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69> 불교계 ‘86세대’를 생각한다 - (下)역할 고민
[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69> 불교계 ‘86세대’를 생각한다 - (下)역할 고민
  • 박부영 주필
  • 승인 2019.12.06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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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 종단과 한국불교 미래 맡겨도 될까?

유지호 불광미디어 대표
박희승 인재원 교수 등
새로운 길 개척한 86세대
전문가로 성장한 종무원도

불교계 ‘86세대’의 상당수가 중앙종무기관 종무원으로 근무하는 한편 출판 언론 시민사회 법조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그 중에서 중앙종무기관 종무원은 수도 많고 영향력도 크다. 그래서 퇴직을 앞둔 이들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도 많다. 1980년대 20대 대학생 시절 불교에 입문해 평생에 걸쳐 ‘불교 일’ 만 해온 이들은 다른 세대와 분명 많이 다르다. 
 

종단과 한국불교를 위해 86세대는 앞으로도 많은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종단과 이들 스스로 함께 풀어야할 과제다. 사진은 지난 6월 총무원장스님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한 종무원들. 불교신문
종단과 한국불교를 위해 86세대는 앞으로도 많은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종단과 이들 스스로 함께 풀어야할 과제다. 사진은 지난 6월 총무원장스님과 함께 북한산을 등반한 종무원들. ⓒ불교신문

다양한 분야서 활동 중

1994년 이전까지 서울지역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을 고용할 수 있는 불교 직장은 불교방송 불교신문 동국대 등 극히 일부였다. 그래서 1970년대 학번 대학생불자들은 대학 졸업 후 일반불자로 평범한 길을 걸었다. 불교계 ‘86세대’ 역시 일부를 제외하고 비슷한 경로를 밟다 1994년 종단 개혁으로 총무원이 혁신하면서 대거 종무원으로 진입했다. 대학생 시절 불교활동이 단절 없이 직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는 이 세대만의 특별한 경로다. 

1994년 이후 많은 역할을 했던 중앙종무기관의 ‘86세대’는 현재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다. 올 초 이들이 주도하여 만든 조계종노동조합 때문이다. 조계종노조는 종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종교단체에서 노조를 설립한 자체가 드물 뿐만 아니라 창립과 더불어 검찰에 전 총무원장 스님을 고발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불렀다. 위원장이 해고 당하고 핵심 간부 몇 명이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당했다. 상급 단체인 민노총이 종단 일에 관여하는 모양새까지 나와 종단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이 때문에 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까지 나서 노조를 규탄하고 징계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총무원 부실장, 중앙종회 본사주지 스님이 모두 참여하는 종단 중진 연석회의는 정부와 일전을 불사하는 심각한 대정부 사안이 발생할 때 열리는 비상회의다. 종단에서 조계종노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 

노조는 전직 총무원장 스님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노조 설립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그 배경은 복잡하다. 인사 근무환경 등 일반 직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요인도 작용했다. 노조원에 86세대와 관련 없는 저연차(低年次) 직원도 있다. 그 중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인사소외다.

86세대는 이들이 20대이던 1980년대 사회민주화 운동에 나선 이래 1990년대 종단개혁, 종단 근대화 등을 주도해 온, 출가자와 더불어 종단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간 이들은 그에 걸맞는 대접은 커녕 인사에서 소외되고 후배들에게 밀려났다.  

그러나 이러한 속내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노조도 인사나 근무환경 등에 관해 주장하지 않는다. 해고와 징계 소송 등 노조를 둘러싼 공방만 남아있다. 그래서 이들이 왜 노조를 결성하였으며 목표가 무엇인 지 향후 어떤 활동을 펼칠지 밝혀진 것이 없다. 이와 관련해 86세대 종무원은 “그러한 지적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재는 해고자 복직 등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배 세대로서 역할 기대

노조를 둘러싼 공방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주제는 종무원 및 86세대의 역할이다. 이들은 1980년대 학내와 사찰에서 불자로서 사회민주화에 기여를 했다. 1990년대는 종단개혁에 동참했으며 이후 종무 행정을 체계화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1998년 1999년 종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온 몸으로 막은 이들도 86세대다. 

하지만 종단이 안정되고 종무행정도 자리를 잡자 위상과 역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승가도 마찬가지였다. 개혁 이후 종단의 역할과 방향이 모호해지면서 개혁 세력은 분열하고 ‘계파 정치’만 무성해졌다. 그 여파가 종무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됐다. 집행부에 따라 종무원들의 처지도 바뀌었다. 이를 전후로 많은 86세대들이 중앙종무기관을 떠나 ‘각자도생’했다. 남은 종무원들은 부침을 거듭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간 남은 이들은 후배들에게 밀려났다. 물론 그 중에는 새로운 역할을 찾은 종무원도 있다. 

‘86세대’들에게 지난 10여 년은 이처럼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노조가 지난 10여년 아픈 시간을 보충하고 희망찬 미래를 보장하는 대안인가? 물론 답은 그렇지 않다. 답은 노조가 아니라 함께 일하다 10여년 전 중앙종무기관을 떠났던 ‘86세대’에게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1980년대 불교학생운동과 사회민주화, 1990년대 종단개혁,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종무행정 기반 구축 등을 함께 하고 개혁 세력의 분열이 가시화될 무렵 종무기관을 떠난 86세대는 지난 10여년 간 종단이 아닌 밖에서 자기만의 길을 구축했다. 

