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을 위한 인문학강좌] 정장진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장
[불자들을 위한 인문학강좌] 정장진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장
  • 박인탁 기자
  • 승인 2019.12.06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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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예술로 보는 인문학’ 주제 강연
미술 걸작들이 21세기엔 박물관 아닌 광고로 되살아나

정장진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장은 117일부터 28일까지 4차례에 걸쳐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철학교실에서 열린 인문아카데미 대중예술 시각으로 보는 인문학에서 강의했다. 정장진 소장은 광고로 보는 미술 걸작들-광고를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라는 주제로 한 마지막 강의에서 미술사의 걸작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광고로 새롭게 태어나는 사례를 소개했다. 정 소장은 미술사에 등장하는 걸작들이 놀라울 만큼 많이 광고에 활용되고 있다면서 광고를 우습게 볼 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11월28일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철학교실에서 정장진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장이 ‘광고로 보는 미술 걸작들. 광고를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라는 주제로 한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다.
11월28일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철학교실에서 정장진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장이 ‘광고로 보는 미술 걸작들. 광고를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라는 주제로 한 마지막 강의를 하고 있다.

매일 광고와 약3000번 접촉

현대인들은 하루에 대략 3000번 정도 광고를 본다고 한다. 눈 여겨 보지 않지만 현대인들의 눈을 파고 들어와 뇌리에 저장됐다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구입욕구를 자극하고 지갑을 열게 만든다. 수많은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아울렛 등은 모두 광고에 의존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총 광고 시장 규모가 117020억원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다.

전 세계 많은 인재들이 광고계통에서 일하며 한국에서도 광고업에 종사하는 인구만 대략 50만명에 이른다. 한국 영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던 칸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지역에서는 칸국제광고제(칸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도 열린다. 세계 3대 광고제로 손꼽힐 만큼 유명하다. 또한 국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못지않게 부산국제광고제도 광고분야에서는 큰 국제행사다.

회화가 캔버스를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 됐고, 온갖 화려한 광고와 전광판으로 넘쳐나는 길거리가 미술관이 된지도 꽤 된 일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한국의 코엑스, 영국 런던의 피카디리 서커스 광장 등은 모두가 광고로 유명한 곳들인데 이제는 미술관이기도 한 것이다.

설치·행위·미디어예술이 대세

정물화와 풍경화, 역사화, 초상화와 같은 고전적인 미술사 속에 나오는 미술 장르는 이제 미술가들이 잘 안 다룬다. 예를 들어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프랑스 해안 에트르타를 그렸다. 모네도 에트르타를 작품으로 다뤘다. 그런데 미슐랭 가이드북에 나온 에트르타 사진과 비교하면 어떤가. 별 차이가 없다. 구글이나 네이버를 검색해보면 에트르타 고화질 사진이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 사진을 내가 저장할 수도 있고, 편집해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도 있는 시대다. 정물화 등이 섰던 자리를 이제는 설치예술을 비롯해 행위예술, 미디어예술, 추상화 등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언어이미지로 세상을 인식하고 소통한다. 이미지는 시각적인 상이다. 우리는 그 이미지에 끌리게 되고 판단 또한 흐려지게 된다. 그 이미지를 잘 활용하는 이들이 바로 화가나 음악가, 시인 등 예술가들이다.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할 때 예술이 되고, 그 예술을 더 활용할 때 광고가 된다. 오늘날 우리는 미술이 아니라 이미지가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고는 미술사의 걸작들을 철저하게 활용해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그래서 현대 철학자, 미학자들은 광고를 시대를 일러주는 이미지 자산으로 간주하고 수집해 연구한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걸작들이 놀라울 만큼 많이 광고에 활용되고 있다. 광고에는 문학과 미술, 음악 등 모든 예술 장르들이 동원된다.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미지 수사학에 고도의 기술과 상상력이 요구된다.

