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사유화 세속화되는 선학원 ③

사찰 창건주 권리 승계 받으려면
조계종 승적 포기 각서 제출해야

정관 및 분원관리규정 통해
창건주 분원장 스님 옥죄어

성추행 이사장 비호하는
이사회 비판 목소리 꾸준

선학원 창건주 분원장 스님과 재가자 80여 명이 6월29일 서울 종로 AW컨벤션센터 앞에서 '성범죄 전과자 만해추모제 주최 옳지 않다' 규탄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법진 이사장 퇴진 등을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설봉스님이 고불문을 외며 선학원 이사회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다"고 외치고 있다. 
선학원 창건주 분원장 스님과 재가자 80여 명이 6월29일 서울 종로 AW컨벤션센터 앞에서 '성범죄 전과자 만해추모제 주최 옳지 않다' 규탄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법진 이사장 퇴진 등을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설봉스님이 고불문을 외며 선학원 이사회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다"고 외치고 있다. 

선학원 A사찰 스님은 수년째 은사 스님으로부터 창건주 권리 승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승적을 포기하겠다는 제적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창건주 권리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선학원 결정 때문이다.

맨바닥부터 시작해 신도들과 함께 수십년 동안 기와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설립한 사찰을 그냥 두고 나갈 수도, 조계종에서 출가해 평생 조계종 스님으로 살아온 삶을 포기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고 참아온 지 수년째다. 

B사찰 스님은 지난해 선학원 이사회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성추행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고도 물러나지 않고 있는 법진 이사장과 이사회 임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비판하는 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찰 재산 처분 시 이사회가 직인 날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보복성 조치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 사이에서 “선학원 이사회에 반기를 들 때마다 스님과 사찰 가리지 않고 보복이 들어온다”며 “조폭들이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왜색 불교에 맞서 청정수행가풍을 회복하고자 설립된 선학원이 창립정신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이사회 전횡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 핵심엔 ‘1인 지배체제’가 꼽힌다. 법진 선학원 이사장이 2008년 제17대 이사장에 취임한 후 연이어 재임에 성공하면서 20여 년 동안 임명권 등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면서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작 외부에선 법진 이사장과 그 이사회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2014년 조계종의 ‘법인법’에 반대하며 법진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임원 전원이 탈종하며 시작된 선학원의 독자 노선은 이사회가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는 사례로까지 나타났다는 게 교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사회가 잇따른 정관 및 분원관리규정을 수정해 창건주와 분원장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1월24일 선학원 임시회의록에 따르면 선학원 이사회는 분원관리규정을 개정해 창건주와 분원장이 소유한 모든 재산의 강제 증여를 명문화했다. 재단에 대한 비방 시 일종의 징벌 조항을 확대하는 조치도 취했다. 

세부 규정을 들여다보면 ‘창건주 권한정지’ 규정을 신설, “분원 등록 당시 사찰 혹은 창건주 분원장 명의로 되어있던 재산을 재단에 증여하지 않는 경우 동 재산에 대한 증여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창건주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전엔 없던 조항이다. 해임 조항도 기존 8개에서 16개로 늘어났다. 이사회 결정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구조를 강화한 개정들이다.

해당 개정안은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당사자인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문제가 됐다. 선학원미래포럼은 7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폐쇄적 조치를 비판하며 개정안 폐지를 주장했다. 당시 회장 자민스님은 “이사장이 성범죄자라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선학원 이사회가 보여준 행태는 재단법인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그 바닥을 보여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진 선학원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도 아직까지 이사장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독주 체제의 한 단면이다. 2016년 성추행 문제가 불거질 당시 법진 이사장 측은 “이사회에 사직서 처리를 의논했으나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직서 처리를 유보하기로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법진 이사장은 항고와 상고 끝에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24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이사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복 조치를 감내하고 연이어 법진 퇴진 운동에 나서고 있는 일부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의 선학원미래포럼 활동, 기원정사 창건주 설봉스님의 단식 투쟁, 전 선학원 이사 성열스님의 “이사회는 꼭두각시 노릇 그만두라”는 질책 등 그간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한 움직임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학원 이사회는 ‘불통’으로 일관해왔다.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상임위 소위원장 주경스님은 이같은 선학원 행태를 두고 “법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구성원들을 억압하고 독선을 부리는 행위를 자임하고 있다”며 “스스로 선학원 설립 취지를 버리고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선학원 사무국과 법진 이사장에게 수차례 질의를 보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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