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스님
주석스님

간밤에 꿈을 꾸었다. 깨어나서는 한참을 생각한다. “그 사람은 꿈속에서 나에게 왜 그리 한 것일까….” 꿈이 아닌 현실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꿈속에 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장자의 나비의 꿈과 내가 꾼 꿈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꿈속의 나비가 나인지 현재의 내가 나인지 구분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런 것이었을까. 꿈속에서의 일을 생각하고 언짢아하는 내가 나인 것일까, 그 생각으로 현실에서 언짢아하는 내가 나인 것일까. 꿈과 현실이 정리되지 않는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는 일들이 이런 꿈을 꾸고 나서 하게 되는 생각들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내가 처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서 또는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를 여전히 찾지 못해서 꿈속처럼 헤매고 살아가는 일들이 우리에겐 너무 많지 않은가.

조사 스님들의 옛글을 보면 모두 빨리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마음을 챙기는 장면이 적지 않다. 꿈같은 현실에서 다시 말하면 범부의 중생놀음에서 벗어나 자기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더 챙기기를 바라는 당부의 말씀들이다.

<삼국유사> 제3권 탑상(塔像)편에 실린 조신몽(調信夢)에도 꿈이야기가 흥미롭다. 조신의 아내가 꿈결에 했던 말은 어떤 꿈보다 현실적이었다. “아름다운 얼굴이며 밝은 웃음도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사라지고, 난초처럼 향기로운 언약도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가지처럼 지나갔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예전의 기쁨이 바로 근심의 뿌리였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꿈속에서, 꿈같은 놀음을 하고 있지만 오늘이 지나고 내일에는 그 놀음에서 조금씩 벗어나기를 한 걸음 한걸음 정진해본다.

※ ‘주석스님의 마음大路’는 연재를 멈춥니다. 스님의 글에 관심과 사랑을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불교신문3543호/2019년1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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