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떨어질 때 손 잡아준 스님들…고맙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질 때 손 잡아준 스님들…고맙습니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12.2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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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4년 신년 특집’
불교로 희망 얻은 이들을 만나다


콜텍 해고 노동자 김경봉, KTX 해고 승무원 김승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윤미자, 이영문 씨

삶의 고통스런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해고통보를 받는다든지, 가족이 원인 모를 사고로 생사확인 조차 안 되는 일들이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왔다. 어떻게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스님들이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1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동안 복직 투쟁을 펼쳤던 KTX 승무원과 콜텍 노동자, 그리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까지. 조계종 사회노동위를 중심으로 한 불교계의 도움으로 다시금 힘을 내고 있는 이들을 12월4일 만났다.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의 손을 잡아 준 것은 스님들이었다. 그 정성스런 마음을 잘 알기에 이들은 한 목소리로 불교와 종단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콜텍 해고 노동자 김경봉 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윤미자(박성백 일등항해사 어머니) 씨, 이영문(허재용 이등항해사 어머니) 씨, KTX 해고 승무원 김승하 씨.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의 손을 잡아 준 것은 스님들이었다. 그 정성스런 마음을 잘 알기에 이들은 한 목소리로 불교와 종단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콜텍 해고 노동자 김경봉 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윤미자(박성백 일등항해사 어머니) 씨, 이영문(허재용 이등항해사 어머니) 씨, KTX 해고 승무원 김승하 씨.

고통스런 지난 날, 그리고 지금

#콜텍 해고자 김경봉 씨(전 금속노조 콜텍지회 조합원)200749일 그날 아침을 잊지 못한다. 평소와 같이 통근버스를 타고 콜텍 대전공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장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공장을 폐쇄한다는 종이만 문 앞에 붙어있었다. 어떤 사전 예고도 듣지 못했다. 사측에선 경영 악화 이유를 내세웠지만, 김 씨는 앞서 2006년에 회사 내 차별, 악습을 없애고 권리를 찾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이 사측에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김 씨와 함께 일하던 100여 명의 노동자는 갑작스레 거리로 나앉았다. 기타제조 업체인 콜텍의 모기업 콜트악기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시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김 씨와 1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 것이다. 부당한 조치라며 소송에 나섰고, 2009년 서울 고등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2012년 대법원이 사측의 정리해고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정당한 일이라며 원심 판결을 뒤집어 버렸다.

시간이 지나 양승태 사법농단 연루 사건이었던 게 밝혀졌지만, 당시 대법 판결에 따라 결국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덧 국내 최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란 꼬리표를 달게됐다.

# 해고승무원 김승하 씨(전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2004KTX 1기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사측은 승무원들에게 지금은 계약직이지만, 나중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고 약속했다. 그를 비롯한 사회초년생이던 승무원들은 그 말을 무조건 믿었다.

그러나 철도청은 승무원들의 소속을 계속 변경시키며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았다. 결국 승무원들은 200631일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그러자 사측은 파업에 나선 여승무원 280여 명을 해고시켰다. 이 때부터 지루한 싸움이 시작됐다. 삭발도 하고 단식도 했다. 쇠사슬 투쟁을 하며 20대를 거리에서 보냈다. 김 씨는 “1달 정도 하다가 끝나겠지 했는데 12년이 흐를 줄 몰랐다고 했다.

해고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승무원들이 이겼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이 갑자기 원심을 파기하고 승무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양승태 사법농단이 연루돼 있었다. 설상가상 여승무원들이 1·2심 승소판결로 받은 임금도 환수조치 됐다. 그 금액만 1인당 1억 원 가량. 이를 비관한 몇몇 친구들은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스텔라데이지호20173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가다 남대서양에서 침몰됐다. 아이러니하게 그날은 수면 위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날이기도 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 있던 24명의 선원 중, 윤미자(박성백 일등항해사 어머니이영문(허재용 이등 항해사 어머니)씨의 아들을 포함한 22명은 여전히 차가운 바다 안에 있다. 곧바로 실종자 가족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심해 수색과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를 ‘1호 민원으로 접수한 문재인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됐고, 정부는 지난해 2월 사고발생 2년 만에 심해 수색을 진행됐다. 그러나 수색은 별다른 성과 없이 9일 만에 종료됐다. 더 화가 나는 건 수색 당시 유해로 추정되는 사람 뼈 등이 발견됐지만, 수색 업체는 과업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해를 바다 속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가 언제 일어났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관심 갖지 않는다. 아직도 내 가족은 사고 발생 1000여 일 가까운 지금까지 남대서양 어딘가에 있다.

부처님을 만나다

이들이 괴로움 속에 허덕이고 있을 때, 아픔을 어루만지며 희망을 건네준 건 다름 아닌 스님들이었다.

2012년부터 콜텍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 기도회, 1인 피켓시위, 문화제 등을 진행한 사회노동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건 지난해 2.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7시간 연속 기도회를 정기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스님들의 간절한 염불기도 덕분에 요지부동인 사측은 협상테이블을 열었다. 결국 그 해 4월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했다. 13년 만에 노사가 합의하는 순간에도 스님들은 콜텍 본사 앞에서 7시 간여 동안 염불 기도를 하고 있었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복직 합의에도 스님들이 앞장섰다. 해고 승무원 문제가 사회적 고통으로 급부상됐던 지난 2015년부터 사회노동위는 이웃종교·노동단체들과 함께 ‘KTX해고승무원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책 마련에 힘썼다. 108배 정진, 오체투지, 법회 등 불교적인 방법으로 정성을 보탰다. 20187,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던 KTX 해고 승무원 문제도 풀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스텔라데이지호는 스님들 덕분에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지난해 6월부터 외교부 청사 앞에서 매주 2회씩 기도회에 나섰다. 스님들의 간절한 염불기도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스텔라데이지호 사태를 알게 됐다. 묵묵부답이던 외교부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하나 둘 관심을 갖고 취재에 나섰다. 그렇게 스님들의 기도는 무더운 여름에 시작해 칼바람이 부는 겨울까지 50차례나 이어졌다.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다행스럽게 콜텍도 해결됐고, KTX 문제도 풀렸다. 해고자였던 김경봉 씨는 정년을 맞이해 지금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한다. KTX 해고 승무원이었던 김승하 씨는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지금은 분당선 한티역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함께 복직투쟁을 했던 승무원 친구들도 지난 1231일부로 복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스텔라데이지호는 그대로다. 얼마 전 열린 정기국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내년도 예산은 단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침몰 원인 규명도,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날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 목소리로 종단과 스님들의 정성스런 마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어머니들은 국민들과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들을 찾아와 따뜻한 위로를 건네 준 건 조계종 스님들 밖에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실종자 어머니들은 우리처럼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잊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또 다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길 바라는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김경봉 씨와 김승하 씨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불교의 역할을 당부했다. “큰 도움을 받아 놓고 바라는 점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지만, 불교와 종단이 충분히 고민해볼만 한 내용들이었다. 김승하 씨는 무수히 발생하는 갈등상황에서 불교가 사회적 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부탁했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는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반면 김경봉 씨는 지친 이들에게 쉼과 위안을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많은 노동자들은 극심한 심리적 불안감 등 심신이 지쳐있고 각종 질병에도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친 노동자들을 위로해주는 템플스테이와 명상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해 많은 이들이 불교의 품 안에서 쉼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약자의 아픔을 보듬고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 것. 우리 불교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해 보였다.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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