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산수 좋은 포교당이라 불러주세요”

420년 아도스님 창건
영규대사 승병장 활약
국보 보물 문화재 즐비

‘산사 포교당’ 프로젝트
템플스테이로 포교하고
교양대학으로 신도양성
과거의 갑을 넘어서
‘미래의 갑’ 되려는 사찰

‘갑사(甲寺)’를 모르는 불자는 없을 것이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계절만 되면 일컬어지는 ‘춘마곡 추갑사’의 주인공을 모를 수가 없다. 게다가 사찰 이름에 첫째, 으뜸, 우두머리를 뜻하는 ‘갑(甲)’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이 가기 충분하다. 이렇듯 갑사는 유명한 사찰이다. 실제로 가을의 갑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을의 끝무렵인 11월21일 공주 갑사로 향했다.

공주 갑사는 역사와 환경으로 이룬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산사 포교당’이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갑사는 우선 템플스테이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갑사 템플스테이에 참석해 참선하는 참가자들.
공주 갑사는 역사와 환경으로 이룬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로 ‘산사 포교당’이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갑사는 우선 템플스테이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11월16일 갑사 템플스테이에 참석해 참선하는 참가자들.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대부분 ‘천년 고찰’이라고 불린다. 삼국시대에 원효스님, 의상스님 등에 의해 세워졌다는 창건기가 전해지니 당연히 그런 명칭이 뒤따를 만하다. 갑사도 천년고찰이다. 고구려 아도스님이 신라 최초 사찰인 선산 도리사를 창건하고 고구려로 되돌아가던 중 계룡산에서 상서로운 곳을 발견하고 세운 사찰이 바로 갑사라고 한다.

이 때가 백제 구이신왕 원년인 420년이니, 그 역사는 1000년이 아니라 2000년 쪽이 더욱 가깝다 하겠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갑사는 여타 천년고찰들과 비슷한 연혁을 갖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의상스님이 크게 중건해 화엄십찰 중 하나로 우뚝 섰으나, 조선시대 들어 전쟁통(정유재란)에 많은 전각들이 사라졌다. 이후 여러 차례 새로 짓고 다시 세우고 고치는 노력을 거쳐 현재의 갑사가 전해지게 된 것이다.

고래의 갑사가 배출한 무수한 스님들 가운데 조선시대 영규스님이 꼽힌다. 갑사에서 출가한 영규대사는 서산스님의 제자로 사찰에서 주석하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1000여명의 의승군을 일으켜 승병장으로 전장에서 활약했다. 결국 왜적에 의해 모두 전사했으니 이로서 갑사는 호국불교 도량으로서의 위상도 떨치게 됐다. 

천년고찰이라는 격에 맞게 갑사는 중요한 문화재도 품고 있다. 국보 제298호인 갑사 삼신불괘불탱을 비롯해 보물만 5점이나 있는 등 지정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이렇듯 갑사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천년고찰에 호국불교 도량, 문화재 사찰이라는 네 박자를 고루 갖춘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그야말로 ‘갑’의 사찰이다. 그런데 이런 사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갖출 것은 다 갖췄는데 또 무엇을 바랄 것인가, 욕심이 너무 큰 것은 아닐까. 갑사의 현재의 모습과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본 결과,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했다. 더 이상 천년고찰이라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할 수 없다는 진취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대중에게 열린 사찰로 만들고자 하는 원력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이름 하여 ‘산수 좋은 포교당 프로젝트’다. 

사실 갑사는 명성에 비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교통이 편리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였고 계룡산에 자리한 다른 사찰과 다른 장점들이 부각되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갑사 주지 탄공스님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템플스테이’였다. 템플스테이는 ‘블루오션’이라 할 수 없고 이미 많이 알려진 터라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 카드를 내밀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통계로 보면 명확해진다. 지난해 갑사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인원은 4500여명에 달한다. 올해는 11월 현재 4800명을 넘어서 2019년 전체를 놓고 보면 5000명은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면 갑사 템플스테이는 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갑사 템플스테이 업무를 맡고 있는 이동익 팀장은 “구전 마케팅”이라고 귀띔했다. 이른바 ‘입소문’이라는 것이다. 템플스테이에 만족감을 느낀 체험자들이 주변에 얘기를 전했다. 갑사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서 ‘체험후기’를 보면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KTX를 타면 볼 수 있는 잡지 <KTX> 11월호에도 소개될 만큼 이미 입소문은 충분히 타고 있다.

