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불교신문 창간 60주년 특집’
서울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미륵대불 불사 40년 만에 회향
거사림회, 남성합창단 창립시켜
남성불자 참여 확대 신행 변화

‘봉은역사공원’ 단계별 추진
전통문화 체험관 범종루 비롯
매화당 운하당 화장실 신.개축

신도보시금 의존도 낮추려고
사업팀 신설해 수익모델 구상
수익금은 신도와 사회에 환원

40여 년 동안 봉은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각종 규제를 해결하고 ‘봉은 역사공원’ 대작불사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지난 2015년 주지 소임을 맡은 이래 스님은 도심 속 전통사찰로서 봉은사의 사격을 높이고, 봉은사를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불자와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줬다. 기해년을 마무리하고 경자년 새해맞이 준비에 한창인 지난 12월10일 봉은사 다래헌에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불심을 일구고 있는 주지 원명스님을 만났다. 불교신문과 마찬가지로 올해 환갑을 맞은 원명스님은 “불교신문 창간 60주년을 축하하며 지금처럼 정론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법문을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주지 소임을 맡은 이래 원명스님은 도심 속 전통사찰로서 봉은사의 사격을 높이고, 봉은사를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불자와 시민들에게 돌려줬다.  신재호 기자
지난 2015년 주지 소임을 맡은 이래 원명스님은 도심 속 전통사찰로서 봉은사의 사격을 높이고, 봉은사를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불자와 시민들에게 돌려줬다. 신재호 기자

봉은사 주지 소임을 맡은 지난 5년간 원명스님은 많은 일을 해냈다. 지난해 6월 전 주지 영암스님이 추진했던 미륵대불 원불봉안 불사를 40여 년 만에 회향했다. 뿐만 아니라 신도교육을 강화해 불교대학과 불교대학원, 경전학교 등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교리를 지도하는 것 외에 다도, 불화, 꽃꽂이, 해금, 사진반, 사찰음식교육 등 문화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또 신도조직 다변화를 추진했다. 법조계, 의료계, 교육계, 방송계, 예술계, 사업과 일반에 이르는 등 사회 각계각층 남성불자들이 대거 참여한 거사림회를 창립, 여성불자 중심의 사찰신행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남성합창단을 창립함으로써 소년소녀합창단, 청년합창단, 어머니합창단, 연화합창단 등 연령별 합창단을 조직한 것 또한 눈에 띈다.

체계적인 신도교육, 신도들의 활발한 신행활동은 봉은사 가람정비와 중창불사가 원만하게 이뤄지는 원동력이 돼줬다. 원명스님은 ‘봉은역사공원’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단계별로 추진해 왔다. 전통문화체험관 두 동을 세운데 이어, 템플스테이 체험관, 범종루 개축불사를 끝냈다. 3단계 사업으로 매화당을 새로 짓고, 요사채 운하당 신축, 화장실 개축, 불교용품 등을 판매할 서래원 개축과 석축개축이 진행 중이다.

원명스님은 “역대 주지 스님들이 규제를 풀기 위해 애써온 노력들이 바탕이 돼 봉은사가 일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71년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후 봉은사는 법적 규제 때문에 지난 40여 년 동안 어떤 불사도 할 수 없었다.

규제에 묶여서 불사하기는 어려운데, 스님들이 생활하고 불자들 신행활동할 공간이 필요하다보니 부득이하게 가건물이나 천막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원명스님이 주지로 취임할 당시에도 대웅전을 포함한 15동 건축물이 무허가였을 정도로, 불사를 위한 인허가 받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2013년 서울시 조례가 개정되면서 봉은사 내 건축이 가능해졌다. 강남구청과 논의해 기존의 가건물을 철거하고, 무허가 건물을 양성화 했다. 봉은사와 차로 1시간 거리인 강원도 지역에 500평 크기 창고를 세우고, 천막과 가건물 안에 보관 중이던 살림살이를 옮겼다.

빈 공간 안에는 스님들이 머물 공간과 불자들 신행공간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전까지 서래원과 화장실 개축과 운하당 신축을 마무리할 것이다. 지하정비도 추진한다. 혼재돼 있는 빗물, 오수, 상수, 전기, 전화, 가스, 소방수도, 통신광케이블을 정리해 지중화하고, 도면을 만들 계획이다.

