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넘어 세계 곳곳서 활짝 피어난 연꽃세상

20년 전 졸업작품전 출품작
구상하다 연꽃 작품화 시작
연꽃 완성작만 500점 넘어

2016년부터 제주도 풍광 그려
‘제주의 숨결’ 주제 연작 발표

연꽃과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전하는 ‘홍보대사’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아트 제주 2019’에 참가한 강명순 연갤러리 관장이 지난 1일 연꽃과 제주의 숨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다고 해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불린다. 이는 마치 불자가 세속에 살더라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을 받들어 아름다운 신행의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 또한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며 연꽃 한 송이를 들자 가섭만이 혼자 웃었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를 비롯해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 연화좌(蓮華座), 연화의(蓮華衣) 등 연꽃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와 용어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강명순 관장은 제주도에서 연꽃화가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다가 뒤늦게 꿈을 좇아 화가의 길에 뛰어든 그는 20년 넘게 연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이름도 연 갤러리. 딸과 함께 연잎을 재료로 한 화장품도 생산할 만큼 그와 연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중한 인연이 됐다. 강 관장이 연꽃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건 19992월 제주국제대 디자인과 졸업을 앞두고서다. 졸업작품전에 출품할 작품을 고민하다 우연히 제주 하가연못에서 마주친 연꽃에서 신기함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연꽃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꽃이 폈다가 지더군요.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잡죠. 또한 연잎은 3분의 1정도 물이 차면 물을 다 흘려 내리면서 모든 걸 비워요. 먼지가 묻어도 자정작용 통해 언제나 청정함을 유지해요. 그 매력에 이끌려 20년 넘게 연꽃을 공부하면서 작품활동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졸업작품전에서 연꽃을 주제로 한 공예작품을 선보인데 이어 전국 유명한 연지(蓮池)를 찾아다니며 연꽃을 눈에 익혔으며 연꽃 전문 사진작가에게 사진도 얻어 연꽃을 그리는데 매진했다. 그동안 완성한 연꽃 작품만 500점이 넘는다. 강 관장은 한지 위에 염색한 천을 바르고 먹물과 천연채색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천연 소재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결하고 소박한 형상 언어로 이상향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제주 전통 초가집과 성산 일출봉 등 제주도의 토속적인 문화와 자연풍광을 작품화해 제주의 숨결시리즈도 계속 내놓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스위스, 프랑스 등지에서 27차례 개인전을 비롯해 380여 차례 단체전도 열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우수상, 한국여성미술공모전 금상, 대한민국예술인상, 일본 국제공모신원전 대상, 일본 마스터즈대동경전 국제대상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빛의 축제' 작품

강 관장은 지난 200810월 제주시 이도동에 연갤러리를 개관했다. 전시 공간을 구하는 게 어려운 지역 작가들에게 언제든지 편안하게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다.

또한 2009년부터 신진청년작가 공모사업을 통해 청년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해마다 신진청년작가를 3명 정도 선정한 뒤 일주일동안 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주는 데다가 도록 제작, 현수막 부착, 언론 홍보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후배 작가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지금은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나 공모사업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이들이 있기 마련이죠. 연갤러리와 신진청년작가 공모사업을 통해 희망을 갖고 예술작업에 매진해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강 관장은 지난 1128일부터 121일까지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아트 제주 2019’에 참가했다.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 15점과 갤러리 소장 작품 9점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내년 7월에는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본부에서의 전시도 꿈꾸고 있다. 연꽃은 물론 제주 전통문화와 풍광 등을 비구상 작품으로 계속 그려 나간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프랑스인들이 화가 모네의 수련작품은 잘 알고 있지만, 대다수는 연꽃 자체를 본 적도 없고 연꽃이 무슨 꽃인지조차 모르더군요. 작품을 통해 연꽃과 제주의 아름다움과 함께 전하기 위해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강명순 관장은 시연이라는 법명을 가진 불자 작가다. 매일 아침마다 향을 사르고 3배와 반야심경을 봉송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특히 그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곧 수행이라고 강조한다. 그림을 집중해서 그리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새로운 기운도 솟아난다고 밝혔다.

연꽃을 그리면서 저는 마음 수행을 해요. 그림을 통해 온갖 번뇌와 망상을 떨쳐내죠. 여전히 연꽃철이면 가슴이 뛸 만큼 연꽃을 볼 때마다 즐거워집니다. 그 좋은 기운을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 바랍니다. 그것이 곧 문화포교라는 자부심을 갖고 연꽃을 계속 그려나가려고 합니다.” 
 

'빛의 향연' 작품

제주=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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