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신년 특집
‘어린이 포교는 불교의 미래’
실천도량을 가다 - 김해 동림선원


토요일 여는 은암명상학교
평균 20여명 학생 방문해

명상 관심 높은 부모 충족
아이에겐 재미 즐거움 제공

어린이 청소년 포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포교의 황금어장’으로 일컫는 군 포교와 함께 한국불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해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어린이포교를 위해 애쓰는 사찰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저출산을 꼽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왜 교회에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넘쳐나는가’라는 의문에 ‘저출산’은 속 시원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어린이 포교문제에 해법은 없을까? 어린이 포교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사찰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 이번 기획이다.

동림선원 은암명상학교는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다. 사진은 명상실에서 행복명상에 빠진 아이들과 명상지도법사 천조스님.
동림선원 은암명상학교는 입소문을 통해 찾아오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다. 사진은 명상실에서 행복명상에 빠진 아이들과 명상지도법사 천조스님.

어린이 포교를 잘 하는 사찰을 수소문했다. 당장 떠오른 곳은 사단법인 동련. 종단의 어린이포교를 이끌고 있는 단체로서 사정에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여러 사찰을 추천받았고 그 가운데 고른 곳이 김해 동림선원이다.

동련 이사장 신공스님의 절이기도 하다. 동련을 대표하는 스님의 절이니 당연히 어린이 포교도 잘해야 했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생각을 품고 찾은 동림선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린이 포교 잘하고 있었다.  

지난 12월7일 경남 김해시 대청동에 위치한 동림선원은 여느 사찰과는 많이 달랐다. 택시기사조차 처음에는 절을 찾지 못했다. 내비게이션은 분명 여기라고 하는데, 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절은 있었다.

너른 대지 위에 솟은 3층짜리 현대식 건물이어서 우리의 선입견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도심포교당과 같은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지만, 이곳은 산과 들, 냇가 등 자연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절 공간인 것도 특이할만하다. 

동림선원은 매주 첫째 주와 셋째 주 토요일 오전10시30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름하여 ‘은암명상학교’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이들은 사찰 2층에 위치한 설법전으로 찾아 들었다.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나절에 생각보다 먼 거리의 사찰을 아이들이 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이날 명상학교에 참석한 아이들은 16명. 아이들을 보살피는 봉사자의 “오늘은 추워서 그런지 평소보다 적게 왔네요. 항상 25명 남짓은 됐는데…” 더 많은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하는 목소리에선 자긍심이 묻어났다. 

명상학교를 이끄는 교사는 스님이다. 천조스님은 명상지도법사다. 명상이라는 주제로 모였지만 불연을 심어주는데도 열심이다. 아이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배워 세상에서 좀더 밝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날도 스님은 초심자(신입회원)를 위해 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합장의 의미를 설명하고, 예의 바른 사람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명상학교는 행복명상과 레고명상을 했다. 행복명상은 동림선원 3층 명상실에서 진행됐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아이들은 익숙한 듯 좌복에 앉더니 제법 자세를 잡았다. 이윽고 천조스님이 “행복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웃는 것이요” “신나는 건가?” “재밌는 거요” “마음이 들떠요”….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올 한해 나에게 가장 많은 행복을 준 사람은?” 답변을 듣지 않고 스님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 분이 행복하도록 기도합시다. 행복하세요.” “혹시 다른 생각이 들면 무시하고 다시 그것만 생각하세요.”

바른 자세로 앉은 아이들이 곧장 참선삼매에 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한 사람과 그 사람이 행복하도록 기도하는 것.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화두다. 스님은 아이들이 참선하는 동안 주위를 돌며 마음을 집중할 수 있도록, 몸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5분이 지났을까. 스님은 명상을 멈추게 하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누가 여러분을 행복하게 했나요?” “친구요” “엄마” “동생” “아빠” “부모님” 대답도 다양했다. 아이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계속 재밌게 잘 놀아주길” “어른이 돼서 돈 많이 벌기를” 바랐다.    
 

레고 명상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레고 명상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 명상 프로그램은 ‘레고 명상’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장난감 블록을 조립하는 것이 과연 명상이 될까. 아이들은 자신들이 조립할 블록을 선택하는 것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블록을 조립했다. 이때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침묵’,

아무 말 없이 해야 한다. 물론 지키기 쉽지 않지만, ‘묵언’하며 자신의 마음을 레고에 투영한다. 다 만들고 나면 자신이 만든 것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표현한다. 완성된 블록은 “세상을 지키고 착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히어로”가 되고 “우리 가족과 이웃이 함께 사는 행복한 동네”가 되기도 한다.

