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성 용주사의 감동 깊은 천도재
[사설] 화성 용주사의 감동 깊은 천도재
  • 불교신문
  • 승인 2019.11.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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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교구본사 용주사가 지난 23일 화성 살인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재를 봉행했다. 용주사 스님들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화성 연쇄살인 사건 희생자들을 천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화성 태안읍 일대서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 10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다. 33년 동안 미제였던 사건은 보관하고 있던 가해자 DNA로 인해 뒤늦게나마 범인을 특정하고 가려져 있던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스님들은 희생자 위패를 봉안하고, 고혼들에게 부처님 법을 베풀어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이 자리에는 화성 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로 인해 1989년 당시 초등학생 딸을 잃은 유족도 참석했다. 지난 30년간 딸이 실종된 줄로만 알고 살던 유족들은 이춘재가 최근 여죄를 밝히면서, 화성 사건의 또 다른 희생자임을 알게 됐다.

뒤늦게나마 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했던 유족들은 한 가닥 희망이 사라지고 더 깊은 회한을 가슴에 안게 됐다. 하늘이 짓누르는 무게보다 더한 고통에 살았을 유족들은 스님들의 극락왕생 발원 독경소리에 무너져 내렸다.

희생자 중에는 범인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아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해도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린 피해자가 적지 않다. 이춘재 대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청년도 있었다. 가해자는 국가 공권력이었다. 범인을 잡는다는 명목 아래 애꿎은 사람을 잡아 고문하고 감옥에 가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아무리 불의한 시절이었다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천도재는 지옥에서 극락의 문을 여는 열쇠요 길잡이다. 지옥으로 인도하는 이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바닥에 뾰족한 칼날이 솟아있는 도산지옥(刀山)은 분노가 만든다. 살아생전 남을 미워하고 저주하고 분노하는 기운이 칼이 되어 도산지옥에 가둔다. 지나친 욕심은 펄펄 끓는 화탕지옥을 만든다. 그래서 미워하고 질투하고 욕심내는 마음을 버리면 지옥도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마음에 분노의 불을 붙인 가해자가 국가라면 정부가 그 매듭을 풀어야 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한다며 정부는 무고한 시민이 살아 있는 동안에 끝나지 않고 죽어서도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업을 짓게 만들었다.

또한 희생자 가족과 주변 친척들에게까지 헤어나지 못하는 고통의 굴레를 씌웠다. 이번 사건에서 지옥문을 열고 고통을 끝내는 주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공소시효로 인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해도 정부가 나서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공권력 남용을 사과하며 피해자와 유족을 위로해야 한다.

다행히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용주사 천도재에 참석해 “모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철저히 수사해 고인이 편안히 눈감을 수 있게 진실 밝히고, 수사 중 과오가 있다면 숨김없이 드러내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우리 불자들도 끝까지 관심 갖고 지켜볼 것이다.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인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봉행한 용주사에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불교신문3539호/2019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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