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에 관한 경전, 금강경
논리적 문학적으로 풀이
리드미컬한 ‘사언절’ 번역
“화엄세계 맛볼 수 있길”

내비 금강경

동봉스님 지음 / 도반

책 제목의 ‘내비’는 내비게이션을 뜻한다. 차량에 장착된 길잡이처럼, <금강경>은 인생의 바른 길로 인도한다. <내비 금강경>은 수준 높은 현대 과학부터 불교적 이해와 깊은 선(禪) 수행의 세계까지, <금강경>에 담긴 폭 넓은 내용을 누구나 알기 쉽게 이야기 식으로 풀어간다.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선의 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저자인 동봉스님은 평생을 경전 한글화와 해설 작업에 매진해왔다. 특히 ‘사언절 번역’으로 경전의 내용을 쉬운 우리말로 번역해 리듬감 있게 배치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어느때에 우리스승 서가모니 부처님이 사위국의 제일가람 기원정사 계실때에 일천이백 오십명의 비구들과 함께했네. 바로그때 세존께서 공양하실 때가되어 대가사를 수하시고 바릿대를 손에들고 함께하는 대중들과 사위대성 들어가서 안행으로 탁발하고 기원정사 돌아오사. 대중들과 모두함께 평등공양 마치신뒤 대가사를 개어놓고 바릿대를 정돈하고 손과발을 씻으시고 정갈하게 하신뒤에 차례대로 여법하게 자리깔고 앉으셨네(동봉스님 번역 금강경 법회인유분 제1 한글 경문).”

언제 어디서나 독송하기에 맞춤한 번역이다. 사언절이나 사사오송의 번역은 철저하게 읽는 사람을 배려한 번역이다. 그만큼 번역자 입장에서는 경전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저자는 경전 번역의 뛰어남에 비례해 경전 해설 실력도 남다르다. 경전의 의미 풀이에서 시작해 학문적인 해석, 실생활적인 해석, 선적인 해석, 과학적 해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내용들을 모두 알기 쉽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놓는다.
 

'내비 금강경'의 저자 동봉스님은 금강경에 대한 논리적 문학적 번역으로 색다른 맛을 선보인다.
'내비 금강경'의 저자 동봉스님은 금강경에 대한 논리적 문학적 번역으로 색다른 맛을 선보인다.

스님이 말하는 금강경이란 ‘길’이다. 모든 경전이 마찬가지다. 행복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안내자다. 스스로 길을 걸어가야만 그 자신이 길이 된다.

“금강반야경이 무엇입니까? 바로 우리의 이웃입니다. 혹은 자애로운 부처님이 되고, 때로 어눌한 중생이 되고, 혹은 까칠한 상사가 되고, 때로 말 잘 듣는 후배가 됩니다. 다정한 친구였다가 느닷없이 나를 왕따시키곤 합니다. 금강경이 무엇입니까? 우리를 감싼 공간입니다. 때로 춥기도 하고, 때로 따스하기도 하지요. 때로 축축하고 끈끈하다가 화를 꼭지까지 밀어 올리는 더위로, 다시 서늘한 기온이다가 문득 눈 덮인 산과 들을 만들어냅니다.”

금강경은 공(空)에 관한 경전이고, 공(空)한 우리의 마음에서 천변만화하는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대자유를 만끽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출판사는 “읽어갈수록 자연스럽게 고정 관념이 깨어지고, 자연스럽게 화엄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평하고 있다.

논리적이면서도 문학적인 경전 해설은 묘한 맛이 있다.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에 담은 금강경이 인생의 든든하고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을 발원한다. “당신의 목적지를 입력하는 순간 도로를 따라가야 할 코스를 친절히 안내하는 내비처럼 금강경을 손에 드는 순간 당신의 마음 길을 안내할 것이다. 비록 내비가 있다 하더라도 켜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 금강경도 손에 잡고 펼칠 때 당신의 길은 밝게 펼쳐질 것이다.”

동봉스님은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1975년 불문에 귀의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중앙승가대,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무엇보다 한국 불교인으로서는 최초로 아프리카에 ‘학교법인 보리가람스쿨’을 설립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후 종단에 토지를 지증해고 이는 종단이 건립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교’로 이어졌다. 곤지암 ‘우리절’ 창건주이자 회주로서 책, 법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다. 특히 <기포의 새벽 편지> 연재는 1600회를 돌파했다. 지금은 서울 종로 대각사 주지로서 수행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사바세계로 온 부처님의 편지>, <마음을 비우게 자네가 부처야>, <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 <불교 상식 백과>, <밀린다왕문경>, <평상심이 도라 이르지 말라>, <반야심경 여행> <법성게> 등 6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내비 금강경>은 스님의 63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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