대표적 인물은 불광미디어 유지호 대표다. 성균관대 불교학생회 출신인 유대표는 치밀한 업무처리와 뛰어난 조직 장악력으로 가는 곳마다 엄청난 성과를 냈다. 그의 뛰어난 일처리는 1994년 종단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그 후 종단 행정을 혁신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종단 전산화, 종무행정 과학화 등 오늘날 종단 행정체계는 유 대표가 기획실장 현응스님 아래서 성대 후배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대표, 원묵스님과 함께 추진했다. 

총무원 행정을 완료한 그는 자진해서 포교원으로 자리를 옮겨 포교조직을 혁신했다. 이를 끝으로 종단에서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며 불광출판사로 옮겨 오늘날의 주식회사 불광미디어로 성장시켰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명맥도 유지 못하는 교계 출판 시장에서 불광미디어는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한국 출판계 전체에서 중진 반열에 들었다. 이는 전적으로 치밀한 일처리와 뛰어난 조직력 과감한 실천으로 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린 유지호 대표의 능력 덕분이다. 

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재가자들은 스님 밑에서 기대 살려 하지 말고 스스로 일궈라. 그것이 불교와 종단을 돕는 일이다.” 그는 이 말을 몸소 실천했다. 불교계86세대 맏형으로 86세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으며 그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 한명의 인물은 박희승 불교인재원 교수다. 그 역시 1980년대 동국대에서 불교학생운동과 종단개혁 불교민주화에 헌신하고 94년 종단개혁 이후 종단종무원으로 많은 업적을 쌓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는 간화선에 매료돼 고우스님을 모시고 육조단경 강의를 개설하고 스스로 참선에 매진했다. 이론과 실참을 갖춘 그는 간화선 국제화 대중화에 열중하고 있다. 박희승 교수는 이제 간화선 이론과 교육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종무원으로는 박종학 조계종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의 존재가 눈에 띈다. 그 역시 1980년대 한양대불교학생회 출신으로 불교 사회 민주화 등에 헌신하다 졸업 후 대한불교청년회 간사 등을 거쳐 1994년 이후 종무원으로 종단 개혁 근대화 등을 위해 일했다. 종무행정 체계화가 진행 된 후 현장 경험을 익히기 위해 봉은사 종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총무원으로 복귀 후 스님들의 노후 복지를 책임지는 전문가로 변신했다. 현재 스님들의 노후와 복지 설계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진행 중이다. 

출판 복지 종무 행정서 두각 

통계전문가로 종단 현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는 이상봉 포교원 포교종책팀장 역시 전문 종무원으로 자리매김한 대표 사례다. 동국대 정외과 85학번인 이 팀장 역시 불교 운동 학생운동에 몸담았다가 1994년 종단 종무원으로 변신해 급여체계 정비 등 종무행정 과학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복지분야에서는 이명희 관장이 꼽힌다. 상명여대 불교학생회 출신으로 성남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이 관장은 뒤늦게 불교복지 현장에 투신해 지금은 불교 복지분야에서 가장 핵심 인물이 됐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로 군단을 이룰 만큼 막강한 세를 형성할 정도다. 

이처럼 86세대 중에는 많은 인물들이 여러 분야에서 종단과 스님과 함께 혹은 개별적으로 활동하며 독자적 역량을 갖추고 세력을 형성했다. 앞으로도 86세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완의 분야는 수없이 많다. 

특히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종단은 전통사찰과 국립공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를 요구한다. 대정부 관계 역시 불교계 86세대의 손이 필요한 분야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포교다. 청소년 계층 노인 직장인 등 포교는 범위가 넓고 다양한 사회와 연관을 맺고 있다. 이 복잡한 연결망을 꿰뚫고 상호 연계하여 조직화 할 역량을 갖춘 포교전문가가 우리 종단에는 없다. 현재 포교원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포교는 대부분 포교 단체에 지원금을 주고 관리하는 수준이지 활동가가 되어 현장에서 포교단체를 조직하고 다른 단체와 연계하며 창의성을 발휘하여 상황에 맞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포교는 아니다. 86세대의 경험과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한 분야다.

앞으로도 맡을 역할 많아 

이처럼 86세대가 관심 갖고 헌신해야할 분야는 수없이 많고 또 이들의 헌신을 기다린다. 종단의 한 86세대 종무원은 “관리자로서 종무원이 아닌 활동가로서 종무원, 스님들 심부름하는 종무원 아닌 전문가며 스님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제 역할을 하는 종무원이 되어야 하며 그 길을 우리 선배들이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역직 스님도 “86세대가 지난 20여년 간 우리 종단을 위해 헌신한 공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1998년 1999년 종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온몸으로 해종 분자들의 책략을 막은 것이 이들이다. 종단은 이들의 허물은 허물대로 책임을 묻되 과거의 공을 인정하고 이들만큼 뛰어난 인재도 없는 만큼 활용할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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