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이의 새 친구

김두경

금동강으로 이사 온 지 일주일째다. 동그스름한 산, 가장자리만 언 강, 한결 부드러운 겨울바람. 시베리아와는 다른 낯선 풍경이 이제 좀 눈에 익는다. 첫 이사라 걱정했지만 먼 거리를 무사히 날아왔다.

“얘들아, 오리 아닌 다른 동물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엄마 말에 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속마음은,

‘같은 청둥오리만 만나라고? 하여간 엄마들은 고리타분하다니까. 난 새 친구를 사귈 테야. 이것저것 다 따지고 어떻게 친구를 만들어? 그 길고양이만 빼고.’

그저께 다리 밑을 헤엄칠 때였다. 강변에 있던 길고양이가 말을 걸어왔다. 하얀 줄무늬의 황갈색 고양이였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에 새침한 인상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체 영악한 것으로도 유명하니 난 들은 체도 않고 날아올랐다. 그런 애들은 처음부터 상대하지 않는 게 낫다.

강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걷다가도 작은 다리를 건널 때면 멈춰 서서 물속을 들여다보곤 했다. 한 여자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어머, 저게 뭐야? 수달인가? 귀여워.”

‘수달? 수달은 한 번도 못 봤는데.’

난 여자가 쳐다보는 곳을 눈으로 좇았다. 짙은 밤색에 덩치가 큰 수달이 있었다. 물에 젖은 털이 반질반질했다. 오물거리는 작은 입과 동그란 눈이 귀여웠다. 난 천천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수달아.”

수달이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청둥오리네? 반갑다.”

생긋 웃는 수달의 앞니에 눈이 갔다.

“넌 입안에다 물풀을 키우니?”

말뜻을 알아채고 수달은 앞니에 걸린 물풀을 빼냈다.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수달 ‘뉴스’와 난 금세 친해졌다. 뉴스는 내가 바라던 새 친구에 딱 맞았다.

“너 정말 땅 잘 파는구나!”

내가 감탄하면 뉴스는 강둑을 파던 앞발을 들며 방긋 웃었다.

“천둥아, 저기 가보자.”

뉴스를 따라 강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늘 새로운 장소에 가고 색다른 놀이를 하며 매일 붙어 다녔다. 하루는 뉴스가 하늘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날갯짓 소리와 함께 커다란 새가 막 내려앉는 참이었다.

아! 이제껏 본 새 중 제일 근사했다. 커다란 회색 날개, 쭉 뻗은 목과 부리, 반짝이는 눈을 돋보이게 하는 까만 댕기깃까지.

“오랜만이구나, 뉴스. 처음 보는 친구네?”

“얘는 천둥이에요. 천둥아, 인사해. 왜가리 아줌마야.”

하얗고 긴 목을 따라 올려다보니 엄마보다 세 배는 커 보였다.

“와! 진짜 멋지세요.”

“후훗, 좋게 봐줘서 고마워. 너는 아주…… 연하구나.”

“아, 청둥오리는 어른이 돼야 색이 선명해져요.”

“그렇구나, 반가워. 자주 보자꾸나.”

왜가리 아줌마는 몸짓 하나, 말 한마디까지 우아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엄마 말만 들었으면 이런 멋진 친구들을 못 만났을 거다. 신나게 놀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집으로 갔다. 엄마가 벼르고 있었다.

“천둥아,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얼마나 걱정했다고.”

“엄마, 저도 클 만큼 컸다구요. 이제 다 알아서 해요.”

“뭐?”

엄마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새 친구들과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노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좋았다. 혼자 있을 때도 웃음이 날 정도였다. 어느 날, 실컷 놀고 나서 강물을 타고 집으로 가던 때였다.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고양이였다.

“또 너니?”

자꾸 말을 거는 길고양이가 귀찮았다.

“걔가 수달인 줄 알아?”

“쳇! 수달이 아니면 뭐 개야? 고양이야?”

“뉴트리아야.”

“뭐? 뉴……트리아? 그게 뭔데?”

“아는 게 통 없네. 뉴트리아는 이곳을 엉망으로 만드는 놈이야. 어디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데 먹성이 엄청나. 풀이며 곡식, 열매도 모자라 곤충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고. 흙을 파서 둑에 구멍까지 내지. 뉴트리아는 극도로 위험한 괴물 쥐야!”

