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 정년퇴임…총무원장 원행스님 직접 공로패 수여
“한길을 걷게 해준 불보살님 스님 종무원들, 감사합니다”
30년 종무원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하는 박상희(63) 연등회보존위원회 전문위원이 꼬깃꼬깃 접은 메모지를 꺼내들고 200명 앞에 섰다. 퇴임식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고마웠던지 한 자 한 자 마지막 작별 인사를 읊어 나가는 박 위원 얼굴에 만감이 서렸다.
“지금까지 한 길을 걷게 해준 불보살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종무원 생활을 하며 어려움도 많고 시련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보람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1996년 연등회가 동대문 운동장에서 제등행렬을 시작한 이후로 제게 화두는 늘 ‘신나는 축제 자랑스러운 축제’가 되었습니다. 연등회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어려운 고비마다 함께 해준 스님과 종무원 여러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박 위원은 1989년 총무원에 입사해 연등회 실무자로 출발, 1996년 동대문에서 조계사로 제등행렬이 정착되고 2012년 제122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때까지 줄곧 한 길만 걸었다. 직급 나이 상관없이 늘 따뜻하고 인자하게 품는 그녀 때문에 전국이 들썩이는 5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울시, 참가 단체 등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연등회보존위 일도 무던히 흘러갈 수 있었다는 평이다.
그런 그를 떠나보내는 날,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및 일반직 종무원들은 단 한 사람을 위한 퇴임식을 준비했다. 총무부장 금곡스님, 문화부장 오심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중앙종회의원 진명스님 등 “수고 많았다”는 스님들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매일 얼굴을 마주보던 일반직 종무원들은 어색함이 뚝뚝, 오글거림이 가득한 “사랑합니다” “꽃길만 걸어요”가 가득한 영상 편지를 보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 또한 바쁜 일정을 쪼개 퇴임식에 참석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연등회의 숨은 공신”이라며 “박상희 위원이 있었음을 항상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박상희 위원의 열정으로 이룩한 성과를 지켜보면서 한 사람의 역량으로 종단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자리 있는 종무원들 또한 한 곳을 보고 함께 가는 평생의 도반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달라”고 했다.
여성 재가 종무원으로는 첫 정년 퇴임자.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박 위원은 “퇴임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연등회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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