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연료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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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기도 애매할 때,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수고를 대신해 줄 누군가가 아니라 자동차가 스스로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정말 편리할 것이다. 일상 속 우리의 바람이 이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인다. 운전자의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다. 자동차가 길을 안내하며 말을 걸어온다. 심지어 길이 막히는 곳은 피해서 간다. 스마트 워치와 연동한 자율주행차들은 자동차를 부르면 알아서 운전자가 있는 곳까지 정확하게 찾아와서 스스로 문도 열어준다.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Vehicles)란,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을 통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 다양한 감지장치를 통해 실외 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하면서 최종 목적지까지 스스로 경로를 파악하여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따라서 자율주행자동차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기가 탑재된다. 다양한 형태의 센서는 물론이고,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이 탑재돼 필요한 정보를 측정하고 종합한 후 딥러닝을 이용해 인공지능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할 수 있게 된다. 

➲ 4차 산업혁명과 자율주행기술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개발은 4차 산업혁명의 전개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자동차가 엔진기관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현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G 정보통신기술, 신소재 나노기술이 복합적으로 구현된 신산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 수준이야말로 한 국가의 미래산업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은 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발전시키고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또한 2020년까지 레벨 3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에서 구분한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기준에 따르면, 총 4단계로 구분된다. 자율주행 1단계는 부분적인 자동화 단계로서 정속주행장치나 자동브레이크나 차선이탈경보장치 등 부분적으로 자율적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이다. 현재 신차를 샀을 때 옵션 사항이기도 하다.

2단계는 자동 주행 기능은 작동하지만, 운전자가 일정부분 조력해야 하는 수준이다. 달리 말하면, 운전자가 전방 주시 정도는 하지만 실제 주행은 자동차가 대부분은 진행하는 정도이다. 운전자는 만일 사태에 대비해 운전대에 손을 얹어 두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 수준이 이 레벨2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3단계는 제한적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자동차가 교통신호도 파악하고 차가 막히는 구간도 파악해서 자율적으로 운행한다. 이 경우 운전자는 독서를 하거나 아기를 돌보면서 갈 수도 있다. 물론 긴급 상황에서는 제어권을 인간 운전자가 넘겨받을 수 있다. 마지막 4단계에 이르면 완전 자율주행 수준이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오로지 자율주행 자동차의 판단과 제어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2차 자동차 정책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구글의 경우 전 구간 자율주행이 가능한 4단계 수준의 기술을, 벤츠는 3단계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에서 차간거리 유지, 차로 유지지원, 자동제동 등 2단계 수준의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을 시험 운행 중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외국의 기술에 뒤쳐져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4단계에서는 전력 소모가 많아 기존의 전기차 모델로는 동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 착안해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기술과 결합시키고 있다. 이 기술 개발은 자율주행자 분야 경쟁 구도를 바꿀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의 전망으로는 늦어도 2030년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의 40%를 차지하고 2035년에는 75%에 이를 것으로 본다. 앞으로 15년 이내에 전체 자동차의 4분의 3을 자율주행자동차가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이제는 고전적 의미의 인간 운전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도 대폭 줄어들 것이며, 인간이 직접 운전을 한다는 것은 스포츠로 경주용 트랙에서 시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대로 언제 접어들지에 대해서는 예측기관 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변화의 물결은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개발은 4차 산업혁명의 전개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자동차가 엔진기관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현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G 정보통신기술, 신소재 나노기술이 복합적으로 구현된 새로운 산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개발은 4차 산업혁명의 전개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기존의 자동차가 엔진기관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현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G 정보통신기술, 신소재 나노기술이 복합적으로 구현된 새로운 산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왜 자율주행자동차인가?

세상은 지금 ‘공유경제(Sharing Economy)’로 변모하고 있다. 독점과 경쟁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빌려 쓰는 ‘협력적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소유 그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는 방식은 이제 4차 산업시대의 흐름과는 맞지 않을 것이다. 자가용 차량이 부의 과시로 이해되던 시대는 지났다. 효율을 중시하고 나눔을 일상화한다면, 수많은 자원 낭비로 인해 초래되는 환경오염도 예방할 수 있다. 

누구나 겪게 되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하는 차량정체는 스트레스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늘어선 자동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동안 소모되는 화석연료량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자율주행차들끼리 무선으로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만약 지하철처럼 자율주행 자동차의 정차와 발차가 일률적으로 통제된다면 획기적으로 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각국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을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사회 경제적 비용에 근거한다. 또한 과거 ‘마이카 시대’를 상징했던 주차난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교통사고의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교통사고 발생 원인의 95%는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등의 운전자 책임으로 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보다 열 배 더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행시스템 자체가 모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므로 악의적 해킹 등에 노출될 경우, 재난 수준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위험성과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어려운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태이다. 

➲ 움직이는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자동차는 연료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의 말이다. 과거에는 성능 좋은 자동차의 기준은 배기량, 최고속도, 순간 가속 능력, 제동력 등등이었다면, 현재는 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얼마나 디지털화 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자동차의 현재 상태와 외부 환경까지도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직접 하거나 필요성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도로가 얼어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노면결빙을 감지하고 경고등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 기어변속이나 타이어 상태를 스스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데이터로 축적되고 향후 예측을 위한 데이터로 처리된다. 마치 사람이 육안을 통해 사물 간의 거리를 인식하듯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 센서도 거리 측정은 물론이고 수많은 위험요인을 감지하고 사각지대까지도 파악하여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최근의 자율주행 자동차의 혁신적 발전은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운전하는 행위는 익숙해진 다음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이 동시적으로 작동하면서 이루어지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인공지능이 그러한 기능을 인간과 동일하게 또는 보다 우월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고도의 그래픽 처리장치가 필요하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자동차가 주행하는 동안 주변 환경을 모두 파악해야만 한다. 앞차가 급정거하거나,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드는 때는 물론, 도로상에 위험물이나 동물의 사체 등이 방치된 경우 등을 사람보다도 먼저 파악해서 조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하루에 500만 마일을 달리면서 그 도로에 가상의 바코드를 깔고, 주변 도로 상황이나 지형과 지물 등을 데이터화 하고 있다. 자동차가 데이터를 모으는 플랫폼이면서 움직이는 스마트폰과 같아지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을 구동시킨다면 인공지능이 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세상 어느 도로에서든 안전하고 자유롭게 주행할 수가 있게 된다. 

[불교신문3545호/2019년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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