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치열했던 정진
시간 순으로 소설식 구성
끊임없이 어른을 닮으려는
저자의 고뇌와 의지 읽혀

불교인문주의자의 성철읽기

일지스님 지음 / 어의운하

“성철 스님의 정진은 실로 불꽃을 튀는 것처럼 매섭고 맹렬했다. 잠은 거의 자지 않았다. 이것이 스님의 유명한 ‘장좌불와’였다. 즉 허리를 바닥에 대지 않고 잠을 자더라도 참선하는 자세로 앉아서 자다가 다시 깨어나 참선하는 수행이었다. 인간의 수면욕이란 한이 없는 것이어서 한번 잠에 빠지면 계속해서 자고 싶은 법이다. 매일 그렇게 수면을 취하다 보면 정신은 더욱 혼미해지고, 깨달음은 더욱 멀어질 뿐이다. 스님은 음식도 정신을 흐리게 한다 하여 채소를 물에 씻어서 소금기가 전혀 없이 그냥 먹는 생식으로 일관하였다(131쪽).”

성철스님(1912~1993)은 한국불교의 수행력과 청정성을 상징한다. <불교인문주의자의 성철읽기>는 1996년에 발간된 〈멀어져도 큰산으로 남는 스님〉을 복간한 책이다. 스님의 출생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생애를 소설적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들은 저자인 일지스님(1960~2002)이 생전에 성철스님과 주변 인물로부터 직접 또는 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허구의 서사이지만 사실에 근거해 작성한 것이다. 성철스님이 남긴 중요한 교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성철스님의 법문도 다루고 있지만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님이 다다른 불도(佛道)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스님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배열하며 얼마나 치열하게 삶의 순간순간을 살아갔는가를 보여준다. ‘성철스님은 과연 어떤 인간이었으며, 무엇을 추구했으며, 인생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규명하는 일에 집중했다.

“이 책은 성철 큰스님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 출가 후 스스로 고행의 길을 걸어간 과정, 그리고 ‘부처님 법대로 살자’라는 신념을 그대로 구현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불교를 한층 빛낸 장년기, 또한 한국불교를 이끌고 지도하는 종종 스님이 되신 후의 가르침과 해인사를 스님들의 공부 도량으로 가꾸신 교육자로서의 스님, 노년에 이르러서도 젊은 날과 변함없는 수행으로 일관하신 모습을 그렸다. 여기에 스님께서 남기신 여러 가지 잊지 못한 일화들을 소개하여 준엄하신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 보았다. 이 책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성철 큰스님의 생애를 통해서 우리 시대에 가장 준엄했던 스님, 항상 사람들을 평등과 존중의 정신으로 대하고 물질적인 욕망을 버린 한 성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철스님은 한국불교의 수행력과 청정성을 상징하는 영원한 스승이다.
성철스님은 한국불교의 수행력과 청정성을 상징하는 영원한 스승이다.

책을 읽으면 성철스님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으며 그 치열한 고행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스님은 스스로의 비범한 자질과 굳은 의지를 모두 불교의 탐구에 바침으로써 동시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수행을 완성했다.

아울러 그 수행의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자비는 사람들에게 완벽하고 보편적인 인생의 지침으로 뿌리내렸다. 근대화의 격랑과 일제강점기의 폐해 속에서 표류하던 한국불교가 다시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책을 쓴 일지스님은 마흔을 조금 넘겨 요절한 인물이다. 1974년 출가해 경학(經學)과 선학(禪學)을 연구했으며 전국 선원에서 수선안거했다. 1988년 제1회 해인학술상 수상자다. 민족사 주간 등으로 일하며 경전과 선어록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힘썼다. 왕성한 독서와 방대한 저술로서 ‘짧지만 굵게’ 불교인문주의자의 길을 걸었다.

생전에 그와 교류했던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참, 까탈스러운 분이었다”고 회고한다. 사찰 한편의 컨테이너 골방에서 혼자 죽음을 맞았다는 것도 극적이다. 그는 ‘성철’에서 자신이 다다르고자 한 이상적 인간형의 전형을 찾았고, 끊임없이 ‘성철’을 닮아가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성철스님 열반 이후 3년 만에 이 책을 냈던 것도 자못 의미심장하다. 책 곳곳에서 고행, 고독, 철저한 구도에 매료되어 그것들과 합일하려고 한 노력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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