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신년 특집’
장애불자모임 보리수아래
‘꽃과 별과 시’ 음반 발표


공모사업 연기로 차질 빚어
화계사, 진흥원 등 후원에
회원들 십시일반 정성 보태
작곡가들도 재능기부로 동참

장애불자모임 보리수아래가 회원들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음반 ‘꽃과 별과 시’를 제작 발표했다. 이번 음반은 장애시인들의 문화예술 활동 저변 확대를 위해 제작됐으며, 총 11곡이 수록됐다. 사진은 ‘꽃과 별과 시’ 제작 발표 콘서트에 참가한 보리수아래 회원들.
장애불자모임 보리수아래가 회원들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음반 ‘꽃과 별과 시’를 제작 발표했다. 이번 음반은 장애시인들의 문화예술 활동 저변 확대를 위해 제작됐으며, 총 11곡이 수록됐다. 사진은 ‘꽃과 별과 시’ 제작 발표 콘서트에 참가한 보리수아래 회원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질병, 경제적 빈곤, 취업난 등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셀 수도 없다.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나 잘못된 편견과 그릇된 사회적 인식도 장애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영화나 공연 등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지극히 제한적이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매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장애불자들의 모임 보리수아래가 그 주인공이다. 보리수아래는 회원들의 시에 곡을 붙여 시노래음반 ‘꽃과 별과 시’를 제작 발표했다.

담백하고 진솔한 회원들의 시가 아름답고 잔잔한 선율을 만나 노래로 탄생했다. 12월20일 서울 중림종합사회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꽃과 별과 시’ 제작 발표 콘서트 현장을 찾았다.

“언제나 내 옆에 계신 님이시기에/ 크신 자비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시는 님이시여/ 힘이 들 때 합장하며 당신을 부르면/ 내 옆에 오시는 님이시여/ 당신께 오늘도 다가갑니다…”(홍현승 씨의 시 ‘그 자리에서’)

“전날 과도한 업무의 피곤함에/ 전날 먹은 술의 숙취에/ 바쁜 세상 살아가는 고단함에/ 아침잠에서 깨는 몸은 항상 피곤함에/ 죽겠다 소리치지만/ 너 생각에 다시 미소 지으며/ 하루 시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김영관 씨의 시 ‘너라서 고맙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장애시인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넸다.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잔잔한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됐다. 꽃과 별을 닮은 보리수아래 회원들이 함께 만든 노래였다.

노랫말은 보리수아래 회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이 담긴 시. 장애로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손으로, 때로는 두 팔 대신 입으로 자판을 두드려 완성한 시였다. 자신들의 시가 노래가 되어 강당에 울려 퍼지자 작사가인 보리수아래 회원들의 얼굴에는 쑥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노래를 감상하는 회원들의 눈가가 잠시 젖기도 했다.

보리수아래 회원 홍현승 씨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시가 노래로 나오니 마치 맨 몸으로 있다가 옷을 입은 것 같다. 기분도 좋다”며 “어제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울컥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듣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리수아래 회원 이경남 씨도 “장애시인들의 활동을 홍보하고 불교 포교를 위해 음반 제작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음반은 예산이 부족해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관 씨는 “(노래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수줍어했다.

보리수아래와 함께 해 온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해성스님은 “시는 마음을 문자로 표현하는 예술이자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수놓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한다. 회원들이 쓴 시에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를 제작했으니 아름다움이 더욱 가미될 것”이라며 “보리수아래 회원들은 시를 수행 삼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고 장애인식개선, 문화예술복지 활동에도 큰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멋지고 아름다운 시를 많이 지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시를 음반으로 제작하고 선보이는 콘서트는 보리수아래가 펼치는 사업 가운데서도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보리수아래 음반 제작 사업은 장애시인들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비장애 음악 아티스트간 교류를 통해 장애작가들의 문화예술활동 저변확대를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문화예술에 재능이 있는 장애인들에게 예술교육과 창작을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장애인들이 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리수아래 회원들의 시와 시를 가사로 제작한 음반이 이들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음반 제작 역시 이번이 다섯 번째다. 보리수아래는 지난 2005년 결성 이후 2009년 첫 음반인 ‘봄길 위의 동행’을 시작으로 ‘그가 내게로 오다’, ‘비상, 그 날개를 펴다’, ‘시, 그대로 노래로 피어나다’ 등의 음반을 발표해왔다. 이번 음반에는 장애시인 11명이 쓴 시를 가사로 작곡된 노래 11곡이 앨범에 실렸다.

‘꽃과 별과 시’가 다섯 번째 음반이었지만 음반 준비 과정부터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었다. 음반 제작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보리수아래는 이번 음반을 일본 장애시인들과 함께 아시아장애인 공동시집, 음반으로 제작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 등 사회적 환경 변화로 시집발간 시기를 늦추고 자체적으로 음반만 제작하게 됐고, 공모사업으로 받기로 했던 지원금 역시 반납하게 돼 음반 제작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시노래풍경을 이끌며 장애시인들의 시를 노래로 작곡해 보급해 온 가수 겸 작곡가 진우 씨가 작곡가 섭외와 녹음 등에 재능기부로 동참했다. 보리수아래 회원 11명과 발달장애 국악인이자 피아니스트 최준 씨가 참여했으며, 작곡가 진우 씨, 작곡가 겸 음반기획제작자 장태산 씨, 싱어송라이터 김동식 씨 등이 힘을 보탰다. 장애와 비장애 차별없는 사회, 장애시인들을 위한 음반을 위해 모두가 흔쾌히 마음을 모았다.

장애시인들도 함께 만드는 음반으로 이번 음반을 만들겠다며 십시일반으로 작은 정성을 모았고, 화계사와 대한불교진흥원, 시노래풍경, 독도지킴이 김성도기념사업회, 꽃들힐링시낭송원 등의 도움으로 음반이 결실을 맺게 됐다.

작곡가 겸 음반제작을 총괄한 장태산 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장애시인들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큰 어려움이 불편함 없이 했다. 비장애인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보는 관점, 순수함 등을 보며 정말 놀랐다”며 “아름답고 순수한 시를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듣다보면 이번 음반에 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보리수아래가 계속해서 좋은 음반을 제작, 발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김동식 씨는 “시인의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시에 곡을 붙이는 작업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었다”며 “시를 접한 느낌을 살려 곡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최명숙 대표가 웃어주셨다”고 말했다. 팝페라가수 황효종 씨도 “좋은 시를 만났다. 앞으로도 장애‧비장애를 떠나 좋은 시를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자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는 “이번 음반은 힘들게 준비했다. 시노래음반은 장애시인들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주고 작사가로서의 새로운 장르의 문화예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일이자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직업으로도 이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활동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보리수아래 활동에 많이 박수쳐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상석 씨와 정 씨 어머니 김종갑 씨의 시낭송 모습.
정상석 씨와 정 씨 어머니 김종갑 씨의 시낭송 모습.
꽃과 별과 시 음반 녹음을 위해 회의하는 모습.<br>
꽃과 별과 시 음반 녹음을 위해 회의하는 모습.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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