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그 회향이 무량하다고 하는가? 모든 중생들에게 회향하는 것과 같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무생증(無生證)을 얻도록 하는 것이며, 저 부처님의 열반으로써 반열반하도록 하는 것이다. 

- <관세음보살수기경> 중에서
 


새벽예불에 거사가 올라와서 꽃공양을 올렸다. 예불이 끝나고 차를 대접한 뒤 어쩐 일로 오셨냐고 물었더니, 군청에 입찰을 해서 발원이 이뤄지길 기도했는데 스님께서도 기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도반이 압박을 가한다.

“주지 스님 기도가 중요하겠네.”
“기도해 드려야지요.” 

될지 안될지는 몰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긴 하다. 내가 무슨 특별한 신통력이나 점을 치는 능력은 없다. 오로지 잘 되기만을 바랄 뿐. 그것이 보살의 마음 씀씀이다. 어떤 이가 절에 와서 자신은 부처님께 특별히 바라는 바 없는 기도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바라는 바 있는 기도가 잘못된 게 아니라 기도의 발원이 이뤄지면 더 큰 사회적 환원으로 돌리겠다는 보살심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정한 기도라고 했다. 

중생의 욕심이냐 보살심이냐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기도를 통해 두루 회향하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임을 안다면 불교가 기복신앙에 빠졌다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불교신문3538호/2019년11월3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