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불기 2564년, 단기 4353년, 서기 2020년이다. 어떤 연력(年歷)을 사용하든 새로운 한 해가 열렸다. 본디 오고감이 없음(無始無終)이 자연의 순리이지만 시작과 끝을 맺는 마디는 있는 법이니 묵은 때를 벗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면 뜨고 지는 해는 같다 해도 삶은 달라진다. 한 해를 요란하게 맞이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물론 어제 오늘이 한결같다(日日是好日)면 가장 좋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자가 부지런히 닦아야 할 네 가지(四精勤)를 말씀하셨는데, 한 해의 문을 여는 첫날 참으로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생기지 않도록 하고’(未生惡令不生), ‘이미 생긴 악은 영원히 끊도록 해야 한다’(己生惡令永斷),‘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반드시 생기도록 하고’(未生善令必生),‘이미 생긴 선은 더욱 증장하도록 해야 한다’(己生善令增長) 

불교의 가르침이 이 사정근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훌륭한 도는 방일하지 않는데서 생긴다”며 부지런히 닦아야할 네 가지 가르침을 주셨다. 악(惡)이란 욕심내고 성내고 질투하는 번뇌를 일으키는 모든 것들이다. 선(善)은 이를 줄이는 행이다.

그러므로 탐진치 삼독심이 생기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도록 베풀고 낮추고 버리기를 멈추지 않으며, 삼독심이 생겼다면 참회하고 기도 정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으로 버리고 줄이라는 것이다. 불자가 지향하는 열반 즉 행복이 바로 이 길에 있음을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우리 불자들의 마음 가짐이 이와 같아야한다. 지난해까지 삼독심을 기르지 않았다면 올해도 계속 이어가도록 열심히 정진하고 혹시 생겨난 나쁜 마음과 몸짓이 있다면 올해는 반드시 줄이고 버리도록 쉼 없이 정진해야한다.

수행은 삼독심은 줄이고 자비는 증장하는 부단한 노력이다. 탐욕이 줄어든 만큼 자비가 늘어난다. 그래서 나의 변화가 이웃을 바꾸고 세상을 달라지게 한다. 불자들이 모두 사정근의 가르침을 실천하면 우리 사회는 더 밝고 깨끗해질 것이다. 

올해는 한국불교 1700여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10·27 법난 40주년이다. 무력을 앞세워 불법(不法)으로 정권을 차지한 군인들이 스님들에게 총을 겨누고 사찰을 유린한 전대미문의 만행이 그 해 일어났다. 40년이 됐지만 아직 책임자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보상도 완전하지 않다. 올해는 반드시 최종 책임자가 규명되고 완전한 보상이 이뤄져 두 번 다시 정권이 종교를 욕보이는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교신문이 창간 60주년을 맞이한 것도 뜻 깊다. 한글로 된 경전이 거의 없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불교 책 한 권 변변치 않을 때 불교신문은 종단을 외호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전하는 유일한 포교사였다. 많은 스님들이 불교신문을 읽고 정법을 배웠으며 청년들은 발심했다. 60주년을 맞아 부처님 가르침을 세상에 펼치는 포교사로서 더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