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가 스님과 종무원을 위한 파격적 복지제도를 마련했다. 송광사는 “재직 스님과 종무원을 최대한 보호하고 보편적 복지혜택을 통한 삶의 질을 개선하며 미래 어느 시점에 발생할지 모르는 질병과 상해에 대한 불안에 잘 대비하여 안정적으로 수행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복지 정책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송광사의 복지정책은 스님들에게 닥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을 망라했다. 송광사는 이번 복지정책의 의미에 대해 예측 가능한 질병 상해 위험에 대비한 사전 준비, 질병 상해로 인한 비용 발생시 경제적 문제해결, 암 뇌졸중 심근경색 입원 수술 발생시 적극적 해결하는 공적 부조, 송광사 단체 구성을 통한 단체 보험 가입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혜택 부여, 예상치 못한 질병 사망 상해 사망 시 필요한 사후 정리자금 지원, 질병 상해로 병원 입원 시 병원비를 지원하는 생존 보장 지원의 성격을 갖는다고 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빈틈이 없도록 세밀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송광사가 규정한대로 ‘생산적 복지’ ‘화합 승가의 기반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승려복지제도는 스님들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출가 수행자는 세속의 모든 부와 인간관계를 끊고 승단에 귀속한 부처님 제자다. 출가 전 가문이나 사회 지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스님들만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불교를 매개로 새롭게 형성된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질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입는 옷, 사는 집, 먹는 음식, 병들었을 때 치료, 사후(死後)까지 삶의 전 과정과 범위가 보장되지 않으면 승단은 존속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종단은 스님들의 의식주와 건강을 스님 개인에게 맡겼다. 종단 혼란은 이 때문에 생겼다. 많은 스님들이 수행하다 병으로 인해 속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몇 해 전부터 종단이 승려복지제도를 도입해 스님들을 책임지는 풍토가 마련됐다. 그러나 종단차원의 제도는 한계가 있다.

우리 스님들의 생활과 수행 단위는 교구로 이뤄진다. 교구가 현전승가(現前僧伽)이며 종단은 사방승가(四方僧伽)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스님들 복지도 교구 단위로 진행돼야 실효성을 갖는다. 많은 교구가 앞다퉈 교구 재적승을 보호하는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교구 복지제도가 스님들 방사, 거주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해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산철에 걸망 하나 놓을 곳 없는 수좌 스님들에게 방사 해결은 절실하지만 근본 대책은 건강한 수행을 보장하는데 있다. 특히 스님들의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병원 치료비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하려면 교구 차원에서 예산을 마련하면서도 스님들 건강을 보장하는 생산적 지속적 복지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광사의 복지제도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다가올 미래를 세밀하게 따져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했기 때문이다. 송광사 복지제도가 좋은 대안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542호/2019년12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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