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그가
완벽한 인간조건 갖췄다면
당신은 그를 인정할 수 있을까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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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딨니?”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 또는 가까운 사람들이 인격상 또는 외모상 실망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드러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위로한다. 자신의 배우자는 머리 좋고, 키 크고, 날씬하며, 머리숱도 많아야 하고, 성격도 자상해야 한다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대와 희망을 품는다.

저마다의 기준은 상대적이겠지만, 불완전이 주는 불안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완벽한 사람 또는 완벽한 이상형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경우, 현실 속에서 그 바람은 영원히 희망 사항 또는 이상형으로 끝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완벽함을 바라는 것이 더는 꿈이 아닌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는 단지, 인공지능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생명공학 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인간 유전자 편집 기술까지 완성했다. 인간의 유전적 질병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퍼’ 기술은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붙여 넣는 방식이다. 

➲ 유전자 편집 ‘인간개조’ 시대

쉽게 말하자면, 인간의 염색체는 이중 나선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 생김새가 마치 바지 지퍼를 여러 겹으로 느슨하게 살짝 비틀어 꽈배기처럼 꼬아 놓은 형태라고 보면 된다. 만약 그 지퍼가 고장 난다면, 그 이빨이 나간 부위만 잘라내고 새 지퍼 조각을 짜깁기하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가위 기술도 이것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즉 비정상 유전자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어 그 부위만을 정상 유전자로 끼워 넣으면 된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 기술도 하루아침에 개발된 것은 아니다. 이전 세대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은 있었지만, DNA를 선택적으로 절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현재 ‘크리스퍼 Cas9’ 기술은 원하는 DNA만을 정확하게 찾아서 선택적으로 잘라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 마디로 정확도에서 비약적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에이즈(AIDS)나 혈우병 등 선천적으로 겪게 되는 유전병에 대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돼지의 장기에서 DNA를 제거하여 인간에게 이식할 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교정하거나 항암 세포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 기술이 혁신적인 것만큼이나 그 그림자도 짙다.

이제 DNA 편집을 통한 인간 개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어제 우리가 생각했던 그 ‘인간’이 오늘의 ‘인간’이 아니다. 그 인간을 미래에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그 이전에 이 기술을 계속 개발해야 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딥러닝을 장착한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만을 주목하면서 우려하던 인간에게 더욱 어렵고 복잡한 화두가 던져진 셈이다. 

‘크리스퍼(CRISPR /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는 규칙적으로 삽입된 반복적인 짧은 회문 구조를 가진 DNA를 말한다. 여기서 ‘회문(回文, Palindrome)’이란 DNA 염기서열이 역방향으로 반복된 구조를 말하는데 왼쪽부터 읽는 것과 오른쪽부터 읽는 것이 동일한 구조를 이루는 부분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왜 예능프로에서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읽어도 이효리, 뒤로 읽어도 이효리”라고 하지 않는가. 유전자의 구조적 특성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가운데 “효”자를 중심으로 양쪽의 “이(리)”를 구부리면, 서로 마주 보게 된다. 이때 서로 마주 보는 회문 서열을 염기서열의 기본 단위 조합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된다. 이 부위가 중요한 이유는 유전자 편집과정에서 절단할 부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이다. 기존의 동식물에 대해 유전성 DNA 부위를 절단하는데 사용하는 인공효소를 통해 손상된 DNA를 잘라내고 정상 DNA로 갈아 끼우는 일종의 짜깁기 기술이다. 마치 마음에 드는 대로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염기서열을 자르고 이어주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해서 손톱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는데, 이건 또 뭔가 싶다. 보존하는 정도가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것은 고치고, 더욱 건강해지고, 더욱 매력적이고자 한다. 

