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현경
어현경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스님에게 최근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당뇨 때문에 치료를 받았는데,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만성신부전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비보였다.

얼마 전까지 스님은 지병 때문에 선방에 방부를 들이지 못하지만 대신 포교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건강악화로 그마저도 모처럼 한 발심이 꺾이게 생겼다. 일주일에 3번씩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스님은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결국 사찰 소임까지 내려놨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소임을 그만두니 당장 퇴원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 이틀 신세질 사찰은 있겠지만, 계속 투석을 해야 하는 스님입장에서 편하게 치료를 받고 정진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결국 스님은 속가 도움을 받았다.

부처님 제자로 살겠다고 출가했는데, 어렵다고 형제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이식수술을 알아봐주고, 퇴원 후에도 속가에서 요양하라는 형제들이 있어 스님은 참담한 가운데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스님 소식을 들으니 불교 요양원 건립이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급한 일임을 절감했다. 스님들 중에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대중생활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료를 받으려면 편하게 기거할 곳이 필요한데, 지금 종단 현실에서는 사설사암을 창건하지 않는 한 찾기 힘들다. 스님처럼 속가에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다면 도움을 청하기라도 하지만, 가족이 없는 스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순간 막막해졌다.

종단 승려복지는 출가한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출가부터 입적까지 책임지겠다며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스님들이 아플 때 정양할 곳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 종단은 백만원력결집불사를 통해 불교요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요양원은 종단과 교구본사가 뜻을 모아야 할 대규모 불사다. 교구본사마다 요양원이 건립돼 교구 스님들을 보살피고 책임지는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

[불교신문3538호/2019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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