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국제포교사회 영어독경 모임 현장

12기들 주도해 모임 결성
2007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대승경전 섭렵
영어 실력 업그레이드
포교 원력 저절로 따라와

12월14일 조계사 인근 한 법당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영어 독경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 국제포교사들.
12월14일 조계사 인근 한 법당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영어 독경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 국제포교사들.

12월14일 오후 서울 조계사 인근의 한 건물 8층에서 영어책 읽는 소리가 잔잔하게 새어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처님을 모신 자그마한 법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10여명의 국제포교사들이 영어로 된 ‘화엄경 입법계품’을 펼쳐놓고 열공 모드에 빠져있다. 빽빽이 적힌 꼬부랑글씨에 기자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 다들 한 줄 한 줄 곱씹어가며 번역하고 해석하며 그야말로 공부 삼매다.

이 모임은 흔한 이름 하나 없다. 그냥 국제포교사회 영어 독경 모임이다. 신실한 원력과 열정 하나로 오로지 ‘영어 경전 공부’에만 방점을 찍었다. 이들 스스로는 자타공인 가장 오래된 스터디 모임이라 자부하고 있다. 이날 모인 인원은 총 9명. 조정희 국포사 부회장(12기)을 비롯해 김영우·김광수 포교사(12기), 박수영(13기), 왕경화(16기), 김봉기(21기), 이성민, 박진선, 김재경(24기) 포교사 등이다.

이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임을 주도한 12기 국포사들에 따르면 남방권의 초기경전들은 영어 원서들이 많다고 한다. 이에 비해 대승불교는 상대적으로 텍스트가 적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구미권에선 대승불교가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란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12기 국포사 조정희, 김광수, 김영우 씨와 지금은 지방으로 내려가 모임엔 함께하지 못하지만 초기 멤버인 김영욱 씨 까지 네 사람이 중심이 되어 스터디 모임을 결성했다. 별도 지도법사 없이 참가자들이 스스로 일정량의 담당부분을 미리 공부해 와 현장에서 읽고 번역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하나,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으면 그만큼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모두들 미리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해 온다.

이날 첫 발표를 맡아 진행하던 왕경화 포교사의 경우도 그렇다. 왕 포교사는 “보통 새벽 4시나 5시쯤 일어나 영어 경전 공부를 한다. 하고나면 그날 하루가 편하고 기쁘다”며 “불교 수행가운데 경전이 가장 잘 맞는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진 불교를 잘 몰랐고 사실 한문이 익숙지 않다”면서 “영어 경전을 읽으며 부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제대로 알게 됐고, 그래서 이 모임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부해온지 벌써 12년째이다. 반드시 챙겨야할 경조사나 갑작스럽게 일이 생긴 것이 아니면 반드시 오후1시면 어김없이 모인다. 두 시간을 꽉 채워 공부한다. 국내 및 해외에서 외국인이나 해외단체를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수행하는 국제포교사인 만큼, 자질 향상에 많은 도움을 얻는 것은 당연한 사실.
 

공부 삼매에 빠진 국제포교사들.
국제포교사들은 경전공부 전에 예습을 철저히 해 온다.

10년을 훌쩍 넘긴 긴 세월이 말해주듯, 그동안 웬만한 대승경전은 거의 다 통달했다. 조정희 부회장이 알려준 목록만 10가지 이상이다. 월폴라 라후라 스님의 명저 <what the buddha taught>를 시작으로 금강경, 육조단경, 법화경, 원각경, 미린다왕문경, 숫타니파타, 유교경, 대승기신론, 보리도차제약론, 능엄경, 열반경, 유마경, 입보리행론, 법구경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경전을 섭렵했다.

영어 경전 공부의 즐거움을 궁금해 하자 조정희 부회장이 먼저 자신 있게 답한다. “불교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었어요.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개념을 세우니, 좀 더 효율적으로 포교를 하고 외국인은 물론이고 그 누가 물어 봐도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죠. 외국인 가운데 남방불교를 공부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남방불교와 우리 불교의 차이점을 확실히 구분해 줄 수 있죠(웃음).”

영어로 공부하며 경전의 의미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국제포교사가 되자마자 이 모임에 들어온 박수영 씨도 “경전도 공부하고 영어 실력도 크게 늘고 일석이조”라며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이야기 해줬다.

원년 멤버인 김광수 포교사도 “외국인들이 불교를 모를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영어로 된 불교 자료가 요즘 굉장히 많다”며 “(스터디를 하면서) 한 편으로는 한국 불교가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 포교사는 “오역된 부분을 바로 잡기도 하고, 영어를 번역하다보니 그 뜻을 더 깊이 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불교 공부에 푹 빠진 김봉기 포교사도 “한국불교를 내세우려면 영어와 한문이 완전히 융합되지 않으면 세계화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국제포교사들이 앞장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20년, 30년 열공 모드에 빠져있을 국포사들의 열정에 해외포교의 미래도 밝아 보였다.

[불교신문3545호/2019년1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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