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외로운 이들에게
선물하는 ‘희망편지’ 묶음
“삶이 별것 아닌 줄 알면
지금 이대로 삶은 위대해져”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스님 지음 / 박정은 그림 / 정토출판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는 2012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매일 180여 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글과 그림, 영상으로 배달된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외 1250회의 강연에서 7000여 명과 주고받은 고민과 상담을 짧은 글과 이미지로 구성해 SNS 채널로 발행해 왔다.

신간 <지금 이대로 좋다 -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는 이 가운데 유독 높은 조회 수와 공감을 얻은 내용들을 선별한 책이다.

이른바 ‘우리 시대의 멘토’로 회자되는 법륜스님의 가르침은 일견 단순하다. ‘그냥’ 살라는 것이다. 처세와 관련해 해박한 전문지식이나 기발한 해법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본디 삶이 특별할 것 없고 뾰족한 수는 없으니, 적절히 감내하고 배려하면서 느긋하게 살다 가라는 조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 기저엔 공(空)과 무아(無我) 같은 탄탄한 이론적 근거가 자리하고 있어서, 그 단순함은 묵직함을 가지고 있다. 불교가 세세생생 유효할 수 있는 까닭은 인간의 본성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 좋다’는 자존감, 우울, 성공, 행복, 사랑, 가족, 직장, 인간관계, 화, 수행 등에 대한 법륜스님의 해법이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지금 이대로 좋다’는 자존감, 우울, 성공, 행복, 사랑, 가족, 직장, 인간관계, 화, 수행 등에 대한 법륜스님의 해법이다. ⓒ불교신문

책장을 펼치면 누구나 짊어질 만한 질문들과 겪을 수 있는 상처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건지 고민입니다.” “큰 꿈을 이루려고 무리하다 보니 자꾸 몸이 아프고 불안해져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합니다.” “사는 게 우울하고 꿈이나 열정이 없어요.” “욕심을 어떻게 절제하시나요?” “독립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너무 저를 위해 사셔서 부담스러워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눈치 보고 아부하기 싫어요.” “영업직에 있는데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요"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

그런데, 사실 이들에 대한 해답은 이미 책 표지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삶이 별것 아닌 줄 알면 지금 이대로 삶이 위대해집니다.” 첫 장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이것이 자기 사랑의 시작입니다’란 글귀가 스님의 친필로 박혀 있다.

결국 이것이 책의 요점이며 저자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임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러면서 삶의 진짜 문제는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신줏단지인 양 끌어안고 있는 나 자신이라는 통찰이 스친다. 

책을 넘길수록 ‘인생 별 것 없다. 내려놓으라’는 주제가 특유의 ‘사이다’ 말투를 타고 흘러내린다. “등산을 하면 어떤 이는 정상까지 올라가고 어떤 이는 중간쯤에서 내려옵니다. 인생은 다만 인연에 따라 때에 맞게 살아갈 뿐, 어떻게 사는 것이 꼭 옳다고 할 건 없습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기본적으로 이기심이 있습니다. 그런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인정할 때 비로소 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있습니다. 나의 모습을 바로 봐야 상대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남의 이기심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미움은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으려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오직 자기 생각과 습관을 중심에 두고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미워집니다. 화나고 밉다는 말은 나만 옳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건 그들의 생각이고, 나는 그냥 가볍게, 재밌게 살아갑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은 본질적으로 남의 고통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일하지 않고 편히 산다면 나보다 힘들게 일하면서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따뜻한 말 몇 마디에 구제받을 순 없는 게 인생이다. 다만 마음의 쉼터 정도로 여기면서 만족할 수 있는 책이다. “제가 어릴 때 구슬치기를 잘해서 친구들의 구슬을 많이 땄습니다. 그때는 구슬을 보물처럼 움켜쥐고 놓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구슬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266쪽)” 책을 덮으면 내용을 까맣게 잊은 채 또 다른 구슬을 찾아 헤맬 것이다. 못 찾아 답답할 때마다 읽으면 편해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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