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불교는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도 빛을 발해

제4차 산업혁명기는 초불확실성 시대
제행무상의 불교 진리 변치 않고 적용

불교 진리 그 어떤 시대든 흔들리지 않고
세상 비추는 진리임을 검증할 수 있어야

윤성식
윤성식

미국 사람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영어 표현을 쓰면 알아듣기는 하지만 잘 쓰는 단어가 아니라서 약간 의아해할지 모른다. 유럽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니다. ‘다보스 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이 쓴 책 ‘제4차 산업혁명’이 유독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을 뿐이다.

우리가 최근 익히 들었던 인공지능, 로봇, 빅 데이터, 유전자 가위, 3D 프린팅, 사물 인터넷 등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닥친 혁명이라기보다 최근에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들의 종합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누구나 4차 산업혁명하면 관심을 가진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우리나라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꺾고 세계 바둑 랭킹 1위 중국의 커제도 꺾었다.

알파고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도 인공지능에 대해 알게 되고,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꺾고 우승했다.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답을 찾은 다음에 사람처럼 음성으로 답하여 우승했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률구조공단에서 상담업무를 인공지능에 의뢰하겠다고 시스템을 구축중이라고 한다. 가천대 병원에서는 IBM의 의료 인공지능 왓슨이 진료를 시작했는데 왓슨과 담당 의사의 진료가 상이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왓슨의 진단을 선택한다고 한다.

불자도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수많은 인과 연이 화합하여 현상과 사물을 만들어내는 연기의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인과 연이 화합한 결과이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니고 계속 변화하는 연기적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은 유난히 공부와 훈련을 강조하셨다. 우리가 부처님의 제자라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좋아해야 한다. 많이 듣고(聞), 많이 생각하고(思), 많이 닦아야(修) 부처님의 제자다. 경전이 그토록 강조하는 공부를 외면하는 것이 선불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불교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불교의 지혜는 세간을 비추는 지혜가 되어야 한다. 불교의 진리를 세간과 유리된 출세간의 진리로 오해한다면 연기법에 어긋난다. 세간과 유리된 출세간이 없고 출세간과 유리된 세간이 없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는 과거의 그 어떤 파도와는 다르다.

인간은 오늘날까지 지구에서 가장 우수한 지적 존재였지만 이제 멀지 않아 그 위치를 인공지능에 내줄 수밖에 없다. 이미 몇 개의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불교가 세간을 비추는 지혜가 되어야 부처님의 뜻대로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불교가 될 수 있다.

과학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불교는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 빛을 볼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불교의 진리는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진리이다.

최근 불교계에서 ‘4차 산업혁명과 불교’를 주제로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불교의 진리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비추는 진리임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부부터 하자.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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