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70> ‘종단 안정 1등 공신’ 선거제와 재적승제 명암
[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70> ‘종단 안정 1등 공신’ 선거제와 재적승제 명암
  • 박부영 주필
  • 승인 2019.12.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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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종단 환경 맞춰 미리 대책 서둘러야

총무원장 선출법 명문화
재적승 중심 교구 선거인

종단과 교구의 고질 분쟁
근절시켰던 합리적 제도

운영과정서 문제도 노출
출가자 감소로 심화 우려
대안 마련 검토 시작할 때

1994년 종단개혁은 합리적이며 근대적 방향으로 종단 행정과 제도를 변혁한 일종의 근대화였다. 그 중에서 종단 안정 교구 안정 1등 공신이 선거법 정비와 재적승제다.

총무원장 선거제는 종단 안정을 가져왔다. 개혁회의가 총무원장과 교구본사 등 주요한 소임자를 뽑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문화 하자 종단 혼란이 사라졌다. 법랍 세납 하한선과 중앙종회에서 선출한다는 한 구절 외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선출하는지,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한 총무원장 선출방법은 종단 혼란의 원인제공자였다. 개혁회의가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자격과 숫자를 규정하고 선출방법을 명문화 한 것 만으로도 총무원장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눈 녹듯 사라졌다. 
 

선거제와 재적승제는 오랜 종단 혼란을 종식시킨 획기적 종법이었다. 그러나 한계도 많이 드러나 이제부터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교구 선거 모습.
선거제와 재적승제는 오랜 종단 혼란을 종식시킨 획기적 종법이었다. 그러나 한계도 많이 드러나 이제부터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교구 선거 모습.

선거제 도입으로 종단 안정

2012년에는 총무원장 종회의원 등 각종 종단 선거를 하나로 집대성한 선거법을 제정했다. 창종 50년 만에 종단 대표자와 대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법이 제정됐다는 사실은 우리 종단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어쨌든 총무원장 선출을 명기한 선거법은 종단 안정 일등공신이다. 

재적승 제도는 교구 안정을 가져왔다. 재적승 제도는 각 교구 본사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유권자 명부다. 선거법 제2장 ‘선거권과 피선거권’ 제12조 선거권 제2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비구는 그 교구에서 선거하는 중앙종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 1, 당해 교구 재적승, 2, 당해 교구 본말사 주지, 3, 당해 교구 본사에서 임명 받아 1년 이상 상근한 국장 이상의 종무원. 4, 당해 교구에 4년 이상 주민등록에 등재되어있고, 선거일 전 4년 이내로 다름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비구. 가, 당해 교구 선원에서 8안거를 성만한자, 나, 관할 본사에서 결계 및 포살을 8회 이상 참여한 자.>

이 중 3번 항과 4번 항은 각각 2013년과 2014년 개정됐다. 재적승이 아니지만 해당 교구에서 오랫동안 정진하거나 생활하는 스님에게 재적승에 준하는 선거권을 부여한 것이다. 위 선거권은 본사주지 후보 선출 권한을 지닌 산중총회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적승 제도는 교구를 안정시킨 일등공신이다. 재적승제를 도입함으로써 총무원장이나 종단내 유력자 혹은 교구 내의 특정 세력에 의한 교구 흔들기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 일부 교구 본사 주지를 둘러싼 분쟁은 모두 재적승이 명확하지 않은데서 빚어졌다. 

1983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흥사 사건은 신흥사 문중의 주류가 아닌 다른 교구 스님이 총무원장에 의해 주지로 부임하는 것을 막으려다 생긴 참사다. 월정사도 똑같은 아픔을 겪었다. 월정사 문중과 관계 없는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자 이를 반대하는 측이 반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총무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외부 세력을 동원해 흔들 수 있는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교구는 늘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개혁회의가 재적승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종단과 교구 안정을 위해서였다. 재적승제가 도입 되고 산중총회법에 의해 본사주지 후보 직선제를 실시하자 타 문중이나 총무원장에 의한 교구 흔들기가 사라졌다. 

