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이성진

본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원효스님의 ‘화쟁론’ 논쟁이 뜨겁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이 화쟁에 대해 “단순히 여러 이견을 한 데 뭉뚱그리지 말고 정확한 분석이 먼저 시행돼야 된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이상론”이라고 꼬집자, 이에 황건 인하대 교수와 김선아 다큐멘터리 감독이 학술적·역사적 사료 등을 근거로 “화쟁은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자 실천론”이라고 반박했다.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자현스님의 재반박에 다시 반론하는 글이 나오며 지금까지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잠잠했던 화쟁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것 같아 반가운 측면이 있지만, 다소 논쟁이 격앙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상 논쟁을 바라보며 문득 우리는 ‘화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 주요 언론 매체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라는 의미의 대명사로 화쟁을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세간에서도 매력적인 용어로 떠올랐지만 단편적인 의미를 넘어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화쟁사상에 대해 올바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럼 점에서 이번 본지에서 펼쳐지는 논쟁이 누구의 의견이 ‘맞다, 틀리다’를 판단하는 자리가 아닌 화쟁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이번 조계종 화쟁위원회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는 ‘화쟁 안내서’가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15년 화쟁사상을 대중화하기 위해 만들었던 안내서 1편에 이은 후속작으로 실제 존재하는 다양한 종단 내 갈등상황을 사례로 화쟁사상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담았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스님들의 연수교육 교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화쟁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줄 ‘학생용 화쟁 안내서’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이상론이냐 실천론이냐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분명한 건 화쟁은 한국불교의 소중한 자산 중 하나라는 점이다. 때문에 화쟁의 가치와 필요성을 널리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은 종단과 화쟁위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스님·학생용 화쟁 안내서 제작을 넘어 불자들과 국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종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해본다.

[불교신문3545호/2019년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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