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락 적당한 인간세계 수행하기 적합”

지옥, 축생 아귀 고통 심하지만
어리석음 강해 수행하지 않고
천상은 즐거워 수행 의지 없어

등현스님
등현스님

육도 중생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수행을 할 수 있다. 육도 중생은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수라, 천상을 말한다. 지옥의 중생은 괴로움이 극심하여 수행할 수 없고, 욕계 6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 등 28천상의 생명들은 기쁨이 너무 지극하여 그 기쁨에 취해 수행을 할 마음의 여가가 없다.

그러나 인간세계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반반씩 적당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통은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고통 때문에 사람이 해탈을 욕구하고 수행을 하려 한다면, 그 고통이 꼭 나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만일 고통이 없다면 누구도 출가를 하려 하거나 해탈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을 버리고 출가하거나, 해탈을 성취하려면 자신이 처한 장소와 상태를 싫어하고 벗어나려고 하는 염오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즐거운 것과 즐길 것이 많다면 그 상태를 벗어나려는 염오심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은 윤회를 벗어나게 하는 가장 근본이다.

보살 수행자에게 고통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고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중생들에 대한 연민심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고, 보살행의 의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통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서 두 가지 결과가 발생한다.

첫째는 고통으로부터 도망쳐 자살을 하거나, 둘째는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고 끊어서 완전한 고통의 소멸을 얻는 것이다. 지옥 아귀 축생의 존재들은 고통이 심하거나 어리석음이 강하기 때문에 고통을 벗어나려는 마음은 있지만, 고통의 원인을 끊기 위한 수행을 할 수 없다.

또한 천상에서는 지극한 즐거움 때문에 수행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18가지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인간세계가 수행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인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얻기 어려운 18가지 수행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간 세상에 태어났을 때 수행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간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하고, 악업을 지어서 더 낮은 곳으로 갈수도 있는 기로점이기도 하다.

인간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마치 보물창고 앞에 열쇠를 쥐고 서 있는 것과 같다. 만약 열쇠로 보물창고를 열면 내 것이 되는 것처럼, 인간세계에서 열심히 수행을 하면 보물을 얻게 된다. 만일 수행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보물창고를 열어서 보물을 취해 가게 된다. 

수행하기 좋은, 얻기 어려운 조건 18가지 가운데 처음 다섯 가지는 ①인간으로 태어나서 ②불법(佛法)을 들을 수 있는 처소에 태어난 것 ③6가지 감각 기관을 모두 갖추고 ④다른 종교의 탄압이 없는 곳에 살며 ⑤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있는 것 등의 다섯 가지이다.

밖에서 오는 5가지 행운의 내용은 ⑥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탄생하신 것 ⑦부처님께서 이 세상에서 법을 가르치신 것 ⑧내가 불법이 머무는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⑨상가가 아직 존재하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 ⑩경전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수행을 가르칠 수 있는 고승들이 남아있다는 것 등이다.

수행하게 할 수 없는 8가지의 조건도 있는데 ①~⑤는 지옥 아귀 축생 야만인 잠수천에 태어나는 것이고 ⑥사견을 가지고 있거나 ⑦부처님이 태어나지 않은 곳에 태어나거나 ⑧정신 질환 이 8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있으면 수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 불법을 만났다고 하는 것은 이처럼 수행에 좋은 10가지 이익을 얻음과 수행하기 어려운 8가지 허물을 벗어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얻기 어려운 인간 세상에 태어났을 때 수행을 하여 이 보물들을 획득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유 의지가 있어서 더 높은 세계로도 더 낮은 세계로도 선택하여 갈 수 있는데, 만약 낮은 세계로 가게 되면 그 업의 종이 되어서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자유를 얻을 수 없고, 수행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나 짐승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으로 태어나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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