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밀치고 놓은 상(床)
당신과 마주 앉아 겸상을 한다
축 늘어진 난닝구를 걸친 그대와
어제 저녁 먹다 남은 동탯국을 얹어 놓고
고기 토막을 서로 떠 준다
밥을 먹고 고소한 옥수수차를 가져 오면서
님을 보니
도톰한 입술에 
흰 목살,
늘어진 가사(袈裟) 밑으로 부연 살결

나는 오늘 아침
관세음보살님과 식사를 한 것 같았다

-임술랑 시 ‘우리집 관세음보살’에서
 


자고 난 자리를 밀쳐놓고 한쪽에 아침을 먹을 상을 차렸다. 그리고 부부는 겸상을 해 아침 식사를 한다. 어제 저녁 때에 먹은 음식을 다시 데워서 먹으며 부부는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고, 또 음식을 챙겨 건네주고, 식후에는 옥수수차를 내와서 함께 마신다. 걸친 옷은 해졌지만 개의치 않으니 세속적인 속됨을 떠났다. 서로의 마음을 담담하게 헤아려서 보살필 뿐이다. 

그리고 마주 앉은 편을 관세음보살님으로 모시니 대비(大悲)의 마음이 있을 뿐이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중생의 고통을 구제해주시듯이 내 곁의 사람의 궁핍한 형편을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이의 곤란을 없애주는 것이 지금 이 한파의 때에는 더욱더 필요할 것이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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