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정근 다라니 독송…기나긴 겨울밤 뜨거운 정진

천막선원인 상월선원에 아홉명 스님들이 하루 한 끼 공양, 씻지 않고, 한 벌로 생활하며, 묵언하고 하루 14시간 정진 등 청규를 정하고 동안거 결제에 들어간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계절은 점점 겨울로 접어들어 기온은 떨어지고 있지만 상월선원을 찾는 기도객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동안거 결재를 시작한 뒤 네 번 째 맞이한 주말인 12월7일 첫 철야정진법회가 진행됐다. 이날 하루 상월선원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철야기도 중인 대중들이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상월선원 울타리 옆을 지나고 있다. 철야기도에는 조계사, 봉은사, 포교사단, 동국대 교직원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함께 했다.
철야기도 중인 대중들이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상월선원 울타리 옆을 지나고 있다. 철야기도에는 조계사, 봉은사, 포교사단, 동국대 교직원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함께 했다.

상월선원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제22교구본사 대흥사와 말사 신도들 400여 명이 새벽부터 출발해 오전부터 상월선원 법당을 가득 채웠다. 지난 7월 취임부터 천수다라니 기도를 이어온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은 매월 첫 번째 토요일 대중들과 함께 다라니기도를 하고 있는데 이번 동안거 기간 동안은 상월선원에서 정진하기로 결정했다. 추운 날씨에 대중들의 기도열기로 법당 안에 들어서니 안경에 김이 자욱하게 낀다. 이날 다라니 기도에는 동국대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 직원들도 함께 동참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체험관이 공식적으로 처음 문을 열어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선상신 전 불교방송 사장, 임명배 전 한국에너지공사 상임감사 등 4명이 1박2일 짧은 시간이나마 스님들이 어떤 환경에서 정진하는지 직접 체험하기 위해 체험관에 들어갔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은 “스님들이 이 추위에 혹독하게 수행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희도 체험을 해보고 이런 계기를 통해서 한국불교가 중흥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발원도 하기 위해서 동참하게 됐다”고 각오를 밝혔다. 

입방에 앞서 체험관 안에서 총도감 혜일스님에게 안내를 받고 휴대폰을 반납하는 4인의 재가자의 눈빛에선 살짝 긴장감이 느껴진다. 문이 잠기고 정진이 시작됐다. 

오후 3시30분 대흥사 다라니 기도가 끝나자 은석초등학교 아이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서울 은석초등학교 불교모임인 연화회 어린이 30여 명이 주인공이다. 연화회 어린이와 연화어머니회 회원, 교사 등 80여 명이 상월선원에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목숨을 건 정진을 하는 상월선원 대중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은석초등학교 연화회 어린이들의 리코더, 바이올린, 플루트, 합창 등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작은 음악회가 상월선원 법당에서 열렸다.
은석초등학교 연화회 어린이들의 리코더, 바이올린, 플루트, 합창 등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작은 음악회가 상월선원 법당에서 열렸다.

양형진 은석초 교장은 “9명 스님이 목숨 걸고 안거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연화회 어린이들과 연화어머니회 회원들이 외호대중으로 상월선원에 힘을 불어넣자고 뜻을 모아 동참했다”고 말했다.

교복을 단정히 입고 천막법당 부처님 전에 선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갈고 닦은 음악실력을 발휘했다. 5학년 신혜인, 김나연, 이지수 어린이는 각각 바이올린 독주와 중주를 선보였다. 플루트부가 ‘엔터테이너’ ‘사랑의 인사’를, 2014년 창단한 은석리코더합주단이 영화 알라딘 주제가와 리베르탱고를 연주했고, 합창단이 공연을 선보이자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긴장된 얼굴로 바이올린을 연주한 김나연, 이지수 학생은 “기말고사 준비하면서 공부하는 게 어려웠는데 여기서 스님들이 14시간씩 명상하고 하루에 밥을 한 끼만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웠다”며 “스님들이 저희들이 연주한 음악을 듣고 힘내서 90일 후 건강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아이들과 함께 상월선원을 방문한 불자 학부모들도 한마음으로 기해년 동안거 결제가 원만하게 회향하길 발원했다. 6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호 군 어머니 최은희 연화어머니회 회장은 “아들이 어려움을 잘 모르고 컸는데 선원 스님들이 추위와 배고픔, 말하고 싶은 욕구 등을 참고 정진하는 모습을 가까이 보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법을 배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 공연이 끝나자 봉은사는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을 중심으로 봉은국악합주단이 흥겨운 국악공연을 펼쳤으며, 개화산 약사사, 서울 약수암, 적석사, 포교사단 대구지역단도 참석해 기도를 이어갔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속하게 떨어졌지만 상월선원의 기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결제 후 4번째 토요일인 이날에는 오후7시부터 철야정진기도가 시작됐다. 조계사, 봉은사, 포교사단 외에 동국대 서울경주캠퍼스 교직원과 재가불자들이 참석해 저녁예불을 시작으로, 오후 8시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법산스님 법문, 봉은사 민요합주단 공연과 석가모니 정근과 다라니 독송, 금강경 독송과 탑돌이 등이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다라니 기도를 마친 대흥사 사부대중들이 소원등을 들고 상월선원을 돌며 정근하고 있다.
다라니 기도를 마친 대흥사 사부대중들이 소원등을 들고 상월선원을 돌며 정근하고 있다.
체험관에서 총도감 혜일스님에게 정진 일정을 듣고 있는 체험 참가자들.
체험관에서 총도감 혜일스님에게 정진 일정을 듣고 있는 체험 참가자들.
이날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 은석초등학교 5학년 신혜인, 김나연, 이지수 어린이가 상월선원 울타리에 소원등을 달았다.
이날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 은석초등학교 5학년 신혜인, 김나연, 이지수 어린이가 상월선원 울타리에 소원등을 달았다.
상월선원 야경.
상월선원 야경.

하남=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44호/2019년1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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