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신년 특집’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청년들


4인4색 ‘동국대 불교대 학생들이 말하는 불교’

누군가 불교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국내 수재(秀才)들만 입학한다는 한 대학의 슬로건을 빌려 표현하자면 고개를 들어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을 보게 하면 된다. 동국대에서 불교대학의 비중은 크다. 건학 이념임과 동시에 동국대 역사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113년 동안 총 3000여 명의 학부·대학원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금도 교계 각 분야에서 동문들이 활발히 활약하며 불교 발전을 이끌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불교계 인재 양성의 요람인 셈이다. ‘불교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시대, 과연 불교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공부한다는 자부심은 확고했지만 졸업 후 진로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불교대학 최낙현, 최민지, 박소영, 최해관 학생이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이 모습처럼,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자리가 불교계에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형주 기자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공부한다는 자부심은 확고했지만 졸업 후 진로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불교대학 최낙현, 최민지, 박소영, 최해관 학생이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이 모습처럼,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자리가 불교계에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형주 기자

쌀쌀한 날씨에도 패딩 대신 롱코트로 패셔니스타 멋을 지킨 4학년 졸업반 낙현이(14학번)부터 시원시원한 긍정 에너지를 한껏 뿜어냈던 3학년 민지(17학번), 꾸밈없는 밝은 미소가 아름다웠던 2학년 소영이(18학번), 순수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보여준 신입생 해관이(19학번)까지 만나봤다.

이들 모두 불교학을 전공으로 배운다는 자부심은 확고했지만, 향후 진로에 대한 질문엔 걱정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학기말 고사를 앞둔 지난 1129일 동국대 교정에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개경게>의 구절처럼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이들은 20대 시작과 함께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있다. 어떻게 불교학과에 들어올 마음을 먹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

신입생 해관이는 대전지역 종립학교인 보문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종종 절에 간 것 말곤 불교에 대해 전혀 몰랐던 해관이지만, 파라미타청소년협회 활동에 하면서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패딩 대신 롱코트로 패셔니스타 멋을 지킨 4학년 졸업반 낙현이.
쌀쌀한 날씨에도 패딩 대신 롱코트로 패셔니스타 멋을 지킨 4학년 졸업반 낙현이.

불교대학에 진학하라는 교법사 선생님의 추천도 한 몫 했다. 반면 나머지 세 친구는 성적을 고려해 입학하게 됐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런데 소영이는 친척이 불교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낙현이는 집안 어른이 출가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불교와 연이 닿아 있던 것이다. 인연이라는 게 참 무섭게 다가왔다.

그렇게 입학했지만,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주변의 말들로 기분이 상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지인들에게 동국대 불교대학에 다닌다고 하면 목탁 만드는 법을 배우냐?” “스님 되려고 들어갔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주위 시선과 말들에 신경이 많이 쓰일 나이, 이런 비아냥을 들은 아이들은 창피한 마음에 움츠려 든 적이 많았다고 숨김없이 토로했다.

민지의 경우는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모두 이웃종교를 믿고 있어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불교학을 배운다는 것 자체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네 학생 모두 힘줘 말했다. 특히 불교를 마음 공부라고 정의 내린 민지가 자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시원시원한 긍정 에너지를 한껏 뿜어냈던 3학년 민지.
시원시원한 긍정 에너지를 한껏 뿜어냈던 3학년 민지.

불교학은 제가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학문인 것 같아요. 함께 공부하고 있는 선·후배 동기 학인 스님들에게도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있고요. 그래서 가끔 주변에서 비아냥거리는 말이 들려와도 잘 알지 못하니깐 그렇게 생각하겠지하고 넘겨버려요. 또래 중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배우는 학생은 우리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나씩 부처님 가르침을 배워 나가는 아이들. 그 중 어떤 내용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을까. 소영이는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의미를 새기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이 이를 내가 제일 잘났다로 잘못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 탄생게는 고통 받는 일체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부처님의 자신감 넘치는 약속이자 대중선언이다.

소영이도 이 같은 참 뜻을 잘 알고 있었다. “부처님 탄생게는 저에게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힘들 때마다 이 의미를 생각하면 큰 힘이 생겨요. 항상 마음 속 화두로 지니고 있답니다.”
 

꾸밈없는 밝은 미소가 아름다웠던 2학년 소영이.
꾸밈없는 밝은 미소가 아름다웠던 2학년 소영이.

해관이는 신입생답지 않게 제행무상을 이야기했다. 벌써부터 인생의 무상함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왜 제행무상을 이야기했는지 이유가 더 놀라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친구관계 등 여러 부분에서 집착하는 마음이 컸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지키고 싶었었나 봐요. 그런데 입학해서 들은 첫 수업 불교학 입문에서 삼법인에 대해 제대로 배운 순간 생각이 바뀌었어요. 영원의 가치만을 믿어왔었는데 집착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던져버릴 수 있게 됐죠.”

민지는 인연법을 공부하고 난 뒤,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친구들의 말 한 마디마디에 불교적 소양이 깊게 묻어났다. 자신감 가득한 밝은 모습을 보인 소영이도, 활발하면서도 진중한 해관이도,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으로 대했던 민지도 결국 부처님 가르침이 성격에 바탕이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불교대학 법우들의 꿈 이야기로 넘어갔다. 남을 돕고 사람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 소영이는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소신 있게 말했다. 신입생 해관이는 불교 문화재 발굴 분야에 관심이 많다가 최근엔 불교대학 교단에 서고 싶다고 한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다.

서베이 리서치라는 통계 융합 복수전공을 하고 있는 민지는 불교와 접목시켜 종교사회통계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을 드러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졸업을 앞둔 낙현이에게 절실히 들을 수 있었다.

낙현이는 종립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주는 교법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를 다니며 교직이수를 했다. 지난해 4월엔 남양주 광동고에 교생 실습도 다녀왔다. 실습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은 교법사의 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졸업을 앞둔 낙현이가 갈 수 있는 종립학교는 없다. 교법사라는 소임이 종립학교마다 T.O가 정해져 있어 기회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순수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보여준 신입생 해관이.
순수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보여준 신입생 해관이.

비단 낙현이만의 일이 아니었다. 대다수의 불교학과 졸업생들이 처한 현실이 비슷했다. 사회에 진출한 불교학과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 불교학과 친구들이 취업이 잘된다는 경영, 경제, 행정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어요. 사실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교계에서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죠.”

말을 잇는 낙현이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면서 낙현이는 부처님 가르침을 4년 간 배우고 체득한 우리 불교학과 법우들이 졸업하고 뭐 먹고 살지가 아닌 이런 곳에 일 할 수 있다라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정을 빠져나가며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다재다능한 매력을 지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불교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을 봤다. 불교적 소양을 겸비한 모습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다만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하는 현실적인 고민엔 뾰족한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시대 불교를 배우는 청년들이 종단과 불교계에 던진 숙제였다.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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