“뉴스가…… 괴물 쥐라고? 그, 그럴 리가 없어!”

순간 뉴스가 땅을 파던 앞발이 생각났다. 안 좋은 생각을 떨치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너! 왜 내 친구를 나쁘게 말하는 거야? 다시는 나한테 말 걸지 마!”

밤새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뉴스가 하던 행동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난 집을 나섰다. 뉴스에게 직접 묻기 위해서다.

“맞아. 난 뉴트리아야.”

놀랍게도 뉴스는 망설임 없이 바로 실토했다.

“왜 거짓말했어?”

“거짓말하지 않았어. 수달이라고 먼저 말한 건 너야. 솔직히 말하면 뉴트리아를 다들 나쁘게 보니까 굳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뿐이야. 괜히 선입견 가질 필요 없잖아.”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유감이야.”

뉴스의 말을 듣고 나니 더 혼란스러웠다. 뉴스는 이런 일에 익숙한 것 같았다. 그때 다리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어! 저거 뉴트리아잖아? 으윽, 징그러워!”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난 왜가리 아줌마를 찾아갔다.

“아줌마, 뉴트리아가 정말 나쁜 동물인가요? 길고양이 말이 맞는 거예요?”

“오, 천둥아. 모든 소문이 다 옳은 건 아니란다. 뉴트리아도 원래 살던 데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 사람들이 마음대로 데리고 와서는 쓸모없어지니까 괴물 쥐 취급을 하는 거야. 먹이 먹고 새끼 낳고 살았을 뿐인데 그 수가 너무 늘어난 탓이지.”

왜가리 아줌마는 목을 꿀렁이더니 말을 이었다.

“애초에 이곳에 살 동물이 아닌데, 따지고 보면 뉴트리아도 피해자란다.”

뒤죽박죽이었던 마음이 한결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래, 사람들이 나쁜 거야. 뉴스가 얼마나 좋은 친군데? 좀 많이 먹으면 어때서? 나한테 잘해주면 그만이지.’

왜가리 아줌마가 기다란 목을 다시 한번 꿀렁였다. 아줌마는 성큼 한발 다가오는가 싶더니 강변 쪽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길고양이가 우리를 쳐다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왜가리 아줌마가 낮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길고양이가 너와 뉴스를 이간질하는 것 같구나.”

난 길고양이를 흘겨보았다. 역시 길고양이는 상대하면 안 되는 거였다. 또 말을 걸면 귀를 닫아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 길고양이와 마주쳤지만 난 도저히 귀를 닫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지금 뉴트리아를 잡으러 왔어.”

“뭐?”

몸이 사정없이 떨렸다.

“어떡해? 어떡해야 하지?”

길고양이가 가리키는 곳에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있었다. 새장 같기도 하고 우리 같기도 한 철망을 들고 있었다. 긴 막대에는 천이 펄럭였다. 길고양이가 천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생태계 교란종 뉴트리아 소탕 작전.”

내가 안절부절못하자 길고양이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난 떨리는 날개에 잔뜩 힘을 주었다.

“뉴스한테 알려야 해!”

난 뉴스를 찾아 정신없이 날아갔다. 사람들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스! 어디 있어? 뉴스!”

뉴스가 보이지 않았다. 둘이 자주 가던 곳 여기저기를 눈을 부릅뜨고 찾아다녔다. 우거진 수풀에서 풀을 뜯는 뉴스가 보였다. 난 쏜살같이 하강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뉴스! 사람들이 널 잡으러 와! 어서 피해!”

내 말을 듣자 뉴스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사람들이 못 찾는 곳, 뉴스가 잘 가지 않는 곳에 숨어야 해!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금동강이 익숙하지 않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쪽이야!”

길고양이가 강기슭을 따라 뛰어오며 소리쳤다. 생각하고 말고 할 겨를도 없었다. 우리는 기를 쓰고 길고양이를 따라갔다. 길고양이는 강둑을 넘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내려갔다. 강보다 그쪽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강둑 아래 움푹 파인 구덩이 속에 뉴스를 숨겼다. 그리고 구덩이를 낙엽으로 덮었다. 덤불 숲이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뉴스는 소탕 작전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칠 대로 지쳐 집에 들어가니 엄마가 다짜고짜 언성을 높였다.

“천둥아, 너 뉴트리아랑 왜가리랑 같이 논다던데? 정말이니?”

