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연재를 시작하면서
불보살을 낳은 어머니는 ‘서원’


부처님은 500가지 모두 성취
서원은 깨달음 이루고자 하는
불제자에게 필요한 수행과정

혜총스님
혜총스님

● 불보살의 서원과 발원

부처님은 어떤 분이시기에 고통으로 점철된 이 땅에 오시는가? 이 땅은 하루도 전쟁이 멈추지 않고, 하루도 죽음이 없는 날이 없으며, 크고 작은 고통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는 세상인데 부처님은 정녕 어떤 분이시기에 지극한 즐거움만 있는 극락세계에 계시지 않고 이 땅에 오셨는가. 참으로 궁금했다.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는가. 그것도 영겁의 세월 동안 세계가 바뀌고 생명이 바뀌는 국토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몸을 나투어 오셨다. 

아시다시피 부처님은 오랜 세월 전에 성불하셨고, 더 이상 고통 속에 살 이유가 하등에 없는 분이다. 그런데도 수없이 반복해 고통의 바다로 오셨다. 그 이유를 궁구해보면 결국 부처님은 어떤 분이며, 어디서 오셨는가 하는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오시도록 한 그 어떤 까닭이 있었으니 오셨음이 분명하다. 그 답은 부처님을 호명하는 여래(如來)라는 명호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을 여(如)자, 올 래(來)자-여래. 부처님은 진리와 같은 분으로 오셨고, 진리와 같이 오신 분임을 알 수 있다.

그럼 진리는 무엇이고, 오심은 어떤 의미인가. 진리는 모든 고통을 여읜 세계이다. 진리는 차별이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진리는 무한한 생명을 지닌다. 진리는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진리를 통해 모든 생명은 평화로울 수 있다. 그래서 진리는 많은 다른 말들로 나타내어진다. 마음, 일심, 한 물건, 고향 등등. 사람들이 흔히 쓰는 ‘유토피아’, ‘고통이 없는 해방구’, ‘약속의 땅’, 희망이라 해도 좋다.

이 진리로부터 진리의 몸으로 오신 분이 부처님이시니 부처님은 우리에게 무량한 빛이요, 무량한 생명이다. 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인류역사상 이보다 큰 사건은 없다. 바로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다.

부처님께서 오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상은 어둠 속에 아무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은 오시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부처님이나 보살님이 오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발원(發願)이고 서원(誓願)이다. 이 서원이 없이 오시는 일은 없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시기 전에 세운 서원은 장장 500가지에 이른다. 그 모든 서원을 이 땅에서 반드시 이루리라 하셨고, 또 이루셨다. 서원이 불보살을 낳은 어머니이다. 발원하고 서원하는 일은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부처님의 제자들, 스님이나 재가신도나 반드시 필요한 하나의 수행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어떤 원을 부처님 전에 맹세하고 세우고 궁극에는 이룰 것인가. 불자가 서원이 없다면 보리심을 일으킬 수도, 선지식을 만나려는 마음도 일어나지 못한다. 불보살님들의 대서원을 새겨보면서 이 시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표를 설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먼저 이루신 불보살님처럼 이 땅에 수많은 불보살님들이 끝없이 나투시기를 발원한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혜총스님은…
1945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통도사에서 자운스님 맏상좌인 보경스님을 은사로 출가, 1956년 통도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63년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과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해인사승가대학 총동문회장, 동국대 석림동문회장, 조계종 포교원장, 대각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실상문학상 이사장과 부산 감로사 주지로 있으며 저서에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새벽처럼 깨어 있으라> 등이 있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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