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정신과 마음을 온통 빼앗긴 곳이 있습니다. 빨간 머리, 파란 옷을 입고 위아래로 길게 뻗은 선과 선들이 이어져 공간을 만들어 낸 이곳, 바로 앙닐 구옥자중·고등학교입니다. 사실 10월 완공을 계획했지만 공사가 지연돼 여전히 건립 중입니다.

매일 같이 비가 오는 날씨도 문제지만, 캄보디아 지부에서 처음으로 건립되는 2층 학교 건물이다 보니 생각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빨리, 빨리”를 요구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현재 학교 건립에 참여하고 있는 인부들의 안전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해져 앙닐 구옥자중고등학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마을 사람들이 학교 건립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해져 앙닐 구옥자중고등학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마을 사람들이 학교 건립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항상 학생들, 인부들, 건물도 안전하기만을 기원하지만 그렇다고 저의 속이 편한 건 아닙니다. “빨리 완공되어야 할텐데”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은 늘 콩닥거립니다. 혼자 애끓는 마음은 스스로 처리해야 합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캄보디아에서는 현재 수업이 한창입니다 학교가 완공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업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1층 작업은 거의 마무리돼 교실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 우선 3개의 교실에 기자재들을 갖추고 수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시끄러운 공사 소리와 안전 문제에 만류도 했지만 공부하고 싶다는 간절한 말씀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장 매니저와 교장 선생님에게 안전사고 문제에 대해 입이 닳도록 전달합니다. “절대 2층에 올라가면 안 됩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현장 매니저에게 요청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을 맞춰주세요. 일하는 분들에게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자재관리 부탁드립니다” 등 수십 번을 전달해도 사실 마음이 놓이지는 않습니다. 

학교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단 저희 뿐만은 아닙니다. 학교가 캄보디아의 미래를 위한 일임을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어려운 사정에도 한두 푼씩 기부합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면장, 이장님은 꼬깃꼬깃한 캄보디아 돈인 리엘을 펼쳐 고무줄로 묶고, 비닐봉투에 소중히 담아 저희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명절이면 사원을 찾아 사람들에게 학교 홍보를 하고 기부금을 받아 모아왔을 생각을 하니 그간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지 눈앞에 그려집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 학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관심 있게 바라봐 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눈다는 것은 그것이 크든, 작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바람과 애정으로 건립되고 있는 ‘우리들의 앙닐 구옥자중고등학교’ 준공을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불교신문3540호/2019년12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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