“아이참, 제 친구들이에요! 엄마가 걱정하는 그런 나쁜 애들 아니라구요.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요.”

“위험한 애들이야!”

“엄마 마음대로 판단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요!”

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느새 이사 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뉴스는 갈수록 식탐이 늘었다. 먹이를 찾는다며 오리가 사는 곳까지 휘젓고 다녔다. 새들의 먹이까지 부족했다. 동생들도 배고프단 말을 자주 했다.

난 강가에 앉아 건너편에서 먹이를 찾는 뉴스를 바라보았다. 문득 제 생각만 하는 뉴스가 얄밉게 느껴졌다. 길고양이가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강을 건너다보았다.

“뉴트리아가 다 먹어치우는 거야.”

길고양이의 말대로였다. 강에 있는 먹이는 뉴스가 싹 쓸어가는 것 같았다. 길고양이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더 보탰다.

“왜가리를 조심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넌 맨날 남 헐뜯기나 하니?”

뜬금없는 험담에 기분이 상했다. 게걸스레 먹는 뉴스도 못마땅했다. 이래저래 속상한 마음에 높이 날아올랐다. 한적한 강가에 내려앉아 생각에 잠겼다.

“혼자 있네? 연한 청둥오리.”

왜가리 아줌마가 목을 꿀렁이며 다가왔다.

“아줌…….”

말을 하는 순간 왜가리가 내 목을 확 낚아채려고 했다. 난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아니, 왜!”

정신이 아득했다.

“오! 제법 잽싼데?”

오싹한 목소리에 온몸이 덜덜덜 떨렸다. 왜가리가 다시 공격해 왔다. 피할 곳도 없었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무언가가 카르랑 소리를 내며 내 몸을 밀쳐냈다. 길고양이였다!

“이런, 제길! 저놈의 고양이 때문에 또 맛있는 걸 놓쳤잖아! 에잇!”

왜가리는 욕을 하며 날아가 버렸다.

“내가 조심하랬잖아! 왜가리는 너 같은 새끼 오리를 제일 좋아한다고! 목 꿀렁대면서 군침 삼키는 거 못 봤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속아?”

“나, 난 상상도 못……, 고마워.”

두려움이 온몸을 덮쳐왔다.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쓰러질 듯 힘없이 뒤돌아서는데 뉴스와 눈이 탁 마주쳤다. 뉴스는 입을 오물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어떻게! 내가 죽을 뻔했는데도 저렇게 무심할 수가 있지? 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집으로 돌아온 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온통 엉켜버린 머리를 날개 속에 숨기고 흐느껴 울었다. 엄마가 다가와 따스한 날개로 감싸주었다.

“흑흑, 뉴스도 왜가리도 친구인 줄 알았는데…….”

“천둥아, 너한테 잘해준다고 해서 진짜 친구는 아니야. 좋을 때 잘해주는 건 어렵지 않거든.”

“아무도 못 믿겠어요. 진짜 친구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예요?”

엄마는 내 눈을 지그시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진정한 친구는 네가 힘들 때 곁에 있는 친구 아닐까?”

길고양이가 떠올랐다. 첫인상 때문에 멀리했던 길고양이는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다. 선입견이 있었던 건 오히려 나일지도 모른다. 엄마 말은 다 틀렸고 그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 것도, 길고양이는 피하고 봐야 한다는 것도, 나한테 잘해주는 친구들은 무조건 좋은 애들이라는 것도…….

겨우내 연했던 깃털 색이 한층 짙어졌다. 봄이 다가왔고 우린 곧 추운 곳으로 떠나야 했다. 이사 가는 날 아침, 난 길고양이를 찾아갔다.

“그동안 왜 나를 도와준 거야?”

길고양이는 싱긋 웃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

“뭐?”

“어른들이 비슷한 친구들과 놀라고 했지만 난 새 친구를 사귀고 싶었거든.”

길고양이가 나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어려울 때 도와주면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길고양이가 쑥스러운 듯 말을 흐렸다. 올라간 눈이 유난히 맑아 보였다.

“정말 고마웠어. 그런데 나 이제 떠나. 겨울에 다시 올 거야.”

“그래……. 조심히 가.”

길고양이는 아쉬운 얼굴이었다. 나는 날개를 펼치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음에 만나면 우리 친구 하자!”

