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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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일 앞에서도 이런 말 한번쯤 하지 않았나 싶다. ‘죽고 싶다.’ 하지만 말로 짓게 되는 인과의 진리를 알게 되면서 그 생각과 말 또한 윤회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기에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되었고 세상 사람들도 그런 생각과 말을 가끔은 하고는 살지만 죽을 각오로 살다보면 살날도 온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며칠 간격으로 듣게 되는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에 나는 혼잣말처럼 하게 된다. ‘그래도 살아야지. 살다보면 다 지나가는 것인데.’ 통계를 보니 2000년 이후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연예인 숫자가 50여명에 가깝다. 원인은 인터넷 SNS 발달로 불특정 다수들이 특정한 연예인을 상대로 견디기 어려운 인신공격의 악성 댓글로 추정한다.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칭찬하는 말보다 비방하고 비하하는 말을 듣다보면 특히나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들은 더욱 견디기 힘들 것이다. 더 크게 보면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 비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오명을 가질 만큼 비극적인 것일까. 오래된 나무를 보면 엄청난 나이테를 가지고 있다. 그 나이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몇 백 년, 몇 천 년이 흘러서 만들고 또 만들어진 것이다. 그 나이테는 거센 바람과 뜨거운 태양의 시간을 견뎌낸 기록이다.

전쟁을 겪은 지 100년도 되지 않은 우리가 만들어낸 경제적 외적 성장은 엄청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 우리의 내적성장은 아직 진행 중일지 모른다. 나 역시 아직 100년도 살지 못했기에 그 나이에 맞게 시행착오가 많고 견디기 위한 과정에 있는 것일 게다.

오래 숙성되지 못해서 변화되어지는 과정이라서 여전히 결점투성이고 나의 부족함이 상대에겐 결점이 되어서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지 못하고 변질의 과정으로 서로를 매도시켜 버리는 사회구성원들의 잘못된 생각. 그런 마음이 자살최고국가의 오명을 가져온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불교신문3539호/2019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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