은 물론 초대전까지 매년 작품을 선보이고 전시회를 열었던 그는 2004년 이후 잠시 붓을 내려놓은 적이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년 간 붓글씨와 그림을 공부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던 김 작가는 20144번째 개인전을 열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또 다시 5년 간 몇몇 단체전을 제외하곤 모습을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이에 대해 김원교 작가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본업과 함께 작품 구상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다섯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2020년은 김원교 작가에게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30여 년간 정성을 쏟았던 교직생활을 오는 2월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정규 수업 이외에도 따로 시간을 내 미술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등 애정을 쏟았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그는 파라미타 청소년 사경공모전 1회부터 올해까지 20여년이 넘게 종립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몇 년간 그가 가르친 광동고 학생들이 대회 대상을 휩쓸기도 했으며,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엔 포교원장 표창장을 받기도 했었다.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소감을 갈음한 그는 아이들과의 추억, 그리고 정들었던 일을 멈춘다는 것은 아쉽지만, 이제 활발한 작품 활동에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종립학교 교사로서 미래세대 청소년에게 가르침을 주는 일은 이제 회향하지만, 대중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건네는 작가로서의 삶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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