현재의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자 가위 기술로는 3세대에 해당한다. 교정하고자 하는 DNA가 있다면, 그 해당 부위를 표적 삼아 찾아내는 RNA와 그것을 잘라내는 가윗날 역할을 하는 인공 효소인 Cas9(CRISPR-associated protein 9)를 결합한 기술이다. 이전 1세대, 2세대 기술보다 정밀해졌으며, 그 DNA 절단 정도도 깊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 제3세대 기술이 혁신적인 것은 엄청난 수의 DNA 서열 중에서 의도하는 염색체 부위를 정확하게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 잘라서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 즉 오작동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크리스퍼’로 불리는 제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병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교정하고자 하는 DNA가 있다면, 그 해당 부위를 표적 삼아 찾아내는 RNA와 그것을 잘라내는 가윗날 역할을 하는 인공 효소인 Cas9(CRISPR-associated protein 9)를 결합한 기술이다. 이전 1세대, 2세대 기술보다 정밀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작업 시간과 비용도 훨씬 경제적이다.
‘크리스퍼’로 불리는 제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병 치료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교정하고자 하는 DNA가 있다면, 그 해당 부위를 표적 삼아 찾아내는 RNA와 그것을 잘라내는 가윗날 역할을 하는 인공 효소인 Cas9(CRISPR-associated protein 9)를 결합한 기술이다. 이전 1세대, 2세대 기술보다 정밀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 작업 시간과 비용도 훨씬 경제적이다.

➲ 오류발생 확률 ‘4조4천만분의 1’

크리스퍼에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은 4조40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인간 유전체의 염기쌍이 약 30억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리스퍼가 잘못 절단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놀라운 것은 정확성뿐만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도 엄청난 수준으로 절감했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1년이었다면,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했을 때 2개월로 단축된다. 그리고 비용 면에서도 기존에 유전자 편집에 500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면, 현재는 동일한 작업이 30달러만 있어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미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최근 하버드 대학교의 차드 카원과 데릭 로시는 에이즈 환자를 크리스퍼를 통해 치료에 성공했다. 문제는 단순히 유전병 치료 목적을 넘어서 인간 형질의 변화까지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생물인 박테리아들이 접합을 통해 다른 개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유전자를 주고받거나,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DNA 조각들을 받아들여 마치 원래부터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 인양 자기 DNA에 끼워 넣기도 한다.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것은 이렇게 주어진 DNA를 받아들여 생물체의 유전적인 성질이 변하는 것이다. 이 작용은 박테리아들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여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이것을 조절하거나 통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가위질하는 상황이다. 생명 조작 기술이라고도 표현되는 이 유전자 가위기술이 거대한 폭력이 되어 인류를 파멸도 이끌 것인지 아니면 병고에 시달리는 중생들의 보살이 될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두 명의 형제가 있었다. 한 아이는 자연적으로 출산한 아이(빈센트)였고, 그의 동생은 시험관 수정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인간(안톤)이었다. 사실 이 두 형제의 어머니는 첫째(빈센트)의 DNA 검사를 통해 아이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들의 어머니는 첫째인 빈센트가 심장 질환이 있을 것이며,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 31살에 사망한다는 운명이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그래서 동생(안톤)은 자연 잉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성 유전인자 조합 즉 인위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출산하게 된다. 이 둘은 성장하면서, 능력의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형 빈센트는 동생 안톤보다 열성 유전 인자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 비행사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항공우주 회사인 ‘가타가’는 혈액수집을 통한 DNA 분석을 통해 빈센트가 열성 인자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주 비행에는 부적격이라는 판정을 내린다. 빈센트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브로커를 고용해서, 우성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제롬과 인연이 닿게 되고, 제롬의 혈액과 소변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치기하여 ‘가타카’에 입사할 수 있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우성 유전자들만이 훈련받고 있는 ‘가타카’ 내에서도 주인공인 열성 유전자를 가진 빈센트가 가장 최고의 능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영화 ‘가타가(GATTACA, 앤드루 니콜 감독, 1997)’의 줄거리 일부이다. 영화 제목이 앞서 언급한 빈센트가 그토록 입사하고 싶어 했던 그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이 명칭에 사용된 영문 알파벳은 총 네 개, G.A.T.C이다. 언뜻 보면, 의미 없어 보이는 이 네 개의 알파벳은 바로 DNA 염기서열을 이루는 네 가지 기본단위를 나타낸다. 즉, Guanine(구아닌), Thymine(티민), Adenine(아데닌), Cytosine(시토신)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DNA를 구성되는 것은 이 네 가지 기본단위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 제목부터가 20여 년 후인 현재의 변화를 예견한 듯하다. 유전자에 의해 이미 운명이 예견된 자연 잉태한 인간과 정교하게 설계된 유전자의 조합을 통해 태어난 인간 사이의 차별점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과연 이들은 고유한 의미의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볼 수 없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생명 조작 기술들이 범죄가 아닌 과학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다양한 의문과 우려 속에 기술은 이미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다.

사실상 과학은 무한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와 다를 바 없다. 다시금 질문을 반복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불교신문3539호/2019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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