모든 미술 잡아먹는 블랙홀 광고

광고를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치는 시대를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광고가 선사시대 미술서부터 미술을 모두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AT&T라는 미국 통신사가 세계적인 선사시대 거석문화 유적지인 영국 스톤헨지를 핸드페인팅으로 묘사해 광고로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을 대표하는 20세기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작품가 등장한다. 멋진 슈트를 입은 배우 장동건이 출연한한 진라면 광고였다. 호안 미로와 장동건, 그 초현실주의 작품과 라면은 전혀 관계가 없지만 과감하게 광고로 활용해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예술가들이 처음부터 광고 제작자들과 협업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화장지를 만드는 한예지는 브라질의 유명 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와 협업해 브리토 롤-화장지, 미용티슈, 물티슈 시리즈를 제작해 선보이기도 했다.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작품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은 삼성 반도체 공장들과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 외관에 벽화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림이 주는 분위기,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듯이 벽화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꼬냑 광고 배경이 노트르담성당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성당을 배경으로 남녀가 술을 마시는 꼬냑 카뮤 광고도 있다. 한국에서는 명동성당, 순복음교회, 불국사를 배경으로 소주 광고를 한다고 하면 아마도 난리가 날거다. 서양에서 이런 광고가 가능하다. 노트르담성당은 아직도 미사를 하지만 종교적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 이제는 문화재이자 관광자원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게다가 역사가 500년 넘는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앉아서 봐야 이 꼬냑 광고 속의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꼬냑은 막 부어서 마시는 술이 아닌 금기와 절도가 강조되는 고급술이다. 게다가 이 광고 속에는 고급 레스토랑 이미지가 함께 부각된다. 이 꼬냑 광고는 부자, 상류층을 위한 광고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술 광고를 계속 규제하고 금지할 게 아니라 절도 있게 담아낼 수 있게끔 심사해야 한다. 뭐든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규제하고 금지할 게 아니라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관광산업을 일으키려면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꼬냑 광고는 20~30년 후 문화사 책에도 실릴 만큼 좋은 광고로 평가받을 것이다.

원소스 멀티유즈시대

지난 4월 대화재가 발생했던 노트르담성당은 나폴레옹의 대관식 등 역사적 사건의 무대였을 뿐만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등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광고 등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 모델이 성당 위에 걸쳐 앉아있는 합성사진을 통해 휠라 운동화 광고를 찍기도 했다. 소설가 한 명이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이다. 요즈음 콘텐츠 만드는 이들은 이를 두고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라고 말한다. 즉 하나의 소스, 콘텐츠로 여러 상품 유형을 전개시킨다는 뜻이다.

테마 맞는 콘텐츠 적극 활용

외국에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서양미술사 공부는 필수다. 이같은 정서를 읽지 못하고서 상품을 팔겠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작품만 전시할 게 아니라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함께 전시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 작품은 옷을 벗고 있는 근육질 몸매이지만 엄청 불편하고 긴장된 자세를 하고 있다. 반면에 미륵반가사유상은 너무나도 편안한 자세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씨의 ‘TV부처’ ‘TV로댕등의 시리즈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면 더 큰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을 다룬 작가에는 피카소도 포함된다. 반대로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은 물론 걷는 사람을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은 액션 페인팅을 통해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표현해 냈다. 생각하는 사람이나 반가사유상 작품은 사람이나 불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했지만, 잭슨 폴록은 매개체 없이 생각 자체를 바로 그려냈다.

작품을 비교하면서 봐야만 콘텐츠가 생긴다. 서울에 로댕 작품을 전시하는 로댕갤러리가 문을 열었지만 결국 문을 닫아야만 했다. 로댕 작품만 선보였을 뿐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한 결과다. 생각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다양하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보여줘야만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이다.
 

강의를 듣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이용 어르신들의 모습.

■ 정장진 소장은…

정장진(64)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장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과 정신분석 비평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문학평론가, 미술평론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을 알아야 산다-4차 산업의 전제> <오프 더 레코드 현대미술> <두개의 소설, 두 개의 거짓말> <영화가 사랑한 미술> <광고로 읽는 미술사> <시네마 인문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예술사란 무엇인가> <예술, 문학, 정신분석> <사랑과 서구문명>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드니 드 루즈몽> 등이 있다.

한국미술콘텐츠연구소를 설립해 아트 컨설팅, 문화예술 강연, 전시회 기획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7년 서울노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정리=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542호/2019년12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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