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쾌척보단 ‘부처님 법대로 살고 있나’가 중요하죠”

부처님 가르침 널리 전해지길 발원하며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 불사금 희사

한국불교와 종단의 발전을 발원하며 50억이라는 거액의 희사한 두 보살은 카메라를 어색해했다. 목소리 떨림이 느껴졌지만, 한국불교 발전을 기원하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또렷했다. 왼쪽부터 연취당, 설매당 보살의 모습. 사진=신재호 기자.
한국불교와 종단의 발전을 발원하며 50억이라는 거액의 희사한 두 보살은 카메라를 어색해했다. 목소리 떨림이 느껴졌지만, 한국불교 발전을 기원하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또렷했다. 왼쪽부터 연취당, 설매당 보살의 모습.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한국불교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반갑고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불사 동참 뜻을 밝히며 50억원의 거액을 쾌척하겠다는 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37년 지기 도반으로 부산에 살고 있는 설매당(74)·연취당(68) 두 보살이다. 두 보살은 백만원력 결집불사가 추진하려는 사업 중 인도 부다가야 한국 사찰 건립에 힘을 더하고 싶다며 불사 기금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처음엔 별도의 전달식 없이 무주상보시로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불사에 보시하는 당연한 일이 알려지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좋은 일을 널리 알려 많은 이들의 권선을 이끌어 달라는 주변 계속되는 설득에 비로소 카메라 앞에 섰다. 마치 대학 입시 면접을 보는 것 같이 긴장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이어간 설매·연취당 보살과 122일 총무원 청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금액이라도 내 주머니에서 내어주기 힘든 세상에서 두 보살이 이처럼 큰마음을 내게 된 계기가 가장 궁금했다. 두 보살은 이제 적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면서, 불법을 바로 세우는 일을 하며 인생을 회향하고 싶다는 원력을 세웠다고 한다. 이 때 본지 등 교계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백만원력 결집불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성지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설매당 보살은 불사 소식을 듣자마자 동참 인연을 세워야겠다고 바로 결심했다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 불사를 함으로써 부처님 성지에 많은 한국 스님과 불자들이 찾아가게 될 것이고, 이는 부처님의 법이 더 널리 퍼질 것이란 생각이 담겨있었다.

50. 선뜻 쾌척하기에 부담스러운 큰 액수다. 그러나 두 보살은 오직 한국 불교와 종단발전을 위한 마음 하나로 기금을 전달했다. 두 보살 모두 일생을 절약하고 소욕지족한 삶을 살며 모아온 돈을 불사에 희사한 것이다.

연취당 보살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이 기금이 부처님 법을 바로 세우고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데 활용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 보살은 이번 기금을 전달하면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에게 2가지 부탁을 전했다고 한다. 하나는 이들의 보시행으로 부다가야에 세우는 한국 사찰의 이름을 분황사로 해줄 것과 분황사 마당에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을 세울 것 등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도 시주자의 요청대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분황이라는 명칭엔 큰 의미가 담겨있다. 불교계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의 열렬한 후원자이기도 한 이들은 보시한 금액으로 세계 곳곳에 세운 교육시설에도 꼭 분황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설매당 보살은 분황(芬皇)진흙 속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피는 최고의 연꽃이라는 뜻이라며 신라 선덕여왕이 당시 외세 침략 위기에 경주에 분황사를 짓고 나라 발전을 기원했듯이, 분황이라는 뜻이 지금도 전해져 국내외 처한 어려움이 해결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40여 년 가까이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배우고 의지하며 살아온 설매·연취당 보살은 바른 신심을 갖고 원력을 내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50억을 쾌척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실명이 거론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단지 부처님 법대로 살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는 불자가 있었다라는 것만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인터뷰 내내 떨리는 목소리가 느껴졌다. 그러나 한국불교 발전을 기원하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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