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마친 학생들 보니
천진불 얼굴 저절로 떠올라

태풍으로 연기됐던 나란다 축제도 끝나고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나니 이제는 법당에 난방을 틀어야 한다. 시간에 쫓기듯 살진 않고 있으니 잘 살고 있는 셈인가! 2학기 시작과 동시에 한 학기 계획을 파라미타 밴드에 공지 하는데 절반 이상은 기억도 못하리라.

지난주 우리말 반야심경 암송한 친구들이 20명도 안 된다고 회장 인서가 울상이다. 작품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려고 했다나! 효 터 위문공연을 위해 시험기간에 새벽 5시에 등교한걸 보니 믿기로 했다. 
 

108명상을 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108명상을 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법사님? 108배 어떻게 하실 거예요?” 회장, 부회장 인서와 수연이가 눈을 크게 뜨고 질문을 한다. “왜 너희들이 생각한 그림이 있어?” 파라미타 3년이면 너무 잘 알 텐데 굳이 물어보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안다.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이번 주 법회는 쉽게요).” 일주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행사준비에 아이들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이들 마음도 달래고 격려해 줄 겸 햄버거 세트와 고급 핸드크림을 준비했다. 물론 포장은 임원들 몫이다.

법당에서 108배를 할 때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속도나 시간이 아니라 108배의 의미와 바른 자세와 호흡이다. 절을 할 때 일반적으로 부처님을 향하거나 서로 마주보는 방법을 택하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해보기로 했다. 선배와 후배가 마주보고 절을 하기로 했다. 약 60명의 아이들이 참석을 했다. 먼저 절의 의미와 자세를 숙지시키고, 108참회문을 다 같이 독송한다. 

삼귀의를 시작으로 나의 행동과 말과 뜻으로 행한 모든 행위에 대한 참회, 나를 존재하게 한 모든 인연에 대한 감사, 새로운 나에 대한 다짐인 발원의 절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서 힘들면 선채로 반배를 하도록 약속을 정했다. 가운데 좌복을 놓고 작은 원을 만들고 바깥쪽으로 마주 보고서 1.2배속(아이들 속도에 맞추어)의 108참회문에 맞춰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지각생들이 입장을 하면서 알아서 원이 넓어진다. 목탁소리 한 번에 바깥쪽 친구들이 오른쪽으로 이동을 한다. 마치 탑돌이처럼. 지도교사와 교법사도 아이들을 향해 눈을 마주치고 1배를 하고 합장반배를 한다. 중간 중간 서있던 친구들도 어느 순간 모두가 함께 절을 하고 있고 목탁소리와 아이들의 절하는 소리만 들린다. 

‘부처님, 저는 선지식을 만날 수 있기를 발원하며 절합니다. 저의 참된 발원이 물러나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소서.’ 108배 명상을 마치고 약속이라도 한 듯 손뼉을 치면서 간식을 먹고 준비된 선물을 들고 법당을 나서는 아이들의 환한 모습 속에서 나는 부처님을 뵈었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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