불사를 하면서 스님은 “재원을 마련하는 것보다 인허가 과정이 더 힘들고 복잡했다”고 토로했다. 문화재위원회 문화재현상변경 심의와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받는데, 두 곳 의견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조율하는데 많은 공을 쏟아야 한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닌, 전통사찰로서 봉은사의 가치가 보존되고, 많은 사람들과 향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대작불사를 추진하면서 스님은 신도들 보시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봉은사 주지 소임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 스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는 사찰재정 다변화였다. 탈종교화시대 불자는 감소하고, 신도들 보시도 점차 줄어드는 형국이다. 스님 머릿속에는 항상 사찰재정을 탄탄히 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차문화체험관 연회다원을 명소로 만든 것도 이런 노력이다. 맛있는 전통차와 커피 등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외에 봉은사 마당과 코엑스가 보이는 전경 덕분에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시민과 관람객들로 늘 북적인다. 신도들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바루’ 또한 마찬가지다. 재무국 산하에 사업팀을 신설해 연등을 비롯해 염주, 단주 등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옴으로써 삼보정재를 아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부처님오신날 전 완공될 서래원은 봉은사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명스님은 “서래원은 사업을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라 국비지원도 받지 않았다”며 “염주, 단주나 법복, 불서 외에도 다양한 불교용품들을 팔고, 조계사 ‘승소’를 벤치마킹해 국수 등 먹거리, 커피와 빵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꽃집도 운영하고, 100%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도 팔 생각이다. “조선시대 때 봉은사는 ‘조포사’로 스님들이 선릉을 지키면서 제사 때 쓸 두부를 만들었다”며 “역사와 전통을 떠올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두부를 만들어서 팔 것”이라고 말했다.

원명스님은 “사찰에서 물건을 사주는 것만도 보시”라고 강조했다. 신도들 입장에서는 스님이 품질을 보증하니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믿고 살 수 있고, 판매수익까지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회향되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사찰이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금은 신도들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공적인 일에 환원하면서 선순환작용이 이뤄지는 것이다.
 

다래헌에서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신재호 기자
다래헌에서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나눔과 보시로 지역과 소통하는 한편, 스님은 도심포교를 책임진 주인공으로서 전통문화를 매개로 한 불교대중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불교무형문화재 보존과 전승에 대한 원명스님의 노력과 열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 동해 삼화사 주지 당시 수륙재를 복원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까지 이끈데 이어, 봉은사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생전예수재를 서울시무형문화재로 등재시켰다.

“많이 배울수록, 자산가일수록, 편안할수록 사람들은 종교와 멀어지는 반면 문화와는 가까워진다”고 강조한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이 좋은 것은 알지만,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문화를 매개로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불교가 전승해온 건축기법은 물론 의례와 그림, 조각 등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도도 대표적인 전통문화다. 일례로 차문화에 관심이 많아 배우고 싶어 사찰을 찾았다가 불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봉은사를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한복이나 국악에 호기심을 갖고 좋아한다. 불교가 가진 장점 즉 문화를 매개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피력한 스님은 남녀노소를 떠나 전통문화를 알고 즐길 수 있는 교육과 정책이 병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경자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신행활동하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동안거 기간 동안 위례 상월선원에서 목요일 오후2시마다 <신심명>을 강의 중인 스님은 <신심명>에서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이란 구절을 얘기했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가려서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는 의미다.

우리가 물건 살 때야 선택할 수 있지만, 살면서 너는 좋고, 너는 싫다고 구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것저것 분별하다보면 삶이 더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스님은 “분별과 선택, 좋고 나쁘다는 구분이 우리 삶을 병들게 한다”며 “부처님 말씀처럼 모두 공으로 돌아가며, 모든 존재는 하나이듯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명스님은 “우리가 수행하고 기도할 때 마음속에 중도사상을 갖고 차별 없이 너와 내가 하나라는 마음으로 살 때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다”며 “이치를 제대로 알고 수행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막연히 기도하지 말고 신심명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정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부처님 말씀을 잊지 않고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살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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