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다양한
학문적 성과 근거
감정의 ‘양면성’ 조명

느낌, 축복인가 수렁인가

이필원 자현스님 한형조 양선이 권석만 박찬욱 윤희조 한자경 지음 / 운주사

‘밝은사람들’ 총서는 삶의 여러 문제들을 학자들이 불교의 중도적 시각에서 규명하고 그 대안을 찾는 연속기획물이다. 이를테면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 ‘죽음, 삶의 끝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행복, 채움으로 얻는가 비움으로 얻는가’ ‘몸, 마음공부의 기반인가 장애인가’ ‘나,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 이런 식이다.

<느낌, 축복인가 수렁인가>는 그 열네 번째 책이다. 느낌을 화두로 8명의 불교학자와 철학자들이 쓴 논문을 모았다.

느낌. 우리는 모두 느낌이 무엇인지 알지만 명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느낌이란 맞추지는 대상에 대해 감각을 통해 갖게 되는 어떤 것이다. 일반적으로 즐거움이나 괴로움 또는 평안함이나 불편함 쯤으로 구분된다. 불교에서는 이런 정서적인 반응을 ‘수(受)’라고 한다. 이 책은 초기불교와 선불교, 동양철학, 서양철학, 심리학에서 바라본 느낌의 의미와 본질, 구조, 그리고 그 특성 등에 대한 총체적 성찰이다.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먼저 책을 편집한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가 불교철학적 관점에서 느낌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소개한다. 느낌과 감정과 생각의 순환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느낌 그 너머의 자각, 깨달음의 길을 모색한다.

다음으로 ‘느낌, 감정의 다양성을 여는 코드-느낌의 이중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교수가 초기불교 분야에서의 느낌의 문제를 다뤘다.

느낌이 능동적으로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수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초기불교 니까야 경전에 입각해 느낌은 무아(無我)의 논리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느낌은 번뇌가 잠재된 부정적인 것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해탈 내지 열반으로 나아가는 문의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느낌, 축복인가 수렁인가'는 중도적 시각에서 인간의 감정 문제를 규명하고 있다.
'느낌, 축복인가 수렁인가'는 중도적 시각에서 인간의 감정 문제를 규명하고 있다.

‘선불교의 감정 수용과 인간 행복의 문제’는 선불교에서의 느낌에 관한 글이다.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자현스님은 우선 중국의 강북문화와 강남문화를 대비시킨다. 강북문화가 전체의 질서와 도리, 예(禮)와 절제를 중시한다면, 강남문화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느낌과 감정을 긍정하고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고 말한 선종의 6조 혜능스님의 남종선은 욕망을 긍정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선(祖師禪)의 미학을 ‘만족과 행복을 중시하는 학(學)’으로 규정하면서, 감정을 깨달음의 현현으로 수용하는 남종선의 현실긍정의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불교와 유교를 함께 분석했다.

‘불교의 평정(평등平等), 그리고 주자학의 중화(中和)’에서 느낌 내지 감정에 대한 불교적 처방과 유교적 처방을 대비시킨다. 그에 따르면 불교는 외부 사물의 자극으로부터 평정을 얻기 위해 수행하며,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바로 사물의 비(非)실재성에 대한 깨달음이다.

반면 주자학은 현실에 적절하게 반응하여 일어나는 감정을 제압하거나 떠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발현된 감정이 상황에 적합한지를 성찰하고, 자신의 구조화된 성격을 건전하게 고쳐나가면서, 자신의 본성을 자연스럽게 지켜나가는 것을 더 중요한 공부라고 여긴다.

‘느낌과 인간의 행복’은 서양철학에서 본 느낌 혹은 감정이다. 양선이 한국외국어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는 감정에 대한 서양 근현대 철학자들(데카르트, 흄, 윌리암 제임스)의 ‘느낌 이론’을 설명한 후, 그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된 최근의 ‘인지주의적 관점’을 제시한다.

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느낌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감각, 직감, 그리고 감정의 이해-’ 라는 논문으로 참여했다. 느낌을 ‘감각’ ‘직감’ ‘감정’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각각의 느낌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다양한 학문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가 있다. ‘세상과의 부딪침으로 인해 끊임없이 일어나는 무수한 느낌들을 스스로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살아가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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