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신년 특집’
심리치료로 포교하는
서울 마포 성림사 광용스님과 현담스님


심리상담사 활동하는 은사와 상좌 지간
신도들 내면 읽으며 진실한 교감과 감화

‘당신은 훌륭한 사람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
끊임없는 지지와 격려

“상담은 우리 시대 수행과 포교의 방편”
심리상담 공부 스님들에 적극 추천

성림사 회주 광용스님과 주지 현담스님은 함께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치유에 이바지하고 있다.
성림사 회주 광용스님과 주지 현담스님은 함께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치유에 이바지하고 있다.

마음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심리 상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도심포교당 성림사. 매년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 이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법회를 여는 등 현대인들의 말 못할 고민을 주의 깊게 살피며 그들의 마음치유에 애쓰고 있다.

특히 성림사 회주 광용스님과 주지 현담스님은 은사와 상좌 사이로, 함께 정식 심리상담사로 활동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죽고 싶다’며 불쑥불쑥 사찰로 찾아오는 이들을 진심으로 다독이며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새롭고 밝은 삶으로 인도하는 이 시대의 ‘멘토’들이다.

무엇보다 굳이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아니더라도 스님들에게 심리상담 지식은 필수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신도들 마음의 내면을 세미하게 분석하면서 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은 우리 시대의 수행과 포교의 중요한 방편”이라며 심리상담사로서의 길을 적극 추천한다.

광용스님과 현담스님 모두 1급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광용스님은 2004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더 내밀하고 심층적인 ‘교화’를 위해서였다. 신도들에게 일상적으로 법문을 하고 불교를 가르치다가 문득 한계를 느꼈다. “불자들과 진실한 교감을 하려면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하고 그러려면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후 심리상담사 교육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지난해인 최고위 과정에 해당하는 MSC(마음챙김, 자기연민) 명상지도자과정까지 수료하면서 불교계에서 손꼽히는 심리상담 권위자로 올라섰다.

현담스님은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를 하다가 발심(發心)했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중앙승가대와 불교상담개발원 등에서 공부하며 스승에 버금가는 실력과 경험을 쌓았다.

불교상담개발원이 주최하는 ‘스스로 떠난 이를 위한 위로법회’는 매년 성림사에서 열린다. 위로법회가 꾸준히 매스컴을 타면서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는 성림사에 대한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상담을 받고 싶다며 성림사의 문을 여는 이들도 점점 늘어난다.

평균적으로 1년에 10명 정도 심리상담을 해준다. 짧게는 서너 번이면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개월이 흘러도 진전이 없을 때가 있다. 갑자기 발길과 연락이 끊어질 때는 둘 중 하나다. 완전히 좋아졌거나 그냥 포기했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처음 대면하면 우선 ‘상담으로도 가능할지, 약부터 복용해야 할지, 빨리 정신과 전문의에게 보내야 할지’ 중증도를 파악한다. 10년 넘게 해온 일이기에 광용스님은 기억에 오래 남는 내담자들이 적지 않다.

이웃종교를 열렬하게 믿는 남성이었는데 오히려 너무 순수하고 성실하다는 게 탈이었다. 사회생활은 꼬여만 갔고 부부관계도 계속 삐걱댔다. ‘나는 반듯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현실에서 번번이 꺾이면서 되레 자괴감으로 치환됐다. 결국 매사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으로 쪼그라들었다.

스님은 지속적인 상담과 더불어 공격적인 운동인 복싱을 권했다. 부정적 감정의 과잉을 빨리 털어버리기 위한 조치다. 출근하기 전 상담을 받으러 오는 그에게 108배도 꾸준히 시켰다. 지금은 승진도 하고 자녀도 낳았다. 매우 성공한 케이스다.

또 하나의 사례는 40대 중반의 노처녀였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에 모든 무리한 요구를 다 받아주고는,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타입이었다. 반대로 자신의 부탁을 상대방이 거절하면 ‘배신당했다’ ‘버림받았다’며 끝없이 무너져내렸다. 스님은 종이를 내밀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적어봐라. 그리고 덜 중요한 것을 하나씩 지워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상담 끝에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끝내 ‘부모’에서 ‘나’로 바뀌었다.

현담스님에겐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의 유골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젊은 여자가 제일 인상적이다. 절친한 친구에게 크게 상처를 입고 나서 인간관계를 전부 끊고 아끼던 반려동물에만 매달렸던 사람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 고양이를 안고 다녔고 고양이가 죽고 나자 고양이의 유골이라도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외려 너 때문에 고양이가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고 다그쳐서 겨우 희한한 습관을 고쳐냈다.

물론 심리치료는 절대 ‘한방에’ 해결되지 않는다. 피상적인 감정변화가 아니라 마음 속 깊은 무의식이 오래 시간 동안 만들어온 지옥인 탓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성격이란 유년시절 부모와의 관계 정립에서 형성되고 고착되는 것이라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곧 어릴 때 이미 만들어진 성격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결국 조금이라도 호전될 때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방황과 재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담자의 진정성과 친절함이 끝까지 유지돼야만 가능한 기적이다. 남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일만큼 고역도 없다.

두 스님 모두 “심리 상담이 결코 쉽고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출가수행자이기에 이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부처님이 최초의 심리상담가 아니었던가. 더구나 심리상담사로서의 스님은 일반적인 상담가들에 비해 차별성을 갖는다. 매사 따뜻하고 반갑게 대해주는 종교인은 더 두터운 신뢰감을 선사한다. 아울러 마음의 병을 부끄럽게 여겨 신경정신과를 꺼리는 이들에겐 좀 더 마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통로다.

거꾸로 말하면 언제나 따뜻하고 반갑게 대해주는 스님이 참다운 스님이다. 스님들은 상담을 할 때 절대 ‘왜?’라고 묻지 않는다고 한다. ‘네 괴로움의 원인은 무엇이다. 이렇게 하면 된다.’ 따지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지지하고 격려해준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 충분히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세뇌하다시피 한다.  

단, 아무리 훌륭한 상담이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이 뒷문으로 나간다’는 광용스님의 우스갯소리가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인간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크게 양분하면 금전적 빈곤 아니면 관계적 빈곤에서 오는 고통이다. 죽을 때까지는 끊임없이 ‘돈에 울고 사랑에 속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다. 스님들이 카드빚을 대납해주지는 못한다. 다만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는 조금이라도 개선해줄 수 있기에 스님들은 오늘도 노력한다.

광용스님과 현담스님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질병은 결국 자존감의 붕괴에서 온다고 입을 모은다. 소신과 자신감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할 수 있고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와 진심이 타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부정당하거나 왜곡되면 마침내는 감당하기 힘들다.

착한 사람이, 자살하는 법이다. 곧 자존감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쌓으려면 어쩔 수 없이 관계에 어느 정도는 ‘기여’해야 한다.

광용스님의 조언이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상황에 부딪히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뭐라도 배워야겠다는 태도가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광용스님은...
지원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3년 사미니계를, 1979년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학과 및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불교상담개발원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성림사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포구불교사암연합회장으로서 지역사회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현담스님은...
광용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3년 사미니계를 1998년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운문사 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실천불교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11월부터 성림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으며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이사, 마포경찰서 경승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불교신문3547호/2020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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