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은스님
동은스님

바야흐로 ‘행복’이란 말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너도 나도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엔에서까지 ‘국제행복의 날’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나까지 칼럼방 이름을 ‘지금 행복하기’라고 지을 정도니 가히 행복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면 행복한 사람이 넘쳐나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세상이 더 험악해지는 것은 왜일까?

아무리 행복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도 머리로 이해한 행복론은 현실에서 늘 박살이 난다. 내 것이 아닌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마치 밑 빠진 욕망이라는 독에 행복이라는 물을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이젠 행복이란 이야기를 들어도 시큰둥할 정도가 되었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행복에 대해 관심들이 높았던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란 경제용어가 있다.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을 때는 보리빵 하나가 꿀맛이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나중에는 보리빵 냄새도 맡기 싫어지는 이치이다. 신혼시절 단칸방에서 살림을 시작한 가난한 부부는 시내 고층아파트는 꿈도 꾸지 못할 캐슬(城)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 멋진 아파트를 장만하면 실로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거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곧 다음 비교대상을 찾는다. 

‘기승전결’이란 어떤 일의 진행과정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논문을 쓰고 있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해서 ‘기승전’이 필요하다. 삶에서도 이 공식의 적용이 필요하다. 내가 먼저 행복이라는 ‘결(結)’을 정해둔다면 그곳으로 가는 과정은 자연히 정리가 되기 마련이다. ‘기승전, 행복’인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원하는 것을 이루었어도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충족하기 위한 욕망과 갈증이 생기는 것이다. ‘기승전, 행복’은 ‘기승전, 감사’가 전제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