재적승제로 교구 흔들기 사라져 

종단 안정, 교구 안정의 두 주역, 선거법과 재적승 제도는 그러나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제가 특히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승단 분열이었다. 한 표라도 더 많이 확보하는 측이 모든 과실을 독점하는 선거 제도는 ‘1등이 선(善)’이라는 무한 경쟁을 불러왔다. 일부 원로스님들은 법랍이 낮은 스님에게 까지 고개 숙이는 ‘비승가적 행태’를 들며 반대했다. 비구니스님들에게 까지 고개 숙여야 하나는 비판도 나왔다. 금권 병폐도 한동안 많이 지적됐다. 선거비용이 후보 당 수십억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병폐는 승단 분열이었다. 오직 이기기 위한 합종연횡이 거듭되면서 스님들 사회는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다. 수 십년 간 친했던 도반이 선거를 치른 뒤 회복 못 할 상처를 입는 일이 허다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합의제다. 선거를 하되 사전에 조정하는 것이다. 제25교구 봉선사가 합의제를 잘 유지한다. 유력한 세 문중으로 형성된 봉선사 교구는 문도가 가장 많은 측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듯 본사주지를 맡고 나머지 두 문중이 그 사이에 한 번씩 맡는 식이다. 본사 주지를 배출하지 않는 문중은 종회의원을 맡는다. 문중 대표 스님들끼리 합의한 화합책 덕분에 봉선사는 10년 넘게 한 차례의 잡음 없이 안정을 찾았다. 봉선사 뿐만 아니라 여러 교구가 합의를 통해 잡음 없이 운영한다. 

총무원장 선거도 최근 몇 차례 합의제로 치렀다.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의 다수 스님들이 여러 후보 중 한 스님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후보가 아닌 선거인단이 선거를 좌우하게 됐다. 덕분에 지난 몇 차례 총무원장 선거가 조용하게 진행됐다. 선거법은 이처럼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화합책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심력이 강하지 않은 몇몇 교구본사가 후보군 정리를 하지 못해 예상하지 않은 결과로 후유증을 앓았다. 총림 방장을 모시는 데서도 조정이 불발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다수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한데 그 조건을 갖추지 못한 교구는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합의가 난관에 맞닥뜨리는 현상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계 언론사의 한 지방 지사장은 “선거제 폐단이 집중적으로 불거진 시기가 20년에서 10년 사이인데 합의안을 만들었던 중진스님들은 어느 정도 혜택을 보았으나 그 아래 조카 상좌들에게 까지는 내려가지 않아 이 스님들의 불만이 크다”며 “후보 감이 아닌데 화합을 우선하다 보니 억지로 맡기는 교구도 나와 결정에서 소외된 스님들의 불만이 가중 된다”고 말했다. 교구나 유력 문중의 어른 스님들 간 합의 혜택이 그 아래 상좌, 그 중에서도 몇몇 스님들에게 한정되면서 합의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합의제 보완책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선거제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앙종무기관 한 재가종무원은 “교구 내 선거 합의제가 그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라며 “원점에서 선거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종무원은 “비구니 회장 선거가 수 천명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해도 아무런 잡음도 없이 조용하게 대중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데서 보듯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은 “직선제 하면 종단 망한다”며 “지금처럼 조용하게 진행하면 현행 제도가 더 좋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노스님은 “총무원이 지금처럼 막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시끄러우니 교구로 권한을 이양하고 총무원은 대정부 교섭이나 협의체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재적승제도 보완 필요

총무원장 선출 방법은 오래 전부터 많은 논의와 함께 국민적 관심도 높아 조용하게 진행될 여지가 많지만 재적승 제도는 아직 한 번도 논의에 오른 적이 없다. 교구 안정을 위해 도입한 재적승 제도는 스님들의 자유로운 이동, 인재 등용을 막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능력 있는 스님을 쓰고 싶어도 교구가 다르면 모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은사를 바꾸는 식으로 교구를 이전하는 스님도 있다. 

우수한 인재를 모시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승가 문화가 건당(建幢)이다. 수행을 하면서 가르침을 찾아 새로운 스승을 모시는데 이를 건당이라고 한다. 원래는 법이 중심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용도로 악용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종단은 스승이 생존할 당시는 건당을 못하게 제도화 했다. 이동이 더 막힌 것이다. 

그러나 대중이 많은 교구는 인재도 넘치지만 마땅한 인물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교구도 있다. 건당이 아니면 이동을 하지 못하다 보니 교구마다 비대칭 현상이 나오고 있다. 직할 교구 재적자가 가장 많은 것도 기존 교구 재적승의 진입 장벽에 막혀서다. 

그러나 재적승 제도를 고려하기에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더 많다. 한 교구본사 주지스님은 “법을 찾는다는 순수한 불교 정신에서 건당하기 보다 다른 의도가 더 많은 현실에서 재적승 제도를 손댔다가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인재의 고른 등용은 현행 제도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가자 감소로 변화 불가피

문제는 앞으로다. 출가자의 급속한 감소로 주지 스님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닥치면 재적승 제도가 유명무실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광역 교구제 등 다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지 모른다.

다른 교구 사찰에서 주석하는 한 중진스님은 “재적승 제도가 크게 문제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건당을 통해서 다른 교구로 이동하고, 일부 주지스님들이 교구나 문중과 관계 없이 인재를 등용하는 등 나름대로 보완하는 교구와 스님들 덕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과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해서 어느날 갑자기 서두르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543호/2019년1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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