이렇듯 갑사가 템플스테이에 집중하는 이유는 ‘오고 싶어하는 사찰’로 만들기 위함이다. 가만히 앉아 불자들이 오기만 바라서는 사찰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주지 탄공스님의 생각이다. 젊은 세대가 불교에 친숙하지 못함을 한탄했다. 특히 천년고찰로 이름 지어진 전통사찰의 문턱은 그들에게 높기만 하다.
 

늦은 가을이었지만 갑사의 가을 풍경은 정말 빼어났다 .
늦은 가을이었지만 갑사의 가을 풍경은 정말 빼어났다 .

“젊은이들이 단청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우리 문화인데도 이런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가슴 아팠어요. 어린 시절 할머니 따라 절에 가서 떡 얻어먹던 기억을 말하는 목사님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포교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기분 좋은 추억을 심어주는 것, 그러면 불교는 친근한 존재로 마음속에 남아 스스럼없이 절을 찾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갑사가 템플스테이에 집중하는 이유다. 

까다롭고 어려운 교리부터 가르치기보다 친숙하고 흥미로운 문화로 접근하는 것. 갑사가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채택한 포교방법이다. 또 템플스테이 체험을 제공하면서 지역의 각 단위들과 유대를 맺어 지역사회에서 사찰과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직원 등 공무원을 비롯, 기업체 직원, 각급 단위 학생들이 갑사를 찾아 불교를 느끼면서 불교와 사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앞으로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같은 방편은 더욱 큰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11월26일 템플스테이 체험 전용관 신축불사의 첫 삽을 뜬 것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예정인 전용관은 갑사 템플스테이의 고질적인 방사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갑사의 포교당 프로젝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불교교양대학 운영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도가 없는 사찰과 배움이 없는 신도는 상상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펼치고 있는 신도배가운동의 한 형태다. 주변 인구는 많지 않고, 멀리서 오기에는 교통이 불편한데다 이미 인근에 불교대학이 즐비한 가운데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2018년 불교교양대학을 처음 설립한 갑사는 다행히도 1기에는 20명의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2기는 아직 입학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지승 종무실장은 “관광객이 아닌 신도가 늘어야 진짜 사찰이라는 것이 주지 스님의 철학”이라며 “내년에는 불교교양대학을 반드시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년고찰로 안주하지 않고 ‘산사 포교당’을 지향하는 갑사의 변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아직은 포교당으로서는 미완성인 갑사.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감동은 더욱 커서 기대를 더욱 모은다. 갑사는 진정한 ‘갑’으로 자리매김하는 사찰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갑사 주지 탄공스님  

“누구나 편히 수행하는 공간 만들겠다”

탄공스님
탄공스님

탄공스님은 유쾌하다. 한 없이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하다가도 갑자기 던지는 위트 있는 말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없이 가볍지도 않고 스님으로서의 위의도 결코 놓지 않는 수사(修辭)는 갑사를 대표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산사 포교당’ 프로젝트라든지, 템플스테이를 통한 사회 기여 및 지역 활성화 등 굵직한 마스터플랜 또한 주지 스님의 구상에서 나온 것들이니 ‘동중정(動中靜)’이 따로 없다.

그래서 일 욕심도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구상이 서고 주변에 물어 옳다고 판단해 담당자를 정하면 그대로 맡겨 버린다. 최소한의 조언 정도(스님은 이를 ‘건의’라고 표현한다)만 하고 불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자가 이끌어가도록 한다.

든든한 비빌 언덕 역할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이 나보다 잘하기 때문”이다. 갑사 템플스테이가 짧은 기간 안에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확고부동한 철학은 품고 있다. “절은 여관이 아닙니다. ‘밥 장사’, ‘방 장사’하지 않고 불교를 느낄 수 있도록, 부처님 가르침을 품고 가도록 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탄공스님은 갑사를 “불자들이 누구나 와서 편히 쉬면서 수행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아 생각이 깊어진다는 스님이다. 스님으로서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스님 말씀을 믿고 의지하라”는 것이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어 절을 찾는데 요즘 불자들은 의심부터 합니다. (참선)공부는 의심이 중요하지만 기도는 스님을 의지해야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님을 믿고 따르면서 불자 여러분의 모든 성취가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공주=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불교신문3539호/2019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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