레고 명상을 재밌어 하는 건 아이들의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명상학교에 와서 가장 초롱초롱하게 눈이 빛나는 순간이 바로 레고 명상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 마음도 바빠졌다. “스님, 밥 먹고 와서 또 해도 되죠?” 

동림선원 명상학교는 아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명상은 5분을 넘기지 않고, 같은 행동도 2~3분 이상 하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스스로 생각하고 얘기하는 시간도 넣는다. 아이들이 토요일임에도 절에 오는 걸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아이들이 명상학교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명상학교는 지도법사 스님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 이날도 6명의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했다. 보조교사격인 명상학교 자원봉사자들은 사실 아이의 부모들이다. 지도법사 스님을 도와 매번 6~7명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한다. 부모들도 명상 교육을 받는다. 절에서만 아니라 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명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이들에게도 사찰은 신나는 놀이터이자 삶의 일부를 차지하는 공간이 됐다. 이지승(15, 김해 장유중2)군은 “처음에는 엄마가 가라고해서 억지로 왔는데 벌써 1년째 오고 있다”며 “집에 있으면 휴대전화만 볼 텐데 여기에 오면 생각도 깊어지고 마음도 차분해져 유익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절에 온지 이번이 두 번째라는 초심자 황유영(10, 김해신안초3)양은 “절에 오는 게 재미있다”며 “레고 명상이 제일 재미있다”고 밝게 웃었다. 아이들은 “내년에도 계속 오겠다”고 입을 모았다.

명상지도법사 천조스님은 “아이들이 주말에도 학원을 다닐 정도로 놀 시간이 없는데 절에 오는 시간이라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나중에 커서 인생의 힘든 순간에 어린 시절 배운 명상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나서도 집에 가지 않고 다시 설법전으로 올라와 레고를 조립했다. 동림선원의 첫 인상이 밝고 맑았던 이유는 사찰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동림선원은 현대 건축양식에 카페 등 주민 친화적인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동림선원은 현대 건축양식에 카페 등 주민 친화적인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How? Knowhow! 
동림선원의 포교 비법

“지인의 소개로…” 입소문의 저력

동림선원은 창건한지 1년 반 정도밖에 안된 신생사찰이다. 그래서 아직 신도들이 많지 않다. 초하루 법회에는 100여명이 최대 인원이다. 그런데 명상학교에는 아이들이 많으면 30명씩 찾으니 대단하다고 할밖에.

영화가 대박 나려면 ‘입소문’이 중요하다. 입소문은 잊혔던 것들을 다시 ‘역주행’시켜 인기를 끌게 하는 초능력(?)을 발휘한다. 동림선원 은암명상학교도 그랬다. 그렇다면 동림선원은 왜 입소문이 났을까. 명상이 사회적인 트렌드라는 사실이 여기서 증명된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명상학교에 보내고 있는 양연미(43, 김해 장유동)씨는 불교신자가 아니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동림선원을 알게 됐다는 양 씨는 “게임이나 휴대전화에 노출이 많은 아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명상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며 “사찰 주변 자연환경도 좋고 명상 프로그램도 좋아 불자는 아니지만 주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상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은 명상프로그램이 필요해 동림선원을 찾았다가 반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명상하는 곳에 보내고 싶었는데 절이 그걸 해주니 오히려 고맙다는 얘기다. 게다가 일부러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서 동림선원이 제공하는 명상프로그램이 ‘무료’라는 메리트는 정말 매력적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동림선원은 일찌감치 청소년포상제 운영기관으로 등록해 명상학교 프로그램에 도입, 시행해왔다.

명상을 통한 인성 교육 및 신심의 건강을 함양할 수 있는데다 미래 학업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 등 여러 활동을 공공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을 수 있으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가 있다. 현대식 건물과 편리한 시설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동림선원 주지 신공스님은 어린이 포교는 ‘장기투자’ 상품(?)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10년을 꾸준히 투자해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저출산이 어린이포교 저조의 원인이라는 일부 진단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그런데도 왜 교회에는 아이들이 많나요?”

신공스님은 “포교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사찰이 많다”며 “지도법사와 교사 양성,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등에 종단이 관심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 없는 불교의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동림선원은 포교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해=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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