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멀리 여의면 마음에 얻을 것이 없으리니, 그 성품이 적정하게 되어 여러 가지 음성을 여의게 되리라. 

- <광박엄정불퇴전륜경> 중에서
 


사람뿐 아니라 모든 존재는 스스로 변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억지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되고 살아남은 존재들이 모두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던 존재들이다.

물론 변화라는 것도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변화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나 기회인 계기(契機)가 있었을 것이다. 계기는 단초(端初)라는 말과도 흡사하다.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실마리는 엉클어진 실 뭉치의 첫머리다. 

엉클어진 것, 실타래를 푸는 것 치고 사람과의 얽힌 관계만큼 풀기 어려운 게 있을까 싶다. 한 번의 오해는 상대방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고, 고정관념은 말과 행동에서 상처를 주며 개인과 개인을 넘어 집단과 집단에 이르도록 반목과 질시를 조장한다.

이렇게 멀어진 관계는 비록 단초를 제공한들 얽인 실타래를 풀려는 마음조차 없게 만든다.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 갈피 또한 못 잡게 된다. 끝내는 불러도 모르고, 돌려보려 해도 보질 못한다. 중생놀음이다. 

[불교신문3542호/2019년12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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