난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고 재빨리 날아올랐다. 길고양이가 봄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 동화부문 당선 소감 / 김두경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동화 쓰겠다”

김두경

전화를 끊고 금호강으로 달려갔다. 늘 산책하는 그곳에는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긴 천둥이, 차가운 물 속으로 자맥질하는 천둥이, 날개를 파닥이며 비상하는 천둥이들이 있었다. 난 사랑스러운 청둥오리들을 향해 벅찬 소리로 외쳤다.

“고마워! 천둥아!”

물론 마음속으로.

힘들었던 올 한해의 마지막, 진흙에서 솟아난 연꽃처럼 당선 소식이 피어났다. 공교롭게도 생일날 날아든 낭보는 그 어떤 선물보다 반가웠다.

“또! 또!”

입에 단내가 날 지경인데도 계속 책을 읽어달라던 두 아들. 키가 자랄수록 아들들은 동화에서 멀어졌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나도, 쓰고 싶다.’

중학교 시절 잠깐 짝사랑하던 국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작문숙제를 공들여 했을 뿐인데 극찬을 받았었다. 칠순 노인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해서 쓴 <자화상>이라는 글이었다.

“넌 작가가 되면 좋을 것 같구나.”

웃어넘긴 국어 선생님의 그 말이 이십여 년을 돌아 내 안으로 흘러들어온 순간이었다.

어떤 가르침도 없이 순전히 동화에 대한 열망만으로 뭉친 자급자족 모임 별별씨에서 짓고 쓰고 나누며 동화를 알아갔다. 그 사이 세상에 선보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였고, 말랑말랑하던 두 아들은 탄탄한 사내가 되어 어느덧 중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동화를 쓰고 싶다. 재미가 있어야 책장을 넘기고 그래야 그 안에 숨겨둔 맛과 뜻의 울림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숨긴 것을 찾아내 주신 불교신문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신 부모님,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들과 길동무인 별별씨, 특히 언제나 무한한 응원을 보내주는 남편, 고마워요. 엄마의 도전과 열정이 약간의 ‘찌릿’한 자극이 되기를 바라며 사랑해, 건·선.”

내가 태어난 수십 년 전 오늘, 당신 딸의 산후조리를 하시다 얼음판에 미끄러지셨는데도 멀쩡하셨다던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가 생각나는, 그런 오늘이다.

 


■ 동화 부문 심사평 / 방민호 서울대 교수

“구체적인 이야기의 아름다움 중시했다”

방민호

<불교신문>의 동화 신춘문예는 해마다 좋은 작품이 배출된다. 하나의 전통을 이루었다고 해도 좋지 않은가 한다. 이번에도 응모작 가운데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선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응모작들 가운데 <천둥이의 새 친구>, <푸석바위와 기도>, <미니어처가 된 아이>의 세 작품을 일차적으로 선별했다. 작품별로 하나하나 자세히 살폈다. 동화는 대상 연령 폭이 넓다. 특정한 연령 대상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작품이 겨냥한 대상에 맞게 잘 썼는지 보았다. 관념적이지 않은, 구체적인 이야기의 아름다움 쪽을 ‘후하게 치려 했다.’

<천둥이의 새 친구>는 청둥오리며, 왜가리, 수달, 뉴트리아, 길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우화다.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가 하는 단순한 주제를 동물들 이야기로 꾸몄다. <푸석바위와 기도>는 불교 동화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은 푸석바위도 그것대로 가진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바위 종류가 이렇게 제각각임을 알 수 있게도 해준다. 마지막 <미니어처가 된 아이>는 조금 더 어렵다. 현실 문제를 불교의 깨달음에 연결지으려 노력했다.

문장의 정갈함에서는 <미니어처가 된 아이>, 주제 전달 측면에서는 <푸석바위와 기도>, 동화로서의 동적인 재미에서는 <천둥이의 새 친구>가 각기 좋았다. 마지막 선택은 <천둥이의 새 친구>다. 구체적인 움직임과 변화가 주는 ‘이야기성(性)’에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나 다른 두 분도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한편, 이번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작은 내지 못했다. 평론 또한 글쓰기의 한 ‘양식’이다. 이는 그 나름대로 ‘쓰는 법’이 있어, 내용 이전에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형식의 자유로움을 인정하고 권장하지만 그 형식 이전의 것은 어렵다.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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