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매, 연취당 법명을 가진 두 여성불자의 자비행이 종단은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던졌다. 60대 후반과 70대 중반의 두 보살은 지난 2일 우리 종단이 야심차게 진행하는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적극 동참해 부처님 성도지에 한국사찰을 건립하는 비용 전액을 약정했다. 그 금액이 무려 5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백만원력 결집불사 선포식 이후 전국 사찰과 불자들 동참이 잇따르는 가운데 불사 한 분야 전체를 책임진 화주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부다가야에는 많은 나라의 사찰이 있지만 한국만 제대로 된 사찰이 없어 성지를 찾는 스님과 불자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취임한 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을 비롯해서 경주 남산 열암곡 부처님 바로 세우기, 육해공군 사령부 계룡대 영외법당 건립, 스님들 노후 요양시설 건립 등 한국불교 미래와 불자들 원력을 담은 불사가 백만불자 동참을 기대하며 본격 막을 올렸다. 

고사리 손으로 한 푼 두 푼 모은 저금통이 전국의 사찰에서 답지하고 교구순회 법회에 가족단위와 신행단체 차원의 동참이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설매, 연취당 두 보살이 부다가야 한국 절 건립을 책임지겠다며 나선 것이다. 50억 원에 달하는 금액도 감격이지만 동참 인연이 불자들의 환희심을 불러일으켰다. 

두 보살은 돈이 많아 그 큰 금액을 시주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모으고 아껴서 저축한 돈이다. 무엇보다 쓸 데 없는데 돈을 쓰지 않는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였다. 대신 두 보살은 늘 집에서 참선하며 진리를 놓지 않는다. 사람들과 접촉을 줄여 번잡한 생활을 없애고 음식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채식과 소량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모범 불자다.

특히 설매당보살은 젊을 적 극락암에서 경봉스님을 친견하고 가르침을 받은 것을 비롯 구산스님 등 수많은 선지식을 모시고 공부한 현대판 승만부인이다. 두 보살은 보리를 구하는 정진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자비행을 멈추지 않는다. 자비행 역시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으며 가진 돈의 다소를 따지지 않고 필요한 곳에 주저없이 실천하니 그 힘은 평생에 걸친 정진에서 나왔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네팔의 불가촉 천민을 위한 학교건립, 몽골 유치원, 케냐 마사이족 여학생 기숙사 등 두 보살의 지구촌 보시행은 끝이 없다. 이번 부다가야 한국절 건립 동참도 이와같은 참선수행과 자비행의 연장이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이처럼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불자들이 이끌어간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불사를 추진한 의도가 바로 불자들 원력을 이끌어내고 자비심을 발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일 열린 ‘백만원력 결집불사 발우 저금통 해체’ 행사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국에서 모인 5천개의 저금통은 한국불교 희망과 신도들의 원력 그 자체였다. 100원 짜리 동전을 채운 저금통이 모여 병원 사찰 교육관을 세운다. 신도들은 자신의 믿음이 올바른 길임을 확인하고 신심을 굳건하게 다진다. 백만원력 결집불사는 그래서 동참 자체가 수행이고 자비행이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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